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노트

드디어 탑정호 출렁다리를 건너다

by 눈부신햇살* 2022. 3. 28.

 

 

머위 꽃이 피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나물이다.

어린 머위순을 꺾어, 줄기가 조금 굵어지면 껍질을 벗겨

삶아서 된장 고추장에 새콤하게 무치면 쌉싸름하니 참 맛있다.

 

머위나물은 시집와서 처음 먹어본 나물이다.

맨 처음엔 너무 쓰다고 생각했던 나물인데 그 쌉싸름한 맛에 길들여지면 헤어나기 어렵다.

머위나물은 나물 중에서도 비싼 편이다.

 

머위가 돋아나 자라나기 시작하면 시댁에 들를 때마다 한 봉지씩 뜯어다 먹는다.

머위야, 올해도 기대할게~

 

 

 

어머니의 간수치가 원인 모르게 갑자기 높이 치솟아서 간수치를 낮추느라고 일주일간 병원에 입원하셨다.

맨 처음 증상은 명치께가 더부룩하고 복통이 있었다고 한다.

 

요즘 같은 시국에 병원이란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어머니와 큰아주버니, 작은시누이, 그러니까 환자와 병원에 머물며 병간호했던 사람들은

모조리 코로나에 걸렸다.

 

퇴원하시고 다시 일주일간 자가격리에 들어간 어머니와 거의 시댁에 내려와 생활하시는 큰아주버님을 위해

해마다 친정엄마가 주는 도토리가루로 도토리묵을 쑤고 달래간장을 만들고 우엉당근채를 볶아서 갖다 드렸다.

장조림을 해다드리렸더니 다른 집에서 벌써 해다 드려 이런저런 반찬이 많다고

오는 것조차 극구 말렸지만 가만히 있을 수야 있나.

비록 문 앞에서 거의 던져주다시피 건네주고 오는 것이었지만 그래도 한결 마음이 놓였다.

 

그리고 무서워서 비누로 손을 꼼꼼히 씻는 우리.

용케도 코로나를 요리조리 잘도 피해 가고 있구나.

 

시간이 널널하니 남아도는 날이 되어서 돌아오는 길에 다시 탑정호에 들렀다.

 

그동안 몇 차례 왔다가 코로나로 인해 굳게 닫혀 있어서 건너지 못했던 탑정호 출렁다리를 건넌다.

전해 들은 우스개 소리 하나.

탑정호 출렁다리를 만들어 놓고 개통하기 전에 이름 공모를 하였단다.

온갖 멋진 이름들이 모여들었는데 뽑힌 이름은 <탑정호 출렁다리>란다.

우리는 이름 짓기 전부터 탑정호 출렁다리라고 불렀다고요~

 

바람이 어찌나 세차던지 출렁다리는 이름 그대로 출렁거렸다.

어떤 여자들은 구멍 숭숭 뚫린 곳이 무섭다고 데크 쪽으로만 걸었다.

나는 먼 곳을 바라보며, 절대로 다리 바닥을 보지 않으며 무심하고도 씩씩하게 다리를 건넜다.

겁 많던 나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갈수록 씩씩해지는 것 같다.

 

 

 

 

 

우리나라 호수 위에 설치된 가장 긴 출렁다리는

그래서인지 중간에 스카이 가든이라고 쉬어 갈 수 있는 곳이 마련되어 있었다.

 

그곳에서 바라본 분수.

날이 차서 분수를 보자니 더 몸이 움츠러들었다.

 

 

반대편 왼쪽 신풍리 쪽이 가장 전망 좋고 살기 좋은 자리인 것 같다는 평을 하고......

멀리 오른편으로 보이는 곳은 가야곡 쪽이란다.

 

일인당 3천 원짜리 입장권을 끊으면 상가에서 다시 2천 원을 할인해 준다 해서 

출렁다리 끝나는 곳의 커피숍에서 이인 6천 원짜리 입장권을 내밀고

카페라테 한 잔을 천 원에 사서 나눠 마셨다.

 

저 일송정 커피숍은 예전에 민물 매운탕 집이었다.

아버님 생전에 스무 명이 넘어가는  대식구가 몰려와서 밥 먹었던 곳.

신록으로 싱그럽던 갓 시집 온 초여름엔 많은 일가친척들과 어울려 놀러 왔던 탑정호.

세월이 흘러 어느 해 설엔 막 만들어진 데크길 위에서

추노의 머리 스타일을 한 큰아들의 사진 모습을 보고 기함을 했던 곳.

오며가며 참 많이 들렀던 탑정호.

 

 

 

남편은 남편대로 옛 추억을 회상한다.

중고등학생 때 일송정과 반대편 저기 호수 건너로 있는 대명산 자락의

복숭아 과수원에 서리하러 와서 복숭아 따먹고 이 저수지 물에 손 씻던 곳이라며

오지 중의 오지가 이렇게 탈바꿈을 했다며 상전벽해 내지는 격세지감을 느낀단다.

 

 

바람이 어찌나 머리카락을 휘저어 놓는지 내 모습을 가관으로 만들었다.

흐리고 바람 세게 불어 추운 날 출렁다리 건너기는 힘들었지만

그래도 숙제 하나 마친 느낌으로 흐뭇하게 건넌 <탑정호 출렁다리>이다.

 

 

'여행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예산 신례원 10리 벚꽃길  (0) 2022.04.11
모나무르  (0) 2022.03.29
구례 산동면 산수유꽃  (0) 2022.03.15
광양 매화마을  (0) 2022.03.14
진주 진양호 전망대에서  (0) 2022.03.1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