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 아트의 거장인 앤디워홀은 "사진의 좋은 점은 바로 사진 속의 사람은 변하더라도 그 안에 담긴 추억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라고 말하며 사진에 담기는 추억과 그 불변성에 대해 논했다고 한다.
7월 24일
여름 하늘이 주는 이런 풍경이 있어 더운 여름을 참아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끔 좋아하는 풍경이다.
텅 빈 거리, 쏟아지는 햇빛, 둥실둥실 뭉게구름 뜬 파란 하늘 아래 고요한 적막.
초등 고학년 3년 동안 머물렀던 고향에서 옆 동네 고모네 집에 자두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수확할 때면 박바가지에 가득 담아 맛보라며 가져다주곤 했는데
자두를 먹을 때면 이따금 그 풍경이 떠오른다.
고모네집 자두나무가 있던 뒤꼍으로 가는 길목, 고모의 환한 웃는 얼굴, 자두의 달콤함.
이래저래 나는 자두가 좋다.
7월 25일
뙤약볕 아래 무럭무럭 자라나는 초록 벼들.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희한한 생김새의 구름.
7월 27일
쓰레기 분리배출장에 가다가 나무 밑에 있는 이 곤충을 발견하고서 처음엔 아이들 모형 장난감인 줄 알았다.
검색에 검색을 거듭한 결과, 애는 사슴벌레가 아니고 `장수풍뎅이' 수컷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며칠 후에 서천 국립생태원에 가서 다시 보게 되어 반가웠다.
꽤 큰데 곤충 중에 커서, 머리에 멋진 뿔도 달고 있어 남자아이들이 좋아하는 곤충 중의 하나라고
초등학교에 자연 수업 나가시는 둘레길 걷기 사진작가쌤께서 말씀해 주셨다.
어째, 내게도 많은 것을 알려주고 계시네......
7월 28일
덥다고 불 앞에서 조리하는 수고를 덜어준다며 외식을 자주 하게 되었다.
그래서 반찬가게도 여름이 성수기이고, 김장 끝난 늦가을부터 겨울이 비수기다.
뜨거운 여름날은 뜨거운 불 앞에 서는 것이 고역인 계절.
자주 가는 음식점이 몰려 있는 건물에서 밥 먹고 과식에 부대껴하며 신정호 둘레길로 올라가며 보는 이쁜 여름하늘.
꼬리조팝나무 개화기도 길구만.
화려한 색감의 콜레우스.
꽃도 예쁘고 개화기도 길어 더 마음에 드는 백일홍.
8월 3일
시골집 마당에 올해도 분꽃이 피었습니다.
해거름 저녁 지을 때 되면 꽃잎을 활짝 펼칩니다.
제가 풀 뽑아주고 솎아주고 자리 잡아 준 꽃이라 더욱 반갑습니다.
8월 4일
개구리 무늬도 귀엽고, 손가락 같은 발가락도 귀엽고.
조롱조롱 송알송알 맺힌 물방울도 귀엽다.
고장 난 에어컨 때문에 어머니 모시고 탑정호로 피신.
바람 쐬고 아들네와 팥빙수 먹으며
익숙하고 정든 추억거리도 많은 탑정호에 온 것이 더 좋으신 어머니.
8월 6일
뒤늦게 넷플릭스에서 `나의 해방일지'를 몰아보며
우리 부부가 일산에서 강변북로를 타고 관악구의 작은아들에게로 갈 때면
내가 늘 감탄하곤 하던 한강가의 멋진 풍경들이 나와서 좋았다.
내가 멋지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연출가도 멋지다고 생각했구나!
해피엔딩도 마음에 들었다.
힘내라, 행복해라! 염미정! 구씨! 염미정 일가족!
이 여름에 보는 드라마의 무대가 땀 뻘뻘 나는 한여름의 서울을 감싸고 있는 경기도라서 더 좋았다.
이열치열? 말 되나?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데 경기도는 노른자 서울을 감싸고 있는 흰자 같다는 표현이 신박했다.
그러고 보니 정말로 경기도는 서울을 감싸고 있네!
8월 10일
이틀의 휴일 중에 두 끼의 외식 중 한 끼는
그새 단골이 되어가고 있는 호숫가 초밥집에서 먹고 신정호를 돌았다.
이 무더위 속 6시 즈음엔 여전히 말할 수 없이 더워 호수를 돌고 있는 사람이 드물었고,
돌다 보니 온통 비지땀을 뻘뻘 흘려 등판이 다 젖어 돌아왔다.
그래도 땀 한바탕 흘리고 나면 시원한 느낌이라고 생각하지만
일요일엔 무서워서 집콕하였다. 아, 무서운 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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