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발 담그고 사는 버드나무에서 마치 눈 내리듯이 하얀 꽃가루가
바람에 날리더니 공원 곳곳에 저렇게 하얀 눈 마냥 쌓였다.
맑은 햇살 아래 풀풀 눈송이처럼 바람에 날리는 모습은 하, 하고 입이 딱 벌어지며 감탄사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곧 뒤이어 드는 생각, 아, 호흡기에 엄청 안 좋겠구나!
더러는 이렇게 눈 마냥 솜뭉치 마냥 뭉쳐서 굴러다니기도 하였다.
마스크를 썼음에도 호수를 한 바퀴 돌고 나자 목이 칼칼해졌다.
어떤 이는 신기한지 손에 들고 눈처럼 뭉쳐 보기도 했다.
여기저기 한 덩어리씩 피어나 점차로 자리를 확장해 가는 토끼풀을 보고서 풀꽃반지 만들어 끼던 옛날이 떠올랐다.
- 자, 이거.
웬일로 순순히 팔을 내밀어 주는 남편.
이성이 감성보다 훨씬 발달한 편이라 기대하지 않고 건 장난인데.
하얗고 곱고 예쁘던, 내 맘에 쏙 들던 남편의 손에 세월은 검버섯이라는 선물을 하였다.
오히려 가무잡잡한 내 피부에는 잘 돋아나지 않는 것들인데......
꽃양귀비(또는 개양귀비)가 양귀비스럽게 피어서 내 맘을 홀리고......
차 타고 지나가다 보면 한 무더기의 보라색들이 보이곤 하였다.
그 보라색을 찾아 가보았더니 <갈퀴나물>이 여기저기 보랏빛 무더기로 피어 들판을 장악하였다.
5월은 갈퀴나물의 계절이기도 하구나!
초봄에 캐다가 데쳐서 된장과 식초 넣고 무쳐 먹었던 <노랑선씀바귀>.
왜 씀바귀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단박에 알게 되는 맛이었다.
쓴맛 좋아하는 나만, 나 혼자, 다 먹은 나물. 에효, 담엔 안 캐려고요.ㅎㅎ
남편은 돌미나리와 쑥만 엄청 좋아했다.
봄볕에 나물 몇 번 캐고 난 뒤 내 손등은 시커메졌다. 아, 무서운 햇볕. 참 강렬하다.
시골 볕은 도시의 볕과 다른지 엄청 더 잘 탄다.
동네를 한 바퀴 도는데 어느 집 대문 앞에 화초처럼 피어 있는 고들빼기 꽃.
양쪽으로 두 무더기가 아주 풍성하게 잘 자라고 있었다.
* 씀바귀와 고들빼기의 구분 포인트는 고들빼기 잎이 줄기를 감싸고 있다.
하늘매밥톱도 풍성하게 피어서 시선을 끌었다.
흔한 잡초라고 생각하는 고들빼기까지 잘 가꿔 놓은 화단을 보니 주인장에게 무작정 호감이 갔다.
역시나 초봄에 캐다가 나물로 무쳐 먹고 강한 쓴맛에 깜짝 놀랐던 지칭개도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먹었던 나물이라 더 반가운 이유는 무얼까.
어느 날엔 마트에서 장을 보고 오다가 괜스레 한 바퀴 돌고 싶은 마음에 드라이브를 하다가 작은 산을 하나 넘게 되었다.
작은 산 꼭대기에서 잠깐이나마 멀리 내려다 보이는 풍경에 감탄하다가 내리막길에 만난 저수지를 보고 또 감탄했다.
산과 산 사이에 자리한 저수지는 내가 만날 도는 신정호와는 또 다른 정취를 풍겼다.
호젓하고 한적하고 고즈넉한 산과 산 사이를 달리니 마치 깊은 산골에 온 느낌도 나는 데다가
금상첨화로 한쪽엔 커다란 저수지까지 있으니 차로 달리는 내내 황홀경에 접어들었다.
아, 좋다, 라는 생각이 마음 저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와 끝내는 길 한쪽에 정차하고 한 장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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