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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호의 사계(四季)

또 산수유꽃 따라

by 눈부신햇살* 2021. 3. 11.

 

 

 

오랜만에 호수에 나갔더니 거기에도 노란 봄이 와서 머물고 있더라.

호수를 빙 도는 동안 군데군데 심어진 산수유꽃들 보는 재미에 홀려 시간 가는 줄 몰랐더라.

베이지 톤의 나무들 사이에서 연노랑으로 피어 자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구나.

멀리서 보면 연노랑으로 보이다가 다가가면 진노랑으로 보이는 산수유꽃.

 

산수유보다 매화가 이를 줄 알았더니 매화는 이제 막 하나 둘 벙글기 시작하고 있더라.

오호, 내 사는 곳에서는 매화와 산수유가 같이 피던데 이곳에서는 산수유가 앞서 피는구나.

 

매화가 만개하면 이어 우유빛깔(^^) 목련도 피고,

하얀 꽃방망이 같은 조팝나무 꽃도 피고, 

화사하기 그지없는 벚꽃도 피고, 그보다 살짝 진한 듯한 참말 이쁜 살구나무 꽃도 피고,

벚꽃보다 확실히 진한 복사꽃도 피고, 빨강머리 앤이 그 나무 꽃길을 `기쁨의 하얀 길'이라고

일컫던 순간이 떠오르는 사과나무 꽃도 피고,

내가 종이로 만든 꽃 같아 별로, 하며 시건방을 떨면 남편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고한 순백의 꽃이라고 찬탄하는 하이얀 배꽃도 피고,

초록의 잎새 사이에 숨듯이 피어서 알려주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치기 일쑤인,

일행에게 알려주면 내 어깨를 툭치며 환하게 웃게 되는 분홍색의 제법 큰 꽃송이의 모과나무 꽃도 피고.

그렇게 그렇게 꽃들이 차례차례 피어 봄이 무르익다 보면 세상은 온통 울긋불긋.

누군가는 촌색시의 한복 색깔 같다고 폄하하던,

조금 촌스러운 심미안을 가진 남편(ㅋㅋ)에게는 마냥 화사한 색깔의 영산홍, 자산홍, 산철쭉의 계절이 도래할 것이다.

 

호숫가에 심어진 위에 나열한 꽃들 구경하다 보면 가는 줄 모르게 봄이 가고 곧 덥다고 할 테고,

늦봄이나 초여름 즈음 쌀밥 같은 하얀 이팝나무 꽃들에 이어 낙상홍 꽃이 피고,

어느 여름날, 새털 같은 꽃이 무수히 피어 나무를 덮고 있으면

그 밑을 오가는 이들 중에 더러 그 꽃의 아름다움에 홀려 

- 이 꽃의 이름이 뭐야?

하고 물을 때 일행 중 아무도 이름을 모르면 나는 슬며시 선심 쓰듯 던져주고 가겠지.

- 자귀나무!

ㅎㅎㅎ. 이것은 경험담. 

 

무궁화도 여름 내내 피고 지고 할 테고,

배롱나무의 꽃도 여름 내내 피고 지며 꽃을 달고 보는 이의 더위를 얼마쯤 식혀주리라.

어제 호수를 돌며 나무들의 이름표를 일일이 들여다보며 그 나무들의 꽃이 필 날을 기대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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