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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꽃향기 가득한 속에...

by 눈부신햇살* 2021. 3. 8.

 

 

작은아들이 대체복무기간인데도 연봉이 천만 원 올랐다.

근무한 지 1년이 지나면 이직할 수 있다는데 아마도 이직하지 말라고 올려주지 않았을까 싶다.

거기다 인센티브도 받고, 연말소득정산받고, 1,2월 급여 인상분을 추가로 받으면

이번 달에 5백만 원 정도가 더 들어온다고 한다.

 

당연히 신났다. 덩달아 엄마도 신났다.

축하하는 마음으로 맛있는 밥 먹자고 했는데 인상된 아들이 사는 게 당연하다고 아들이 밥을 사겠다고 했다.

오마카세를 사준단다. 오마카세 집은 처음이었다.

밥알이 또록또록 살아 있는 여태껏 먹어본 중에 가장 맛있는 초밥이었다.

한 개 먹을 때마다 아들과 눈을 맞추며 맛있다고 고개를 끄덕끄덕.

남편에게 맛있지, 하며 눈을 빛내며 웃었다.

 

아들이 식사에 곁들일 화이트 와인도 한 병 가져왔다.

검색해 보니 2만 원을 추가하면 그 오마카세 집에서 식사와 함께 마실 수 있더란다.

딱 8명만 한정 인원으로 받고 셰프가 혼자서 서빙한다고 하는데

저녁 2부 시간의 인원은 우리 포함 7명이었다.

다른 테이블에서는 식사에 곁들여 사케를 마시고 있었다.

데운 사케도 맛있으나 아들이 가져온 화이트 와인과 초밥은 정말 잘 어울렸다.

아들이 가져온 두 병의 와인 중의 한 병, 레드와인은 다다음주 아들의 생일 축하 자리에서 마시기로 했다.

 

일요일 오후, 아들을 데려다주고 이곳으로 내려오면서 무심히 하는 내 말들이 남편 귀에 거슬렸나 보다.

생각 없이 내뱉는 내 말들은 아들의 여친을 상당히 부러워하는 말로 들렸나 보다.

어쩌면 내 마음 깊은 곳에 그런 마음들이 잠재되어 있다가

나만 아무렇지도 않게 밖으로 흘러나왔을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의식하지 못한 채로 남편의 자존심을 박박 긁어댔나 보다.

 

남편이 뿔났다. 그제야 아차 싶기도 하고, 그걸 이해 못하고 삐치나 하는 마음도 들어

일순간 침묵이 흘렀다. 한참을 침묵하다가 어색한 분위기를 없애려 라디오를 켰다.

노래를 들으며 내려오다 창 밖으로 지고 있는 둥근 해를 보았다.

 

- 저기 해 좀 봐. 너무 이쁘다! 찍고 싶다.

화난 줄 알았던 남편이 사진 찍기 좋은 자리에다 차를 세워준다.

 

 

 

 

 

4개월 전부터 남편의 허리가 아팠다.

엑스레이 찍어도 이상은 없다고 해서 물리치료만 꾸준히 받으러 다녔다.

내가 보기엔 나아지는 기미가 없어 보이는 데도 남편은 물리치료만 받고 있길래 한 소리 했다.

다른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그즈음 상태가 더 악화되어서 급기야 다리를 절뚝거리기 시작했다.

보통 일이 아니구나, 깜짝 놀라 옮긴 큰 병원에서도 엑스레이로는 이상이 없었고,

그럼에도 남편은 많이 아파서 MRI를 찍었는데 다행히(?) 거기서 이상이 발견되었다. 디스크가 터진 것이다.

그럴 즈음 큰 일도 터졌고 남편은 진통제를 먹으면서 그 일을 치렀다.

 

한 달 정도 병원에 입원해야 한다는 몸을 이끌고 큰 일을 치르고, 회사를 다니고 있다.

허리가 아프게 된 데에는 골프도 단단히 한몫 한 거 같은데 그 좋은 골프를 못하게 되었다.

본인은 업무상 어쩔 수 없이 치는 것이라고 늘 말 하지만 내 보기엔 골프를 엄청 좋아한다.

틈만 나면 골프 연습을 하러 가고, 필드에 나간다.

솔직히 사람들로 북적이는 주말에 나를 혼자 신정호에 떨궈두고 골프 연습하러 갈 때면

서운한 마음도 들었었다. 하지만 이제는 허리가 아파서 같이 걸을 수 없게 되었다.

 

무뚝뚝한 말투 때문에 이따금 내게 한 소리 듣는,

심지어 아들들의 말투는 조곤조곤하다고 비교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는 나를 위해

꽃도 예쁘지만 향기를 따를 꽃이 없다며 긴기아난 화분을 하나 사 왔다.

3월 초 큰아들 생일을 우리끼리 축하한다며 케이크 한 상자와 와인 한 병까지.....

(하하. 정말 술꾼 같다!)

 

그 사이 긴기아난 화분의 꽃이 활짝 피어 진하디 진한 향기가

온 집안에 퍼지고 있어 꽃향기 속에 들어앉아 있는 날이다.

올해도 계획했던 모든 꽃구경들을 이 꽃으로 대신해야 될지도 모르겠다.

아무려나, 남편의 허리가 하루속히 낫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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