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저녁부터 눈이 내렸다.
어머니께서 작은 시누이가 재어다 주는 것보다
이 셋째 며느리가 재어다 주는 LA갈비가 제일 맛있다고 해서 갈비 재고,
오랜만에 색다른 음식도 드셔 보라는 남편의 생각으로 피자와 치킨을 사 갔다.
어머니는 피자를 싫어하셨다.
비싼 돈 들여 왜 피자를 먹는지 모르겠다고 하셨다.
예의 상 딱 한 조각만 드셨다.
치킨은 양념 맛으로 드시는지 후라이드 치킨은 한 점도 드시지 않고
양념치킨만 드셨다.
집으로 돌아올 때는 쥐눈이콩과 내린 호박즙 한 상자와 간 마늘 한 봉지를 가지고 왔다.
저 멀리 눈에 확 뜨이는 팔 벌리고 서 계신 예수상.
성당인가 보다 짐작하고 검색해보니 `논산 내동성당'이라고 한다.
성당 건물이 퍽 독특하다.
어디서 보니까 주교님 이상 쓰는 미트라(mitre) 같다고 표현했던데
정말 그러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내에 들러 피자 사는 동안 하릴없이 거리 사진이나 찍었다.
벚나무일까?
벚나무 가로수 길이면 봄이면 참 예쁘겠다, 는 생각이나 하며......
지난주엔 올라가는 길에 충주에 들러 돈가스 체인점에서 점심을 먹는데 젊은이들이 많이 오는 곳이었다.
젊은이들의 식사량에 맞춰 식사가 나오는지 주문한 돈가스가 나왔을 때 입을 다물지 못했다.
돈가스도 큰데 우동까지 곁들여 나왔다.
- 이걸 다 어떻게 먹어?
그런데 옆 테이블을 보니 우리 것보다 더 큰 왕돈가스를 보고서는 입이 더 크게 벌어지고 눈도 커졌다.
- 세상에나!
돈가스집에서 바라보는 먼 곳의 산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사과나무 가로수길도 인상적이었는데 가을이면 사과나무를 지키는 사람도 있단다.
이 계절에 바라보는 사과 따기 쉽게 전지한 사과나무 가로수는 별로 예쁘지 않았다.
점심에 비록 남기기는 했지만 그렇게 푸짐하게 먹고서 저녁엔 친정에 들러 셋이서
장어구이를 먹는데 정말 식고문이 따로 없었다.
처음 몇 입은 참 맛있었지만 그 이후엔..................................ㅠㅠ
친정집을 나설 때 엄마가 그랬다.
- 이제 잠은 안 자고 가냐?
마찬가지로 시댁을 나설 때 어머니가 그랬다.
- 왜 안 자고 가냐?
그런 말을 듣고 돌아서 오다 보면 괜스레 마음이 살짝 무거워진다.
그래도 내 집이 제일 좋은 걸 어떡해...........ㅠㅠ
시댁에서 돌아오려할 때 눈발이 희끗희끗 흩날리기 시작했다.
달리는 길 위에서 점점 거세지고 쌓이기 시작하더니
밤새 눈이 내려 아침엔 하얀 세상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또 이어 내리는 눈.
반짝 햇살이 비추는 오후엔 변함없이 신정호에 갔다.
햇살이 밝은 날이어서인지 제법 사람이 많았다.
눈과 얼음은 호수에 멋진 그림을 그려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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