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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3월은

by 눈부신햇살* 2021. 3. 20.

3월 18일

 

남편의 허리가 쉽게 낫지 않는다.

꾸준히 약을 먹고, 침을 맞고, 치료를 받고 있지만 멀쩡하게 걷지 못한다.

절뚝거리며 출근하는 남편의 뒷모습을 바라보면 왜 그리 마음이 착잡하게 가라앉는지...

가뜩이나 눈물 많은 나는 어느 하루 남편의 출근하는 뒷모습을 보며 울컥해서

눈물 몇 방울 흘린 후 간절히 기도했다.

제 남편의 허리가 말짱하게 하여 주소서.

 

나는 남편의 출근하는 뒷모습을 보며 마음 아려하고

남편은 걸어가며 계속 바라보고 있을 내가 신경 쓰이리라.

모퉁이를 돌아서며 서로 마주 손 흔들 때의 애잔한 마음을 어떻게 다 글로 표현하리.

 

언젠가는 말짱하게 나을 것이란 걸 알고, 또 기대하고 있지만

오늘의 나는 아주 많이 슬프고 마음이 가라앉는다.

건강을 잃고서야 건강할 때의 고마움과 감사함을 깨닫게 되니

건강하게 살고 있는 오늘을 부디 감사하며 살자.

 

 

 

 

남편은 나를 신정호에 내려주고 혼자서 차에서 기다리거나

다른 볼일을 본 후에 나를 데리러 온다

나는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자연을 보며 마음을 달래고 추슬러 본다.

 

 

 

 

이런 멋진 일몰을 이따금 볼 수 있는 곳에 살고 있다.

 

 

 

 

3월 20일

 

집에 돌아와 문을 열고 들어서니 꽃향기가 코를 찌른다.

긴기아난의 향이다. 잎이 희끄무레하게 병이 들긴 했지만 올해도 거르지 않고 꽃을 피워줬다.

 

무거운 짐은 으레 남자가 드는 걸로 알고 지냈건만 남편의 허리가 아파서 이제는 내가 든다.

괜찮다. 나는 남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힘이 세다.

그것을 내가 증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우리가 2주 집을 비운 사이 꽃기린도 활짝 꽃을 피웠다. 사실 일 년 내내 꽃을 피우지만 꽃송이 수가 더 많아졌다.

한 개의 화분을 꺾꽂이로 세 개로 늘렸다.

그런데 또 한 화분의 꽃기린이 키만 멀대같이 크길래 가위로 잘라서

옆에다 다시 꽂았더니 잘 살아나고 있다.

 

 

 

삼월은 내가 두 아이를 출산한 달이다.

삼월초에 큰아이를 낳고, 2년 후 삼월말에 작은아이를 낳았다.

주중에 있는 작은아이의 생일을 당겨서 오늘 식사를 했다.

큰아이는 멀리 있어서 아쉽게 카톡으로만 축하했다.

 

요즘은 시대가 좋아서 카톡의 보이스톡으로 맘껏 통화할 수 있어서 참 좋다.

게다가 아이가 유튜브를 하니, 그것도 아들 부부가 하는 것과 아이가 하는 것,

어디서 맡아서 하는 것 등 몇 개가 있으니 아이 얼굴은 맘껏 볼 수 있고 목소리도 얼마든지 들을 수 있다.

 

작은아이의 생일을 축하하며 식사를 하고, 케이크의 초를 불고,

와인을 곁들이며 이다음에 하고 미래를 꿈꾸어 본다.

남편이 5년 뒤에나 퇴직을 하고, 작은아이가 대체복무가 아닌 직장에 취직을 해서 자리를 잡으면

그리하여 시간이 여유로워지면 우리가 뭉쳐서 널널한 시간으로 벨기에로 가자.

그때 우리는 여기서는 이렇게 하고, 그다음엔 저렇게 하자.

그 5년은 아직도 멀기만한 걸까? 멀다고 여겨도 세월은 금방 흘러서

지금 우리의 바람대로 그리 하고 있을 그 순간을 간절히 염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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