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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노트

장성 백양사

by 눈부신햇살* 2020. 8. 12.

 

올여름휴가에는 더 나이 들기 전에 지리산에 한번 올라보는 게 어떻겠냐는 나의 물음에

많이 놀란 남편이 노고단까지 차로 가는 코스는 어떻냐고 물었다.

많이 서운했지만 그러라고 했다.

얼마 후에 다시 지리산 둘레길은 어떻냐고 물었다.

그러고 싶다면 그러라고 했다.

 

더 얼마 후에 이 무더위에 산에 오르거나 도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라며

아예 사찰 여행으로 방향을 틀면 어떻냐고 물었다.

그리하여 결정된 사찰여행, 첫 번째는 백양사 되시겠다.

 

마이산을 둘러볼 때만 해도 맑았는데 백양사로 향하는 중에 구름이 몰려오더니

급기야 양동이로 퍼다 붓듯이 쏟아지는 비에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도로에 차가 별로 없어 망정이지 무섬증이 확 들었다.

마치 홍해를 가르듯이 물줄기를 가르며 도로를 달리다 보니 살짝 개이고 있었다.

 

 

백양사는 오래전 스물두어 살 시절에 한번 다녀갔던 절이다.

붉은 감이 주렁주렁 탐스럽게 열렸던 늦가을에 백양사에서 내장산으로 넘어갔더랬다.

30여 년을 훌쩍 넘어 다시 찾은 백양사는 내 기억 속에 전혀 없는 곳이었다.

나는 그때 도대체 무얼 보았으며 무슨 생각을 했더란 말인가.

붉은 감을 달고 서있던 수많은 감나무들만 뇌리에 각인됐던가.

 

 

백양사 쌍계루의 단풍 반영 사진을 볼 때면 늘 의아했었다.

나도 늦가을에 백양사에 갔더랬는데 그렇게 멋진 곳이 어디에 있다고 그렇게들 찍어 오는가.

아는 만큼 보인다더니 그 말이 꼭 맞다.

쌍계루라는 이름도 이번에 처음 알았고 반영이 멋진 곳을 찾고 또 찾다가 우연히 알게 됐다.

사진작가분들이 사진을 정말 잘 찍어온다는 것을.

그렇게 큰 호수에 비치는 모습이 아니었다는 것을.

 

 

 

혼자만의 생각이거나 우리 부부만의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육산보다는 바위가 딱 버티고 있는 악산이 더 장엄해 보이고 운치 있어 보인다.

 

 

 

 

 

 

한 바퀴 돌고 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 쏟아지는 비.

잠시 그쳐줘서 고마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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