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남편이 어여뻐 보이던 날.
남편과 둘이서 저녁밥을 먹는 내내 남편에게 살포시 미소를 짓고
무슨 말끝마다 유별난 호응을 한다.
응, 그랬어?
음, 그랬구나!
그래서?
과유불급이었던가.
남편의 눈이 동그래지고 자꾸만 나를 더 바라본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왜 그러는지
엔도르핀이 지나치게 솟는지 어쩌는지 기분은 계속 하늘을 날아다니고
남편은 연애할 때만큼이나 멋지고 날씬하고 사랑스러워 보인다.
식사가 끝나고 소파에 둘이 딱 붙어 앉아 티브이 드라마를 본다.
아직 한창인 나이에 치매가 온 시어머니가 가엾고 안타깝고,
자기 친딸에게 냉정한 엄마가 의아하고,
박은혜의 적당히 통통 날씬한 몸이 삐쩍 마른 다른 여자 연예인들보다
더 보기 좋다고 얘기하며
그 사이사이 신전 기둥만큼이나 굵은 내 한쪽 다리를
남편에게 턱 얹었다가
고개를 남편에게 기댔다가
남편 볼에 쪽 뽀뽀를 했다가
남편이 좀 기특한 소리를 하면
아이고, 아이구, 그랬죠요!
하며 엉덩이를 톡톡 두들겼다.
남편이 컴퓨터를 하고 있을 땐 뒤에서 안고 볼을 비벼댔다.
그러다 끝내 한 소리 들었다.
무슨 죄 지었지?
무슨 잘못했어?
엉뚱하고 섭섭한 질문에 뚱한 표정을 지었더니
그럼 옷 샀어? 가져와봐.
이건 또 뭔 뜬금없는 소리.
으,,,,,김샜다. 관두자.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없이 앉아 있었더니 또 장난을 건다.
하지만 난 이미 김샜다. 장난칠 기분 아니다.
그러다 깜빡 소파에서 잠이 들었나 보다.
그 사이, 학교에서 돌아온 작은녀석이 내 휴대폰을 갖다 줘서
통화 끝나고 들여다보니 문자가 두 개 와있다.
그중의 하나가 이 사진이다.
이 세상 어딘가에는 초승달만 보면
내 생각이 나는 사람도 있는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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