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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요즈음의 나는...

by 눈부신햇살* 2008. 9. 4.

 

 

어느 풀꽃카페에서 다달이 풀꽃사진을 모아서 보내오는데 그중 잘 생긴 이 배롱나무 사진이 맘에 들어 컴배경으로 깔고 다운 받아 놓았다. 요즘엔 남이 찍은 사진 함부로 퍼가면 뭐시라뭐시라 한다는데 가만히 앉아서 멋진 사진을 받으니 이게 웬 떡이냐 싶었다.

몇 년 전부터 저 배롱나무 한 그루와 산수유 한 그루 자귀나무 한 그루, 꽃도 이쁘고 수피도 독특하며 열매도 향기로운 모과나무 한 그루를

시골집 마당에 심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여지껏 생각만하고 시골집 마당에 꽃 한포기 심지 않았다.

 

올여름 남편의 고향친구 동반 모임 때문에 시골집에 갔을 때는 담장 밑으로 더덕꽃이 한창이어서 사진으로만 보다가 실물로는 처음 보는지라 그 어여쁨에 탄성을 내질렀다. 시골 태생 같지 않은 남편은 역시나 더덕꽃인 줄 몰라보다가 내가 더덕꽃이라고 하니까 확인하는 눈빛으로 어머니를 쳐다보았다. 어머니는 역시 서울 태생 같은 며느리가 더덕꽃을 알아보는 것을 신기하게 생각하는 눈치로 맞장구를 쳐줬다. 너희 시동생이 어디서 캐다가 심어 안놨냐.

 

며칠 전에는 작은녀석이 휴대폰을 잃어버렸다. 손님이 한창 붐비는 아르바이트 시간에 작은녀석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으니 나이답지 않게 굵은 녀석의 목소리보다 좀 더 굵은 생소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자신이 휴대폰을 버스에서 주웠는데 어디로 가져가면 되느냐고 물었다. 그 버스는 우리 아파트단지 밑에서 출발해 일산시내를 빙 돌아 내가 일하는 상가단지 밑을 지나 종점인 대학병원으로 가는데 시내의 학원에 나가던 녀석이 흘린 휴대폰을 마침 상가단지 근처에 사는 사람이 주워서 가지고 오는 참이었나보다. 아주 수월하게 작은녀석이 잃어버린 휴대폰이 내 수중으로 들어왔다. 그때가 6시 못 미쳐였는데 6시쯤 되어서 녀석이 휴대폰을 잃어버린 것을 알았는지 분실신고를 해놓았다.

내 코 밑까지 와서 휴대폰을 건네주고 간 사람은 마음처럼 얼굴도 잘 생긴 대학 1,2년생으로 보이는 요즘 많이 거론되는 훈남 스타일이였다. 아, 세상은 아직 살만하구나, 그 작은 일에 나는 감탄하고 또 감탄했다.

 

웃긴 것은 집으로 돌아와 잃어버린 네 휴대폰을 내가 가지고 있다고 했더니 안심 반 실망 반하는 녀석의 태도였다. 이참에 휴대폰을 바꿀 수도 있다고 기대하고 있는 중이였는갑다. 녀석,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만 동이째로 마셨다.

 

집에 있을 때는 시간이 널널하더니 아르바이트 하러 다닌다고 할 때부터 시간에 쫓기는 일상이 되었다.

그래도 하루 한 시간씩 걷기는 꾸준히 할려고 노력 중이다. 맘 속으로 멋진 몸매의 나를 그려 보면서.

아니 멋진 몸매까지는 아니더라도 맵씨 있는 아줌마의 모습을 그려 보면서.

 

출판사에 다니던 친구가 자신의 출판사를 차리면서 낸 몇 권의 책 중에 한 사진작가의 여행기가 있어서 인터넷으로 작은녀석이 원하는 책들을 사주면서 그 책도 한 권 주문했다. 잔뜩 기대를 가지고 앞뒷장을 살폈다. <펴낸이>에 박혀 있을 친구의 이름을 확인할 요량으로.

전혀 낯선 이의 이름이 박혀 있다. 이게 어찌 된 일이람?

당장 친구에게 전화해서 물어볼까 생각하다가 동업하나? 하는 생각을 하다가 나중에 얼굴 보면 물어보지 뭐,하고 마음을 접었다.

그러다 뒤늦게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으니 그 친구 색시의 이름인가보다.

 

여행기는 작가의 열 번째 책이라는데 퍽 맘에 든다.

작가의 의도한 바가 여행을 떠나고 싶어지는 거라면 일단은 성공한 거 같다.

책을 보면서 맘 속으로 생각했다. 대박나라!

 

이따금 친구들 얘기까지 시시콜콜하게 주고 받는 남편과 나는 서로를 누구와 연관시켜 놀리는 적이 있는데 남편은 이 친구와 나를 연관시켜 놀린다. 이 친구도 나를 좋아하고, 나도 이 친구를 좋아한단다. 부정하지 않고 가만히 모나리자처럼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만 짓고 있었더니

누가 누구를 좋아하는 맘까지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는 노릇이고, 누가 누구를 좋아하는 것이 그리 나쁜 일은 아니니 맘껏 좋아하라고 해서 새삼스런 눈길로 남편을 바라봤다. 왜 그렇게 멋진 말을 하는데? 사람이 달라 보이잖아. 씨이.

그래도 내 노후 설계는 당신과 내가 전원주택에서 알콩달콩 텃밭 가꾸며 가끔씩 찾아오는 자식들에게 맛난 밥 해주는거우. 

노년에도 지금 주변사람들이 우리를 보는 눈길처럼 그렇게 사이좋게 잘 삽시다.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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