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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방

웃는 얼굴로 행복하게

by 눈부신햇살* 2019. 6. 12.

 

 

 

 

 

 

 

 

 

<인생 후르츠>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봤다.

<타샤 튜더>와 비슷하다. 건축가였던 할아버지와 딸이 함께 만든 작은 집에 노부부가 살며 텃밭을 일구고 과실나무를 키우는 생활이다.

`집은 삶의 보석상자'라는 표현이 와 닿았다.

 

촬영 당시 할머니는 87세였고 할아버지는 90세이셨는데 할아버지는 밥을 드시고 할머니는 자주 빵을 드셔서 놀라웠다.

짧은 영화평에서 누군가가 빵순이 할머니라고 표현해 놓아서 무릎을 탁 치며 웃었다.

 

할머니는 요리를 아주 잘하셨다. 할아버지 복 받으셨네, 끼니때마다 저렇게 정갈하고 맛나게 차려 주시다니.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시종일관 웃는 얼굴로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며

모든 일을 거의 함께 하셨다. 두 분의 부지런함이 놀라웠고 부지런히 몸을 놀려서 건강하신 것 같았다.

 

할머니의 웃는 얼굴은 정말 소녀처럼 귀엽고 해맑아 보였다.

할아버지는 그런 할머니를 "나의 최고의 여자 친구입니다"라고 하셨는데

그 말에 100% 공감했다. 나도 나이 들수록 남편이 나의 최고의 친구라고 생각할 때가 많아진다.

 

사람이 슬픈 일에는 많이 공감하고 함께 해주지만

기쁜 일에 진심으로 함께 기뻐해 주는 일은 드물다라는 말들을 하는데 정말로 그렇다.

슬플 때도 함께 해서 좋지만 기쁜 일이 생겼을 때 내 일같이 정말로 함께 기뻐해주는 사람은 언제나 남편.

 

그 남편이 지난 주말에 고향에서 친구들 모임이 있어 못 올라오고

아들들도 바빠서 못 오고 나 혼자 지내게 되었다.

월요일, 서울 근처에 일이 있어 올라왔다가 집으로 퇴근을 한 남편과 함께

매콤한 깐풍기에 이과두주를 나눠 마시다가 맥주에 섞어서 마셔 보았다.

한약 맛이 나는 게 별로여서 맥주엔 소주만 섞어서 마시기로 했다.

 

중국집에서 부른 배와 적당하게 느슨해진 마음으로 나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곳으로 이사 와서 10여 년의 세월이 흐르는 사이에 더욱더 무성하게 우거진 산책로의 나무 터널 길을 걷는데

바람은 마치 맞게 살랑거렸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저녁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 기분도 바람 따라 살랑거렸다.

 

나도 저 귀여운 웃는 얼굴의 할머니처럼 웃는 얼굴로 행복하게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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