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딜 가나 시선 끝으로 달려드는 멋진 산들을 보며 광양으로 달려갔다.
몇 년 전부터 광양 홍쌍리 매화마을에 가보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던 것이다.
매화 절정시기보다 조금 이르다고 생각이 들었지만
먼 곳인 데다 이때가 아니면 시간 내기가 힘들다고 해서 그냥 가보기로 했다.

매화마을 주차장가로는 이렇게 붉은 홍매화를 일렬로 나란히 빙 둘러놓았다.

이번에 깨달은 건데 나는 청매화도 홍매화도 아닌 연분홍매화를 좋아하더라.

이른 시기이고, 금요일 평일이어서 사람들에게 치이지 않고
한적하게 꽃구경을 할 수 있으리란 생각은 오산이었다.
너른 주차장도 만차여서 뱅뱅 몇 바퀴 돌다가 주차를 했고
사진 속에는 자주 사람들이 찍혔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주차료와 입장료를 받지 않는 것이었는데
매실막걸리와 매실아이스크림, 매실된장과 고추장 등을 팔아 수익을 올리고
식당도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어서 아하!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거나 광양을 널리 알리신 `홍쌍리'란 분을 새삼 다시 보게 되는 날이었다.

매화마을을 구경하고 돌아오는 길에 보니까 길가로 온통 매화밭 천지였다.
그런데 홍쌍리 매화마을의 규모가 광양에서 제일 크다고 하고
산을 개간해서 만든 곳이라 경치가 그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섬진강 너머로 보이는 경남 하동 지리산 자락 밑의 마을들이 보이는 뷰에서
바보처럼 입 헤 벌리고 감탄했다.
와아!
미세먼지 없고, 날이 조금만 더 맑은 날이었다면 더 좋았을 것을.


게다가 매화는 이제 막 피어나고 있었다.
다음 주쯤이면 절정을 이루려나.

그리하여 기대했던 온산에 소금 뿌린듯한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그저 홍매화가 만개하여 이 사람의 마음과 사진가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래주었다.


대단하신 홍쌍리 님!

내 예상대로라면 하얀 꽃들에 저 기와집이 에워싸여 있어야 하련만...

청매실농원 보호수
이 매화나무는 국가지정 매실명인
홍쌍리 여사의 시아버지이신 고 율산
김오천 옹께서 1917년에 심은 것으로, 우리
나라에서는 맨 처음 청매실농원을 시작으로 이
지역은 물론 전국 각지에 매실나무가 보급되어 농가
소득 증대와 국민건강 향상에 기여하게 되었으며 세상에서
제일 먼저 아름다운 꽂을 피워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으므로 우리 농원에서 보호하고자 하는 나무입니다.

여기저기 매화에 관한 시비가 놓여 있고,
이른 봄날
안 도 현
이른 봄날, 앞마당에 쌓인 눈이
싸묵싸묵 녹을 때 가리
나는 꼭 그러쥐었던 손은 풀고
마루 끝으로 내려선 다음,
질척질척한 마당을 건너서 가리
내 발자국 소리 맨 먼저 알아 차리고
서둘러 있는 힘을 다해 가지 끝부터 흔들어보는
한 그루 매화나무 한테로 가리

그나마 아쉬운 마음을 달래주는 알록달록한 꽃길을 지나면 나오는
저 건물 옆에서 매실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 먹고,
벤치에서 일어나면서 저곳에 들러 사람들이 많이 들고 가는 봉지의 물건이
무엇인가 궁금증을 해소하며 우리도 덩달아 매실막걸리 두 병을 샀다.
음....... 막걸리는 와인병처럼 생긴 병에 담겨 상품의 고급화를 추진했고요(그리하여 한 병에 5천 원),
맛은 살짝 술꾼인 우리의 입맛에는 그냥 막걸리가 더 좋았어요.
왜 호가든 맥주도 과일이 첨가되지 않은 기본에 충실한 호가든이 제일 맛있듯이요.


수많은 장독대를 보고 감탄하고,


어여쁜 화사한 홍매에도 감탄했다.


어떤 사람들이 생뚱맞게 매화나무 밑에 웬 굴 껍데기이냐고 하던데
섬진강에서 벚굴이 많이 나오잖아요, 하고 말해 줄 수도 없고......^^

또다시 매화동산에서 바라보는 뷰에 감탄하며,

먼 곳을 당겼더니 화질이 뿌옇다.

이런 풍경은 내 마음을 홀렸고,


계속 계속 내 마음을 홀렸고,

이런 풍경 앞에서는 아쉬웠다.


이 길 위에 세워 놓고 찍은 내 사진은 잔뜩 화가 난 표정이었다.
반성했다. 웃는 얼굴로 나이 들고 싶다면서 왜 그랬을까?

아!
아름다워!



영화 <천년학>을 찍은 곳이란다.
임권택 감독의 조재현, 오정해 주연의 영화를 왓챠에서 보았었다.



<다모> 촬영지.

매화향기는 참 그윽하기도 하였다.
만개하면 온산에 매화향기가 차고도 넘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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