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노트

안면도

by 눈부신햇살* 2020. 8. 18.

 

먼저 추사 김정희 고택에 들르고, 안면도에 들른 후에 예당호에 들렀는데

어째 올린 순서가 뒤죽박죽이다.

 

오랜만에 안면도에 갔었다.

남편 고향 친구들과 가족동반으로 백사장해수욕장에 갔던 것이 벌써 십여 년 전 일이 되었다.

 

그 몇 해 전 겨울에 시댁의 가족모임으로 영목항에 갔던 사진들을 보면

꼬마 아들들과 조카들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이런저런 추억을 떠올리며 안면해수욕장의 백사장을 거닐었다.

언제 그렇게 세월이 금방금방 흘러가 버렸을까. 옛날을 회상하며 먼바다를 바라본다.

 

흐린 날의 바다는 탁트인 시원스러운 모습이 아니어서

모래밭에 무수한 작은 모래알들을 찍었다.

이게 무얼까?

 

가만히 들여다 보노라니 아주 작은 게들이 들락날락한다.

아하, 게집이구나.

 

조금 큰 게를 보니 칠게인가 보다.

내 고향에서는 게를 `기'라고 부르는데, 어린 날에 할머니와 둘이서 '설렁기'를 잡았던 적이 있다.

(다른 방언 이름으로 `서른게'라고도 하나 보다.)

 

구멍을 잘 보고 칠게의 집이라고 여겨질 만한 곳에 집게손가락과 가운뎃손가락 두 개를 쑥 집어넣으면

손가락 끝에 게가 만져지곤 했다.

그때의 희열, 쾌감을 어디다 견주리.

 

그렇게 잡아온 게를 확독(돌확의 전라도 방언)에 박박 갈아서 게장을 담갔다.

얼마 후 곰삭은 게장을 밥에다 고추장 넣고 비벼 먹듯이 비벼 먹는다.

 

도시로 나와 살면서 어디에서도 잘 보지 못하는 게 몇 가지 있었는데

농기, 운저리, 감태, 무화과 그리고 이 `설렁기'였다.

이 독특한 칠게장은 알고 보니 전라도 고향 근처에서만 먹는 음식이었다.

우연히 방송에서 칠게장이 나오는 것을 보고 무척 반가웠었다.

 

농기는 표준어로 농게인데 붉은 집게발이 인상적이다.

도시에서 잘 볼 수 없는 관계로 엄마가 옛날을 떠올리며 무척 드시고 싶어 하는 음식이다.

 

운저리는 망둥어였다. 아주 오랜 후에야 운저리가 망둥어라는 걸 알았다.

감태는 표준어로도 감태이고, 역시나 나 사는 곳에서는 구경하기 좀 힘들다.

뜸부기나물이라고 해서 제사상에도 올라가는 해초가 있었는데 그것 역시 보기 힘들고 구하기도 힘들다.

 

무화과는 따뜻한 지방에서 자라는 나무라 서울에서 보기 힘들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할머니와 살던 집 바로 아랫집에는 커다란 무화과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어찌나 가지마다 주렁주렁 열리던지 수확할 때면 한 바가지씩 얻어먹곤 했는데

잘 익은 말랑말랑한 무화과를 껍질채 한 입 가득 베어 물면 단물이 입안 가득 넘치곤 했다.

 

그 옛맛이 기억나 요즘에는 마트에 흔하게 나오는 무화과를 한 상자 사들고 왔다가 실망했다.

어릴 적에 먹던 그 달디 단 무화과가 아니었다.

상품가치를 위해서 조금 일찍 따서 그러는지, 아니면 내 입맛이 변해서인지 모르겠다.

요즘엔 무화과를 무덤덤하게 보게 되었다.

 

 

저 갈매기는 우리가 곁에 가도 옆으로 살짝 비켜갈 뿐 멀리 날아가지 않는다.

꼭 그만큼의 거리를 유지하며 가만히 앉아 있다.

"설마 너 나는 거 잊어버린 거 아니지?"

농담을 하며 갈매기와 논다.

마치 도시에서 보는 비둘기와 같다. 비둘기도 바로 옆으로 지나가도 신경도 쓰지 않아서

되레 내가 멀찌감치 떨어져 지나갈 때가 있다.

 

 

꽃지해수욕장의 할매섬과 할배섬을 보니 오래전 엄마와 같이 와서 굴을 까던 때가 생각난다.

섬처녀였던 엄마는 그런 걸 참 좋아한다.

 

이제는 어떤 풍경을 보면 자꾸 옛날이 떠오른다.

나이 드나 보다.

 

 

 

 

 

'여행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칠갑산 장승공원  (0) 2020.09.10
청양 칠갑산 장곡사  (0) 2020.09.10
추사 김정희 선생 고택  (0) 2020.08.17
예산 예당저수지  (0) 2020.08.16
해남 대흥사  (0) 2020.08.15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