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어느 가족>을 봤다.
맨처음 감독의 작품을 본 것은 <바닷마을 다이어리>이다. 헬스장에서 운동하다 우연히 텔레비젼으로 봤던 영화인데
화면 속으로 펼쳐지는 풍경에 마음을 사로잡혔다.
마당이 있는 것도 좋았고, 그 마당의 매실나무에서 매실 따는 것도 좋았고,
좁은 골목길도 좋았고, 소소한 일상도 좋았다.
막내가 비 맞고 와서 선풍기 앞에서 젖은 몸을 말리는 장면도 좋았다.
왓챠에 가입하고 가장 먼저 검색해서 본 영화가 <바닷마을 다이어리>이다.
그것을 시작으로 <걸어도 걸어도>, <태풍이 지나가고>,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원더풀 라이프>,
<환상의 빛>을 봤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에 나오는 오다기리 죠를 큰녀석에게 닮았다고 돌맞을 소리도 하고,
<걸어도 걸어도>에 나오는 블루라이트 요코하마를 흥얼거려 보기도 했다.
키키 키린이 노래를 트는데 귀에 익은 노래라 금방 흥얼거리게 됐다. 키키 키린은 어쩜 그리 연기가 자연스러운지
우리나라의 나문희 씨를 보는 듯했다. 얼마전에 돌아가셨다니 애석한 일이다.
키키 키린의 인상적인 장면은 <앙: 단팥 인생 이야기>에서 만개한 큰 벚나무 아래에 서 있는 모습이다.
흠,하고 숨을 들이마셨던 장면. 벚꽃 핀 거리가 너무 아름다워서.ㅋㅋ
<걸어도 걸어도>를 보고나서 사람들이 착하지 않아서 놀랐다고, 특히 키키 키린이 대신 죽은 아들의 기일에 생존자를
10년씩이나 꼬박꼬박 부르는 것에 놀랐고, 며느리 뒤에서 하는 행동에 대해 말하니 아들녀석이 그랬다. 그게 현실적이지 않을까요.
세상 사람은 그렇게 착하지만도 악하지만도 않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작가의 의도 같다고.
감독도 각본도 고레에다 히로카즈이고, 무슨무슨 상을 많이 받은 감독의 역시 감독상을 받은 작품이란다.
<환상의 빛>은 감독의 데뷔작이라는데 화면이 다른 영화들보다 좀 어두워서 보기에 불편한 점도 있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여주인공의 첫 남편이 살랑살랑 손 흔들고 가는 뒷모습이 생전의 마지막 모습이었다는 것이다.
아무런 낌새도 언질도 없이 그렇게 세상을 떠버려서 여주인공에게 상처를 남기는,
어떻게 생각하면 살아남은 자에 대한 무례한 행동.
우리나라의 불륜으로 유명한(?) 홍상수 감독도 떠오르는데 영화를 볼 때마다 사람들이 너무 찌질해서 놀란다.
영화를 보다보면 짜증이 날 정도인데, 우리네 인생이란 게 다 그러지 않냐고.
항상 좋은 모습, 좋은 상황, 좋은 성격일 수만은 없다고 이제 고작 스물다섯 살짜리 우리 아들이
도 닦은 것처럼 말하네.
예전에 울할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손주에게도 배운다더니 내가 너한테도 배운다잉"
나도 아들녀석에게 배우는 나날이다.
저기 <걸어도 걸어도>에 나오는 아베 히로시와 여주인공은 <결혼하지 못하는 남자>란 일본 드라마에도 나오는데
영화 속에서 찌질하게 보이던 남자가 멋있게 나와서 달리 봤다.
요즘 우리나라는 너무 성형을 많이 해서 보기 불편한 얼굴들이 있는데
자연스런 얼굴의 배우들을 보니 왜 그렇게 열심히 성형을 할까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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