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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 축 " 1등!!!

by 눈부신햇살* 2008. 12. 15.

작은녀석이 이번 기말고사 11개 과목에서 국, 영, 수는 만점을 받고, 총 네 문제 틀리고 평균 98.73으로 반에서 1등을 했다.

 

녀석이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는 그저 그냥 상위권에 머물고 있으려니 했다.

큰녀석이 초등학교 내내 공부를 잘 해 이런저런 상을 자주 받아왔던 터라 그에 비해 숫자적으로 적은 양의 상을 받아오는

녀석에게 별 기대가 없었다고나 할까. 더군다나 어느 하루는 알림장에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준비물을 잘 챙겨오지 않는다고

신경 좀 쓰라고 질책하는 글까지 적혀 왔었다.

거기에 대한 내 답변은

 

<저는 아이의 준비물을 절대로 대신 챙겨주지 않습니다.

  그건 어디까지나 아이가 할 일입니다.

  준비물을 챙겨오지 않으면 따끔하게 혼내 주세요.

  그럼 다음부터 잘 챙겨오지 않을까요.  >

 

그리고 마지막 인삿말을 <수고하십시요> 라고 했던가, <감사합니다> 라고 했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이 얘기를 막내동서와 지인 몇 사람에게 얘기했더니 깜짝들 놀랬다. 나는 단지 아이의 일은 아이 스스로 하는 자립심을 키워주고

싶었을 뿐이다.

 

작은녀석이 초등학교 5학년 때인가는 내내 2등만 해왔다. 반에 전교 몇 등하는 아이가 한 명 있어서 1등은 해볼수가 없다나. 큰녀석이

공부를 잘하긴 했어도 어쩌다 한번 1등을 했던가 말았던가 하곤 늘 2,3,4등을 오락가락했으므로 작은녀석의 등수도 별로 귀담아 듣지

않고 넘기곤 했다. 그러다 6학년이 되던 첫 시험에서 1등을 했다고 기고만장해서 집에 들어섰다. 그때 처음으로 등수에 대해서 예민하

게 반응하게 됐는데 그도 그럴 것이 반에서 1등이고 전교에서는 3등이라 했다. 반에서 1등이라는 말보다 전교에서 3등이라는 말이 더

귀에 쏙 들어왔다. 종이에 성적표가 떡 박혀서 전교 3등이라고 써있는 것도 아니어서 긴가민가하며 요모조모 물어보며 신통해 했는데

다음날 교회에서 마주친 한반의 학부형 엄마가 나를 붙들고 한턱내라고 성화를 하는 바람에 믿게 되었다. 어떻게 공부를 시키느냐, 학

원은 어디를 보내느냐...... 보습학원은 한번도 보낸 적이 없어서 딱히 해줄말도 없었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5학년까지 다니던 피아노

학원이 이사를 가자 그 다음부터 영어학원에 보낸 것이 전부였다.

이전의 피아노학원과는 달리 간혹 영어학원 선생님이 고객관리 차원(?)에서 집으로 전화해 형제가 어쩜 그리 인물이 잘나고, 키가 크며,

온순하고, 공부를 잘하는냐, 감탄사를 늘어놓으면 돈 받고 가르치니 내게 뭐그리 싫은 소리를 할까 싶었다. 단지 둘 다 말수가 적다고

말하면 그 말이 가장 듣기에 좋지 않은 말이었다고나 할까.

 

6학년이던 지난해 연말에 전학과정을 밟으러 학교에 갔다가 담임선생님과 마주 앉게 되어 그제서야 넌지시 물어보았다.

"우리아이가 집에 와서 하는 말이 지가 전교에서 3등이라던데 성적표에 석차가 또렷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그걸 어찌 알며 또 그 말이

맞나요?"

선생님은 웃더니 맞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공부는 아주 잘해요. 이 정도만 하면 서울의 좋은 대학교도 얼마든지 갈 수 있을거예요."

그러나 녀석은 자기 주장이 강해서 때론 선생님이 뭐라 하실 때도 그 말이 자기 판단에 옳지 않으면 듣지 않을 때도 있고, 친구들 사이

에서도 자기 주장이 강해서 독선적일 때가 있다고 했다. 남자라면 그런 면도 있어야 한다고 흔히들 생각하고 얘기하지만 사회 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는 과히 좋은 성격은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협동심을 좀 길러야 한다고......

 

이곳의 엎어지면 코 닿는 중학교에 입학하고 학기초의 실력평가에서 반에서는 1등, 전교에서는 4등했다고 교장선생님이 반에 오셔서

앞으로 나오라고 해 우리 학교를 빛낼 인물이라고 반 아이들에게 소개하셨다던 날 양쪽 겨드랑이에 날개라도 달린 양 으쓱으쓱거리며

붕 뜬 마음으로 집에 돌어와 자랑을 늘어 놓았다.

"아이고, 우리 아들, 정말 장하네!"

호호호 손뼉치며 웃으며 좋아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도 평균 95점이 넘으면 교장선생님께서 교장실로 불러서 5천 원권 문화상품권을 상으로 주곤 해서 몇 번 받아와 기가

살곤 했는데 반 아이들 앞에서 <우리 학교를 빛낼 인물>이라는 찬사를 받고보니 좀처럼 땅이 발바닥에 닿지 않는 기분이었던가보다.

 

그러나 그 이후로 두 번은 2등을 했고 한 번은 4등을 했다. 2등을 할 때까지만 해도 그러나보다 했는데 4등을 했던 날은 집에 와서 저도 울고

우리 부부도 기분이 별로였다. 알고보니 그 반의 반장 아이가 초등학교 때 전교에서 1, 2등을 하던 아이란다. 우리 아이처럼 놀지도 않고

학원도 많이 다니며 쉬는 시간에도 공부, 방과후에도 오로지 공부만 하는 아이란다. 우리는 올한해 또 초등학교 5학년 때처럼 맡아놓고 2등

만 하겠구나, 생각했지만 3등도 아닌 4등을 하고 오니 가슴 한켠으로 올라오는 실망감을 숨길 수가 없었다.

 

그랬는데 이번 기말고사에 뜬금없는 제안을 해왔다. 자기가 이번에 반에서 1등하면 휴대폰을 신형으로 바꿔줄 수 있느냐고.

생각해보는 척 하긴 했지만 전교에서 몇 등 안에 드는 반의 1등을 제가 어찌 제치고 1등을 한단말인가. 더군다나 저는 영어학원 달랑 1개

다니며 모자라는 과목은 학원을 보내준다고 해도 학원에 얽매이는 것 같아서 싫다면서 그렇다고 집에 와서 예습 복습을 착실하게 하는

것도 아니면서.

 

다 쓰고 등록 누르니까 갑자기 에러가 나서 이후의 글들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아흑.....

 

아무튼 코피 두 번 쏟고 이뤄낸 1등의 후유증이 크다.

휴대폰 45만 원에, 읽고 싶은 책 15만 원에, 넬의 DVD 6만 6천 원에...

등이 휘는 1등의 무게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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