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필순의 '나의 외로움이 너를 부를 때'에 심취해 있었다.
꽤 늦은 밤인데 전화벨이 울린다.
초등학교 동창의 이름이 뜬다.
- 어, Y야, 늦은 밤에 왜?
초등학교 동창회를 고향 근처에 사는 친구들 몇이서 따로
고향에서 하는데 고향에 내려간 김에 거기 참석했단다.
남자 동창 둘이 나의 안부를 궁금해해서 바꿔준단다.
먼저 낭개동이란 작은 마을에서 함께 살던 친구다.
몇 번인가 짝꿍도 했었던.
그 친구가 그런다.
며칠 전, 내가 살던 집을 허물었단다.
그 땅이 자기 소유란다.
그거 허무는데 내 생각이 무지하게 나서
맥주 다섯 병 사가지고 가서 아는 동생에게 허물라고 하고
자기는 옆에 앉아 술 마셨단다.
- 이 자리가 내 친구가 살던 집이다......
그 말을 하는 목소리의 톤이 내 마음을 묘하게 건드려서
하마터면 울 뻔했다.
Y의 말이 나는 남자동창들의 로망이란다.
도회지에서 전학 온 여자아이가 할머니하고 단둘이 살다가
졸업과 동시에 다시 가버린 나에 대해서
묘한 환상들을 갖고 있다.
지천명이 낼 모렌데.
얼굴은 자글자글, 팔뚝엔 군살이 터덜터덜,
하물며 요즘은 갱년기 증상인지 시도 때도 없이
우울하고 외롭다고 저녁마다 지방에 있는 남편에게 하소연 중인데......
아직도 그렇게 애틋하게 생각해줘서 고마운데
어쩔 땐 그 환상이 무서워 너희 앞에 나타나기 겁난다는 거
알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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