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에서 두 번째로 들른 곳은 지리산에 있는 화엄사이다.
헤아려보니 무려 사십여 년 전에 한 번 다녀갔던 곳인데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처음 와 본 곳이다.
손톱만큼 남은 기억이 있다손 쳐도 그 기억과 사뭇 다른 풍경이다.
젊은 날에 친구와 다녀갔다는 남편 역시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한다.
맨 처음 여수 향일암에서 보았던 동자승 석상들인지라 그때의 여행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오늘(5월 2일)은 사성암 동자승에 이어 두 번째로 본다.
오른쪽은 보현동자(普賢童子)
보현보살이 동자로 화현한 것으로 석가모니불의 우보처로 진리의 광대행을 맡고 있으며 행원(行願)의 실천을 나타내기 위하여 코끼리를 타고 있다.
특이하게도 화엄사엔 일주문을 지나 금강문을 지나 천왕문까지 문이 세 개 있었다.
좌 : 북방 다문천왕(多聞天王)
수미산의 북방(북구로주)을 수호하고 재복부귀를 맡고 항상 부처님의 도량을 지키고 설법을 많이 들으며 불법을 옹호하는 천왕
우 : 동방 지국천왕(持國天王)
수미산의 동방(동승신주)을 수호하고 백성을 편안케 하며 나라를 잘 다스리고 지키는 천왕
좌 : 남방 증장천왕(增長天王)
수미산의 남방(남섬부주)을 수호하고 항상 염부제 중생을 관찰하고 더욱 길고 넓게 중생의 이익을 증장시켜 주는 천왕
우 : 서방 광목천왕(廣目天王)
수미산의 서방(서구야니주)을 수호하고 위엄으로 나쁜 것을 물리치고 넓고 큰 눈으로 국토를 바르게 지키고 중생을 이익되게 해주는 천왕
보제루의 오른쪽을 돌아서 오르면 화엄사의 중심 영역이다.
주위를 둘러싼 전각의 지붕이 꽃잎처럼 아름다운 곡선을 이루어, 마치 연꽃 속에 있는 듯한 아늑함을 준다고 한다.
이곳에 오르면 바로 대웅전이 보이고, 왼편으로 이 각황전이 보인다.
대웅전과 동쪽에 있는 오층석탑, 각황전과 서쪽에 있는 오층석탑으로 이어지는 2개의 축은
두 개의 일탑일금당(一塔一金堂)을 한 곳에 모아 둔 듯하며,
이는 주 불법인 대웅전보다 각황전이 훨씬 큰 기형적 구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배치한 것으로 화엄사만의 매력이라고 한다.
구례 화엄사 동 오층석탑은 화엄사 대웅전 앞에 동서로 서 있는 쌍탑 가운데에서 동쪽에 자리하고 있는 탑이다. 신라 말기 헌강왕 원년(875)에 도선 국사(道詵 國師)가 풍수지리설에 따라 조성한 탑이다. 화엄사의 대가람이 백두산 혈맥의 웅대한 힘과 섬진강 태극의 힘에 술렁거리는 배와 같은 형국이므로 부처님 사리를 봉안한 두 탑으로 움직임을 가라앉히고, 가람에 원만한 기운이 감돌도록 하였다. 부처님의 모든 법이 거짓과 꾸밈이 없고 순수하여 진실 그대로 참된 진리임을 증명하는 탑이다. 곧 부처님 도량은 참된 장소요, 세계요, 법계라는 것을 증명하는 탑으로, 증명탑, 다보탑, 다보분좌탑이라고도 한다.
탑의 오층은 삼계(옥계, 색계, 무색계)와 보살계, 불계를 표현하고, 단층 기단은 일승법(一乘法)을 뜻하며, 장식이 없는 것은 청정한 마음을 표현한다. 이 탑의 사상은 부처님과 보살과 사람의 성품은 둥글고 원만하여 차별이 없고 꾸밈이 없으며, 평등한 마음의 세계가 곧 화엄 세계요, 연화장 세계라는 것을 나타낸다. 1999년에 이 탑에서 사리 8과와 330여 점의 성보유물이 나왔다.
*일승법 : 모든 중생이 부처님과 함께 성불한다는 석가모니의 교법
대웅전으로 오르는 층계 옆 왼편으로 괘불지주가 세 개 서 있다.
괘불지주(괘불석주)는 큰 법당 앞에 세워서 야외 법회 행사 때에 괘불(掛佛)을 거는 석주물이다. 괘불은 평소에는 말아서 불단 뒤의 궤(机)에 보관하다가 특별한 행사가 있을 경우 불전 앞마당에 괘불지주를 설치하고 괘불을 걸어 야외 법회를 진행한다. 현재 괘불(화엄사영산회괘불탱)은 화엄사 성보 박물관에 보관하고 있다.
보통 석가탄신일 · 천도재 같은 큰 법회나 의식은 사찰 안의 넓은 야외에서 여는데 이를 `야단법석'이라고 한다. 흔히 `여러 사람이 몹시 소란스럽게 법석을 떠는 것'을 야단법석이라고 하는데 이는 여기에서 유래하였다.
여기서 잠깐!
각황전과 원통전 사이에 서 있는, 서 오층석탑 뒤로 보이는 나무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화엄사의 흑매화나무가 아닌가 싶다.
각황전 앞에서 서성거리는데 어디선가 꽃향기가 솔솔 날아왔고,
향기의 진원지는 이 영산홍 키 작은 나무였는데 믿을 수가 없었다.
여태껏 나는 영산홍에서 꽃향기를 맡아본 적이 없어 믿지 못하고
나무 가까이 다가가서 코를 킁킁 벌름거려 보았다.
정말 여전히 믿을 수 없게 참 향긋한 꽃냄새가 진하게 풍기는 것이었다.
이 계절에 도드라지는 꽃 색깔에 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던 사람들은
꽃향기에 매료되어 모두 화들짝 놀라며 웃는 얼굴이 되곤 하였다.
각황전 옆 길로 접어들어
긴 계단을 오르면
화엄사 사사자삼층석탑의 특이점은 네 마리의 사자는 각각 입모양이 다르게 표현되어 있는데
입을 벌린 정도에 따라 신성한 언어 또는 희로애락(喜怒哀樂)을 상징한 것이라고 한다.
1. 사자가 입을 크게 벌려 이빨을 드러낸 것은 `A(아)' 발음
2. 보통으로 벌린 것은 `U(우)' 발음
3. 작게 벌린 것은 `M(훔)' 발음의 표현이며
4.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은 `M' 발음 뒤에 따르는 침묵의 상태를 암시
즉 이 탑 속에 우주의 모든 진리가 함축되어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사료된다고 한다.
석탑을 마주 보고 있는 이 석등의 중심 인물상은 화엄사의 창건자로 알려진 연기조사와
그의 모친이라는 설, 스승과 제자라는 설 등 다양한 해석이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네 마리의 사자만 탑을 받치고 있는 것은 아니어서 놀람.
각황전 지붕이 빼꼼히 보이고 넓게 펼쳐지는 이맘때의 지리산의 색감에 감탄했다.
다시 층계를 내려오며 바라보는 각황전은 참 웅장하다.
영산홍 향기도 다시 한번 맡아주고,
대웅전과 화엄사의 중심 영역을 다시 한번 눈으로 훑고,
범종각을 가까이서 바라보며 보제루 옆 층계로 내려간다.
저절로 웃음이 나는 연초록 길을 달려가며 이제 어디로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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