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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봄날의 일상

by 눈부신햇살* 2008. 4. 10.

 

5년간의 운동에 대한 시간과 돈 투자와 선천적인 대물림으로 나이에 비해 날씬한 편인 남편이 걸핏하면 내 뱃살을 움켜쥐길래

어느 순간 자존심이 확 상한 나는

"도대체가 말이야, 어따 기준을 맞춰야 될 지 모르겠어. 아가씨 적에는 말라서 싫다더만

이제는 살쪘다고 뱃살을 움켜쥐며 은근히 뭐라 카는겨? 아, 어렵다. 그 기분 맞추기..."

이렇게 열을 올리며 맘속으로 다짐했다.

내 기분 드러워서 고깟 살, 빼고 만다. 맘만 먹으면 빼지 뭐.

그래서 살빼기, 특히 똥뱃살 빼기 최고라는 걷기를 하기로 했다. 마침 이곳에는 걷거나 달릴 수 있게끔

긴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어서 운동하기에는 그만이였다. 근 3개월을 하루에 한 시간 반쯤 , 만사를 제치고

그 시간만큼은 확실하게 지켜 걸었다.

처음엔 기진맥진해서 돌아오던 것이 하루 이틀 지나자 한 시간 반을 걸어도 어느 정도 쌩쌩해서 돌아오게끔 되었다.

문제는 몸은 건강해진 느낌이 드나 살이 빠진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옷 치수도 여전히 28 인치이고.

그러다 몇 주 전 일요일에는 남편과 함께 걷게 되었는데 뒤에서 오던 남편이 무슨 말끝엔가

"아줌마 궁뎅이가 참 크네요."

그러는 것이다. 아니 남은 죽기살기로 운동을 하고 있는 판에 빈 말로라도 기를 살려주지는 못할 망정 그 무슨 재 뿌리는 소리란가.

가만히 듣고만 있을 난가. 지지 않고 한마디 했다.

"세상에, 내 엉덩이가 크면 그럼 당신 형수님들과 동서의 엉덩이는 뭐냐?"

"당신은 큰 엉덩이, 형수님들과 제수씨는 대빵 큰 엉덩이."

그렇다면서 하하하 큰 소리로 웃는 것이다. 뭐가 재밌다고. 남의 기분은 팍 상해서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는구만.

아무튼 토라지고, 달래고, 그래도 안 풀고, 다시 달래고, 계속 화가 안 풀려서 쫑알대는 통에 남편이 중간에 혼자 집으로 가버렸다.

흥, 그렇다고 나 혼자 못 걷나 뭐. 나 혼자 30분은 더 걷고 들어갔다. 그 다음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니 생략.

남편이 애교스런 집을 보면 은근히 부러운 마음이 드는 것이 요즘 나의 마음이다. 우리 남편은 애교와는 담을 쌓았다.

왜 여자만 애교 많아야 사랑받는다고 생각할까, 남자도 곰살스런 맛이 있어야 사랑받는 것을. 흥!

 

며칠 전, 역시나 걷기를 마치고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맞은 편 화단 밑에서 할머니와 오십 대쯤 되어보이는 아주머니가 서 계셨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할머니는 쑥을 뜯고 따님쯤 되어 보이는 분은 그냥 서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거 쑥 아닌 것 같애."

하는 말이 들려 돌아보니 세상에나 화단에 심어 놓은 감국인지 산국인지 국화 잎을 뜯고 있는 것이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할머니, 그거 쑥 아니에요."

말씀 드렸더니

"이게 쑥 아니라고? 아냐, 이거 쑥이야."

그러시며 계속 뜯으셨다.

"그거 쑥 아니라니깐요. 감국인지 산국인지 국화의 일종이에요."

그래도 할머니는

"아니야, 이거 쑥이야."

하며 뜯고 계셨다.

세상에, 언젠가 라디오에서 들은 얘기로 어느 봄날 아파트 화단에서 새댁이 뭘 열심히 뜯고 있길래 봤더니 국화 잎이어서 지나가던 할머니가

"새댁 그거 쑥 아니야. 국화야."

했다던데 할머니 연세쯤이면 쑥이 아니란 걸 알고도 남으실 텐데 국화잎을 쑥이라고 하시다니. 눈이 침침해서 그러신가.

어느 분이 그러시는데 어느 화단에는 아예 <쑥 아니니 뜯어가지 마십시요>하고 쓰여 있단다.

 

 

 

가끔 네이버에서 사진 구경을 하는데 이 사진이 맘을 잡아 끌어 하나 가져왔다.

때론 사람의 뒷모습이 더 많은 말을 더 정확하게 한다고 한다. 저들의 뒷모습에는 '행복해' 라고 쓰여 있다.

저 분위기도 좋아 보이지만 젊은 엄마의 날씬하고 맵시나는 뒷모습에도 많이 끌린다.

확연히 드러나는 낭창낭창해 보이는 허리, 가늘고 쪽 뻗은 종아리, 날씬한 다리에 딱 어울리는 샌들까지 이쁘다.

우습게도 당장 인터넷 뒤져서 저런 유형의 샌들을 하나 장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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