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들네엔 며느리 따라 벨기에에서 비행기 타고
멀리 우리나라까지 날아온 고양이 두 마리가 있다.
둘 다 암컷이고 한 뱃속에서 나온 자매다.
자매지만 생김새는 전혀 다른데 한 마리는 엄마를 닮고
한 마리는 아빠를 닮은 것이라 한다.
큰아들네가 벨기에에 다니러 갔을 때
내가 열흘 남짓 집사가 되어 돌봐준 적이 있다.
그때 나는 고양이에게 흠뻑 빠지게 되었다.
열흘이 되어 큰아들네가 돌아올 때에
나도 우리 집으로 돌아오는데
고양이들의 얼굴이 내 눈앞에 어른거렸다.
그리고 이따금 그 아이들의 안부도 묻게 되었다.
오랜만에 아들네 집에 가도 아주 낯설어하지 않고
머리를 쓰다듬으라고 들이 밀어 여전히 귀여운 녀석들이다.
방학 숙제로 롱앤숏 스티치로 고양이를 수놓는 도안이 주어졌다.
A4 용지보다 조금 작은 크기의 고양이 도안의 빈 공간을 모두 메꿔야 해서
실도 만만치 않게 들어가며 시간 또한 많이 걸려 약 20여 일을 꼬박 붙잡고 있었나 보다.
밥만 먹고 나면 수틀을 붙잡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나는 내가 자수가 아닌 바느질을 참 좋아한다는 것을 이번에 깨달으며
굳이 프랑스자수가 아닌 퀼트나 홈패션을 해도 적성에 맞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무튼 그렇게 오래 걸려 수놓기를 끝내고 나니 홀가분함도 있지만
허전함도 따라붙는 것은 왜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게 마음의 힐링을 주던 프랑스자수는 뜻하지 않게 어깨의 근육통을 남기는 통에
5월이 되어 고급반 수업 시작할 때까진 당분간 정말로 나도 방학을 해야겠다.
<덧붙임> - 5월 11일
남편이 이렇게 액자에 넣어 현관 입구 벽에 걸어주었다.
궁궐에 가면 입구에 세워둔 해태상처럼 우리 집의 액을 막아준다는 의미가 있다면서.
그 해석이 우스워 깔깔거렸지만 속으로는 많이 고마웠음.
그래서 우리 집 현관 입구 벽에 이렇게 오래전에 만들었던 십자수 앨범과 함께 나란히 걸리게 되었음.
희한하게도 남편이 저 십자수 작품을 나보다도 더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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