볼일이 있어 나갔다가 내친김에 구도심의 일산성당까지 가보았다.
오래전 오래된 성당이 있다고 해서 이곳까지 왔다가 그냥 쓰윽 한번 훑어보고 갔었는데
오늘은 작정하고 꼼꼼히 담아 보았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 달의 끝자리가 3일과 8일일 때 서는 3·8일 5일장 장날이었다.
평상시에는 조그맣게 있던 장이 장날이면 넓게 먼 곳까지 펼쳐지고
많은 사람들로 어찌나 북적이는지 제대로 걸어 다닐 수가 없을 지경이다.
아마도 추석 명절을 앞두고 있으니까 다른 때보다 더 북적였을 수도 있겠다.
그래도 나는 이 구역에서 10년 넘게 산 사람인지라 손금을 보듯이 골목골목을 잘 알고 있으므로
요리조리 붐빌만한 곳을 피해서 빠르게 성당까지 갈 수 있었다.
시장이 끝나는 즈음에 성당 문이 보이고 오른편으로 꺾어 들어가면 일산성당이 나온다.
오른편 길로 차가 다니고 사람들도 다니길래 성당 내부의 길인 줄로 알고 있던 나는 조금 갸우뚱했다.
내가 들어간 쪽에도 성당 문이 있고, 저 성당 건물 오른쪽으로도 성당 문이 있던데,
이 길이 아마도 근처 주민들의 지름길인 듯.
1921년 9월 7일에 설립해서 올해가 100주년이라고 쓰여 있는 것은
`레지오 마리애' 라는 기도 봉사단체의 설립 햇수라고 한다.
<일산성당은 1930여 년경 중림동(구 약현) 성당 일산공소 (이한주 안토니오 댁)로 설립되었습니다.
그 후 1956년 행주공소가 본당으로 승격되면서 행주본당 소속으로 변경되었습니다.
당시 미 해병 군목으로 계시던 김창석 다태오 , 김동환 가롤로, 두 신부님 주선으로 현 위치에 임야 3,816坪을 매입하여 1957년에 성전을 착공 하였습니다.
1958년 7월 3일 노기남 대주교님께서 성전을 축성하심으로 행주본당 일산공소에서 문산, 금촌, 와동리, 장곡리, 삼하리 공소를 관할하는 일산본당 (파도바의 성 안토니오)으로 승격 되었습니다.
······ 중략 ······
일산 신도시 개발에 따른 인구증가로 인해 1993년에 백석동 성당, 2000년에 탄현동 성당, 2001년에 중산동 성당, 20016년엔 풍동 성당 등을 분당 하였으며 2018년도에 본당 설립 60주년을 맞이 하였습니다.>
- 일산성당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검색해 발췌해왔다.
<안토니오의 집>이라는 푯말이 보이고, 아마도 사제관인 듯한 그 건물 앞에 있던 성 안토니오 동상.
성당 옆을 돌아서 안쪽으로 들어가면 오른편으로 사제관, 왼편으로 십자가의 길이 있다.
십자가의 길 쪽에서 바라본 성당 건물.
파라솔이 접혀 있는 곳은 자그마한 카페.
천사들의 강강술래?ㅎㅎ
거룩한 곳을 보고서 그러면 안된다고요?
아, 네~!
아름다워요!
여름에서 서서히 가을로 가고 있는 이 시기에는 늘 그렇듯이 한낮엔 아직 덥다.
그래서인지 작은 창문들을 열어 놓았길래 창문으로 성당 내부를 들여다보았다.
스테인드 글라스가 비치는 햇빛에 아름답다.
성당 정면으로 돌아와서 입구 쪽을 보니 문이 열려 있다.
살금살금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빼꼼히 들여다보다 아무도 없는 입구의 테이블 위에 마련된
방문자 출입 명부에 기록하고 체온 측정하고 들어가 보았다.
아주 아주 오랜만에 들어와 본 성당 안.
오래전 먼 기억 속의 성당 내부 모습은 가물가물하다.
그저 그 성당 안의 고즈넉하고 평화롭던 분위기만 떠오를 뿐이다.
어찌 됐건 이렇게 왔으니 기도를 드리지 않을 수 없잖은가.
통로 쪽 귀퉁이에 앉아서 나는 몸에 밴 기독교 식으로 기도를 드렸다.
그리곤 성당 내부를 촌놈 서울 구경하듯이 둘레둘레 살펴보았다.
그리고 알게 된 한 가지.
아, 성당 내부에도 십자가의 길이 있나 보구나!
성당 뒤편.
성당 뒤편에서 바라본 맞은편 `십자가의 길'과 오른편 `안토니오의 집'.
내가 시장 쪽에서 들어와 걸어 올라왔던 길.
이번에는 성당 옆문으로 나와 벽화마을을 거쳐
다시 시장 쪽으로 나왔다.
북적북적한 시장을 구경하다가 옥수수 2개짜리 한 봉지 2천 원 주고 사고,
막 구운 김 한 봉지 역시 2천 원 주고 사는데 주인장께서 짜게 먹느냐, 싱겁게 먹느냐고 묻는다.
싱겁게 먹는다고 했더니 싱겁게 간한 거라며 한 봉지 건네주신다.
"아니, 그걸 다 맞춰서 파세요?"
"그럼요. 어떤 시대인데요. 다 맞춰서 팔아요."
떠밀려 다니는 듯이 북적이는 곳을 피해 다시 덜 붐비는 길로 걷다가
오래전부터 이따금 들르던 이불집에 들러 베개커버 두 장 사서 한들한들 집으로 돌아왔다.
아주 멀리 갔다가 돌아온 듯했지만 스마트폰 앱엔 8천 보 가량 찍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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