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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노트

괴산 산막이옛길

by 눈부신햇살* 2021. 3. 29.

 

 

 

이 많은 사진을 역순으로 올려 버렸다.

그것도 컴에서 올린 게 아니고 아이패드로 올린 건데...... 그래서 잠시 순서가 헷갈렸나 보다.

 

괴산의 산막이길에 갔다. 남편의 허리는 조금 차도가 보이긴 하지만 많이 걷는 것은 무리다.

순전히 나를 위해서, 나를 그곳 산막이길 입구에다 떨궈주며 

막 피기 시작한 연분홍의 진달래를 보면서 기다리겠노라고 했다.

조금 미안하긴 하지만 기쁨을 막지는 못했다.

나는 기쁨에 겨워 남편으로부터 총총히 멀어져 갔다.

 

광양의 매화, 구례의 산수유꽃, 섬진강변의 벚꽃을 올해는 꼭 보러 가자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이 미안해서라고 했다.

그래서 오게 된 산막이길은 내가 여행한 곳 중에서 몇 순위 안에 들 정도로 좋았다.

 

일단 입구에서 지도를 보고 길에 접어들어 강변을 따라 나있는 길을 걸었다.

한참 걸으니 두 갈래 길이 나오고 이정표가 애매하게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망설이고 있는데 반갑게도 노부부가 나타났다.

-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할머니가 그러신다.

- 우리도 처음이라서 잘 모르겠는데......

할아버지가 그러신다.

- 강변을 따라 걸어 올라가면 되지. 저쪽은 밭들이 있구먼.

가리키는 쪽을 보니 과수원이 있었다.

 

가다가 사진 찍기 좋은 포인트가 나오면 사진을 찍으며 쉬엄쉬엄 걸었다.

출렁다리가 나타났다. 겁이 좀 많은 편인데 이상하게도 걸어보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출렁다리는 생각보다 길었고 나는 중간에서 살짝 후회했다.

그렇다고 뒤돌아서 가기도 그렇고, 한마디로 진퇴양난.

 

조심조심 걸음마 배우는 아이처럼 양손에 힘을 꽉 주고 난간을 잡으며 걷고 있는데

맞은편에서 누군가 성큼성큼 걸어오기 시작했다. 다리가 사정없이 흔들린다.

- 어, 어...... 잠깐, 잠깐만요. 제가 무서워서요. 제가 거기까지 먼저 갈 게요.

중간에 이음 부분, 움직이지 않고 단단한 부분까지 먼저 가겠다고 하니 선선히 그러라고 한다.

비켜주고 기다려줘서 고맙다는 인사에 

- 천천히 조심해서 가세요.

큰 소리로 명랑하게 답인사를 하시며 다시 성큼성큼 사정없이 다리를 흔들며 멀어져 갔다.

내가 그렇게 쩔쩔맸던 다리에 노부부가 올라오셨다.

어, 용감하시네,라고 생각한 것도 잠시 할아버지가 할머니 부축하느라고 엄청 애를 쓰셨다.

 

남편이 주차장에서 기다린다는 것에 신경이 쓰여서 도대체 얼마쯤을 내가 갔다 와야 될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중간에 마주친 어느 아저씨에게

- 전망대는 아직 멀었나요?

하고 물으니 아직도 한참 가야 된다고 하신다.

나중에 생각하니 내가 산막이길을 모두 걸을 줄 알고 답하셨던 모양이다.

남편의 예전 직장에서 설치했다던, 그래서 모든 직원이 의무적으로 거기까지 가서 기념식을 했다던 

정자는 보이지 않고, 주차장에서 기다리는 남편도 신경이 쓰여 나는 돌아섰다.

 

정자를 보지 못했다는 내 말에 그럼 차로 반대편으로 가보자고 했다.

산막이길을 걸으면서는 보지 못할 또 다른 멋진 풍경이 그곳에 있었다.

아늑하고 정겨운 마을이 있었고, 조금 지나니 <연하협구름다리>가 있었다.

그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가장 좋고 멋있었다.

 

그 다리도 살짝 무서웠다. 그 높은 다리에 군데군데 철망으로 된 부분이 있어 내려다보면 아찔했다.

혼자서 무서워하고 있는데 맞은편에서 또 성큼성큼 청년 둘이 걸어왔다.

- 안녕하세요.

더할 수 없이 맑고 밝은 표정으로 인사하는 청년들.

- 안녕하세요. 그런데 좀 무서워요.

청년들이 환하게 웃었다. 나도 웃었다.

 

어느 가족이 올라왔다. 사진 찍다가 돌아서 내가 걸어가자 아이 엄마가 놀랐다.

- 어, 어.......

나만 무서운 것은 아니라니까.ㅎㅎ

 

무척 좋았던 산막이길은 이다음에 남편의 허리가 말짱해지는 가을에 다시 와서

제대로 한 번 코스를 돌아보기로 했다.

 

 

 

 

 

 

 

 

연하협구름다리

 

 

 

 

 

연하협구름다리

 

 

 

 

 

 

 

 

 

 

 

 

 

 

 

 

 

 

 

 

 

 

 

 

 

 

 

 

 

 

 

 

 

산막이길로 접어들 때 사람들이 표고버섯을 한 봉지씩 묵직하게 들고 내려왔다.

알고 보니 선착장 부근에서 팔고 있었다.

저번에 칠갑산에 갔다가 말린 표고를 사왔는데 실망스러웠다.

그때 다시는 어디 가서 산지라며 사오지 말아야지 했었다.

그것을 잊고 다시 버섯 좋아하는 남편을 떠올리며 생표고를 샀다. 

휴대폰만 들고 갔던 터라 휴대폰 앱에서 계좌 이체하고 산 표고는 상품가치는 떨어지는 것들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양이 많았던 것을...... 또 어리버리하게 호갱 노릇을 했네,라고 생각했지만

싱싱한 표고는 볶아 놓으니까 무척 맛있어서 못 생기면 어때 맛만 좋으면 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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