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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생각 없이 갔는데

by 눈부신햇살* 2021. 11. 1.

 

 

작은아들이 와인 할인행사를 한다고 알려줘서 와인 두어 병 사러 대형마트에 갔다.

오전 11시쯤에 갔는데 늘 4층은 만원이고 5층에나 주차할 수 있었던 다른 때와 달리

7층 옥상 주차장까지 올라갔는데도 빈 곳이 없었다.

그때부터 이상하긴 했다.

 

다시 5층까지 내려와서 다른 차 앞에서 깜빡이 켜고 대기하다 자리가 비자 간신히 주차할 수 있었다.

그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아둔하게 토요일 오전부터 마트 주차장이 이렇게 붐비다니

사람들이 참 부지런하네,라고만 생각했다.

 

마트에 들어서며 더 이상한 점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마트는 그야말로 북적북적했고, 끝없이 긴 줄이 서 있길래 이건 무슨 줄일까 고개를 갸웃갸웃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계산하러 선 긴 줄.

그런 줄이 계산대마다 늘어서서 일고 여덟 개쯤 되었나.

줄 서서 계산하는 데만 30여 분이 넘게 걸린 것 같다.

새치기하지 말라고 실랑이도 붙었다.

 

너무 놀라서 

" 육이오 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네. 이게 뭔 일이래?"

남편에게 농담을 건넸는데

지긋해 보이는 아주머니가 내 어깨를 붙들고 말씀해  주신다.

"세계적으로 할인 행사하는 블랙데이예요."

 

그래서 간 김에 더 많이 사게 되는 날이었다.

처음엔 이런 날에 장 보러 오게 된 거에 불만이 생겼지만

모두들 카트 가득 짐을 싣고 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보자니 

이런 것도 소소한 삶의 재미라는 생각에 즐거움이 모락모락 올라오기도 했다.

 

창 밖으로 도시에 가득한 가을을 찍고 있자니 뒤에서 어느 여인네의 감탄사가 터진다.

"어머, 여기 참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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