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창문 너머 저 멀리 산등성이에 구름이 하얗게 그림을 그리고 있던
토요일 오전에 시가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세 남매가 번갈아 휴일에 어머님을 보살펴 드리러 가고 있다고 말하고 싶지만
꼭 맞는 표현이 아닌 것이 시동생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거의 매주 시댁에 내려오고 있다.
저 멀리 설화산 중턱에도 구름이 척 걸쳐져 있었다.
길을 달려가는 짧은 시간 동안 점점 구름이 흩어지고 있다.
장마철인지라 공주시 정안의 산골짜기 사이로 난 길을 가다 보면
혹시라도 산사태가 난 곳이 있을까 염려스러워 이번엔 유구를 거쳐 가기로 했다.
가는 길에 계룡산 동학사 진입로에 있는 기찬막국수 집에서 이날도 어김없이
막국수 육수 맛에 감탄하며 흐린 날이라 따끈한 메밀 전병까지 추가하여 먹고
포만감에 배 두들기며 나와 멀리 멋지게 구름을 걸치고 있는 계룡산 꼭대기를 바라보았다.
전국에서 살기 좋은 도시 몇 순위 안에 꼭 꼽히곤 하는 규모는 작지만
깔끔하고 한적하고 생활의 편리함을 다 갖추고 있는 계룡시에 접어들어
고즈넉하고 한적해 평화스러워 보이는 전원주택가를 구경하다가 시댁에 갔더니
시동생이 커다란 솥에 옥수수를 삶고 있었다.
집에 다니러 온 쌍둥이 딸들이 서울로 돌아가기 전 이맘때 딱 맛이 제대로 든
(이때를 놓치면 딱딱해져서 덜 맛있기 때문에) 옥수수 맛을 보여주려고 삶고 있다는 부성애 넘치는 아빠.
덕분에 우리도 도착하자마자 막 삶은 따끈한 옥수수 맛을 보게 되었다.
정말로 옥수수 맛이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닌 딱 좋은 때였다.
시동생과 남편은 집안 청소를 하고, 나는 세탁기를 돌려 빨래를 널어놓고
우리 부부는 주간보호센터에 어머니를 모시러 갔다.
시내에서 회덮밥으로 저녁을 먹고, 어머니 바람 쐬시라고 탑정호로 드라이브를 갔다.
입가심으로 자몽에이드 두 잔 사서 어머니 하나 드리고, 우리는 나눠 마셨다.
다음날 오전엔 수확 때를 놓치면 안 된다 해서 기온이 더 오르기 전에 옥수수를 땄다.
생전 처음 해보는 일인데 수확의 기쁨과 즐거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시간이었다.
수확의 즐거움에 비례한 땀도 한바탕 쏟아내야 했다.
밭에 오며 가며 바라보는 도라지꽃이 예쁘다.
아직 벌어지지 않은 꽃봉오리 지그시 눌러서 톡톡 터뜨리는 깨알 재미도 놓칠 수 없다.
지난번에 이리저리 모종을 옮겨 심으며 질서를 잡아주었던 봉선화와 분꽃이 피었다.
생전 처음 보는 장미꽃 같은 봉선화 꽃을 어디선가 생긴 그대로 `장미봉선화'라 한다고 보았다.
그 마당 한 귀퉁이엔 어쩐 일인지 죽은 개구리 한 마리가 시선을 확 잡아끌었다.
점심 무렵에 시동생네 부부가 왔다.
이번엔 내가 옥수수를 삶아 놓았다.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옥수수.
내 주변 사람들은 다들 옥수수를 무지하게 좋아하는구나.
친정에 가도 모두 옥수수를 좋아해서 계절 가리지 않고 삶은 옥수수를 사다 먹게 된다.
점심은 옥수수와 복숭아로 때우고 조금 이른 저녁을 먹기로 했다.
그 사이 동서와 나는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며 시원한 에어컨 바람 쐬며 시동생이 베어온 많은 양의 부추를 다듬었다.
저녁 먹으러 달려가는 뒷내 제방길 멀리 하늘의 구름이 멋지다.
남편 어릴 적엔 좁은 길이었다는데 지금은 차 두 대가 다녀도 될 정도라나.
우리들의 고향은 어디라도 막론하고 옛 추억 속의 모습은 하나도 없다.
장어집 앞에서 헤어져 돌아오는데 공주쯤 오니 하늘에 저렇게 거북구름이 떠있다.
집에 돌아와 조금 있으려니 둘째형님으로부터 카톡 하나가 날아들었다.
동서 오늘도 감사해요
친정엄마가가 친정 가면
바리바리 싸준 여러 가지 채소들
친정엄마 생각나게
감사히 잘 먹을게요.
시동생네가 벌써 집에 도착해서 옆 동에 사시는 둘째형님네에 옥수수와 고추, 부추를 건네 드렸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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