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불꽃놀이
무슨 행사가 끝나는 마지막 순서로 불꽃놀이가 시작되면 한 10여 분 가량을 이렇게 불꽃놀이를 즐길 수 있다.
그것도 내 집 소파에 가만히 앉아서 폭죽이 터질 때마다 와우! 환호성을 지르면서.
만날 공부한다고(틈틈이 게임을 즐기는 걸 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속아 넘어가 주지만. 그나마 그것이 숨통을 트이게
하는 놀이일 거라 생각해서 안쓰럽기도 하지만.) 틀어박혀서 공부만 하는 작은녀석도 불러내어 모두 불꽃놀이 구경을
했다. 얼마전에 있었던 <고양시 꽃박람회> 마지막 행사다.
저런 불꽃놀이를 보면 대여섯 살 적 아버지가 홍역을 앓느라 열에 들뜬 나를 안고 마당 한 켠 높게 자리한 장독대에
올라가 구경하던 기억이 떠오르곤 한다. 사랑받았던 기억은 늘 가슴을 따사롭고 촉촉하게 만들곤 한다.
누굴 닮아 그런지 달과 별을 유난히 좋아해서 내 이름까지도 예쁘다고 노상 노래를 부르는 큰녀석이 불꽃놀이가 시작되자
냉큼 카메라를 꺼내다 담았다. 내 이름을 지은 할아버지께서 선견지명이 있다는 말을 아들녀석에게까지 들었다.
비록 할아버지 시대엔 촌스런 이름일지라도 세월이 지나면 아름다운 이름이 될 거라는, 뭐, 그런.
요즘엔 지 친구들에게 엄마 이름이 이렇다고 말하면 열이면 열, 참 예쁜 이름이라고 한단다.
거, 참,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다. 흠.^&^
2. 착한 동서
"내게 동서가 없었으면 어쩔 뻔 했어?" 라는 말을 늘 입에 달고 살게 만드는 내 동서.
별로 웃기지 않은 말에도 박수까지 쳐가며 큰 소리로 웃어주고, 무슨 얘기마다 맞장구를 쳐줘서
마치 내가 정말 재밌는 얘기를 하는 것처럼, 내가 꽤 괜찮은 사람인 것처럼 느끼게 해주는
착하디 착하고 순하디 순한 내 동서.
사람은 자기가 존중받을 때 행복을 느낀다고 하지 않는가.
내 동생들도 그러지 않는데 동서는 옆에 있으면 기대고 앉고,
팔을 내 무릎에다 올리고 앉고,
심지어 누울 때면 내 무릎을 베기도 하고.....
내 무릎을 베고 눕는 사람은 이 세상에 딱 둘이다.
남편과 동서.
아들녀석들은 어느 순간부터 그러면 큰 일 나는 줄 알더군.
부모님 가까이 산다는 까닭으로 무슨 행사 있을 때마다 군소리 한번 없이
생색내지 않고 부모님 모시고 잘 참석하는 동서.
아버님이야 나이 드셔서 갖는 몇 가지 가벼운 증상이지만,
일을 안 하셔서 아직도 손이 부드럽다고 말씀하시는 선비 같은 아버님 모시고 사느라
자연스레 억척스러워지셔야 했던 세월 동안의 고된 농사일에 지쳐 지금은 오히려 타고난 약골이신 아버님보다
더 망가져서 90도로 구부러진 허리와 손가락 기형, 관절염으로 걸음도 부자연스러워서 이제 뵐 때마다
안쓰러운 마음이 절로 들게 만드는 어머님.
일정하게 병원에 가야 할 때마다 그 모든 날짜를 다 체크해서
꼬박꼬박 부모님 모시고 다녀와서도 싫은 소리 한번 없는 효부인 내 동서.
요즘 세상에 그런 며느리 없다, 라는 말을 절로 나오게 만드는 동서가 있어서 참 좋다.
다른 무엇보다도 명절이나 행사 때, 가족이나 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말이 통하고 정이 통하는 동서가 있어서 나는 참 기쁘고 좋다.
<6月 11日 덧붙임>
3. 춤추는 남편
사진은 이 년 전 가을의 모습이다. 왼쪽 하단에 보면 '피프틴파크'라고 자전거를 대여할 수 있는 시설이 있다.
여기서 전철역까지 걸어서 15분가량 걸리는 길을 발급받은 카드를 카드단말기에 인식시킨 후 자전거를 빼서 타고
역까지 가서 그곳에다 반납하면 된다. 고양시가 똑똑해서 그런 줄 알았다가 우연히 어느 블로그에서 프랑스 파리에서
그런 식으로 한다고 해 깜짝 놀라 검색해 보았다.
<검색한 내용이다> 피프틴(Fifteen)은 친환경 교통수단인 자전거와 유비쿼터스 IT를 접목한 새로운 유형의 교통시스템으로 2010년 3월 경기도
에서 도입한 공공자전거 서비스를 말한다. [1] 이 시스템은 프랑스(France) 파리(Paris)의 공공자전거 임대서비스 ‘
(Velib)’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이노 디자인과 삼천리자전거, 산업은행이 공동 구성한 민간 사업체 에코바이크(주)와 함께 고양시 건설과 자전거도로팀에서 주관하고 있다. [2] ‘피프틴(Fifteen)’이라는 명칭은 자전거의 평균 속도인 시속 15킬로미터를 의미하며, 친환경 교통수단의 확대라는 도입 취지를 담고 있다.
피프틴에 관한 얘기를 하려고 했던 건 아니다.
어제, 나는 주방에서 저녁식사 준비를 하고, 남편은 거실에서 티브이를 보는 줄 알고 있었다.
남편은 대충 저런 풍경이 펼쳐지는 베란다에서 밑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베란다 왼쪽으로 이런 풍경이 있고, 오른쪽으로 보면 불꽃놀이를 봤던 풍경이다.
베란다와 발코니가 헷갈린다. 아마도 정확히 표현하면 발코니인 걸로 안다.
발코니에서 풍경을 보던 남편이 갑자기 엉덩이를 흔들흔들 살랑살랑 어깨를 들썩들썩 춤을 추고 있다.
뭔 일이래? 생각하며 티브이를 보니 검은색 선글라스를 낀 김건모가 '내 마음 당신 곁으로'를 부르고 있다.
음, 음악이 쫌 흥겹긴 하네.
그치만 춤추는 뒷모습이 쫌 우끼기도 하다. 음핫핫!
함께 산에 다녀와 샤워하고 난 뒤라 티셔츠에 편안한 육부 길이의 파자마 차림이다.
한참을 바라봐도 모른다.
여전히 살랑살랑 흔들흔들......
"춤 잘 추는데?"
그제야 뒤돌아보며 수줍게 씩 웃더니 티브이 앞으로 와 김건모와 마주 보면서 살랑살랑 흔들흔들 춤을 추더군.
생각해보니 남편과 함께 춤춰본 적이 없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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