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복지센터 앞에 다시 헬스장을 연다는 현수막이 붙었다.
코로나로 인해 1년 넘게 문을 닫았나 보다.
먼저 아웃렛 매장으로 운동복을 사러 갔다.
전에 다니던 피트니스 센터에서는 운동복과 수건 두 장을 제공했던지라 따로 운동복이 없다.
칠부바지에 반소매 티셔츠를 사고 싶었으나 죄다 긴소매 티셔츠로 진열돼 있었다.
땀 많은 나는 반소매 티셔츠를 입고 운동해도 땀을 흘리는데
어쩔 수 없이 긴소매 티셔츠 두 개와 칠부바지 두 개,
그것들을 담고 다닐 막 쓸 수 있는 가벼운 천가방을 샀고,
운동할 때 실내에서만 신는 운동화 한 켤레는 인터넷으로 구매했다.
그것들을 준비해 놓고도 가을 날씨가 너무 좋아 실내 운동이 망설여졌으나
나이 들수록 근력운동이 필수라고 해서 지난주 수요일에 등록하러 행정복지센터에 갔다.
한 달에 2만 원씩 두 달치를 한꺼번에 등록할 수 있으며 그 이상은 안 된다며
기간이 끝나면 재등록해야 된다고 한다.
엄청 저렴한데 카드는 안 되고 현금과 계좌이체만 된다.
헬스장 문 열 때 인식하는 지문을 등록하며 사용절차를 마쳤다.
내가 처음 온 사람이 아니고 기존의 회원이 쉬다가 온 줄로 판단했던지 그 외의 아무것도 내게 알려주지 않았다.
나는 당연히 내가 전에 다니던 피트니스 센터와 동일한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줄 알고
헬스장으로 들어가려 하며 둘러보니 어디에도 탈의실이 보이지 않았다.
마침 운동하는 분들이 있길래 물어보았다.
탈의실을 알려줬는데 거기에는 떡하니 샤워실 사용금지라고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그걸 지적하자 알려주시는 분이 옷만 갈아입는데 상관없다고 해서 지문을 찍고 들어갔다.
사물함에 열쇠가 없어서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다시 정확히 물어보려고 옷을 갈아입고 가방에 넣어 나오려는데 문을 열 수가 없다.
문 옆에 `누름'이라는 버튼도 눌러보았지만 열리지 않았다.
당황해서 땀이 삐질 났다. 문을 두드렸다.
살살 두드리기 시작하다가 좀 더 세게 두드리며 거기 누구 없느냐고 물었다.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리는 순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웬 남자분과 아까 접수했던 여자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문을 열었다.
나, 혼났다. 아주 많이 혼났다.
- 아니, 여기 사용금지라고 쓰여있는 거 못 보셨어요?
거긴 왜 들어가셨어요? 코로나 때문에 이런 데 개방하지 않는 거 모르세요?
선생님(그 와중에도 어, 선생님? 여기서는 호칭을 선생님이라고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러시면 안 돼요. 규칙을 지켜야죠......
- 아니, 옷만 갈아입는 것은 괜찮다고 해서 옷만 갈아입었어요.
- 옷 갈아입는 것은 괜찮다고 누가 그래요?
그리고 안에서 문 여는 방법 모르세요?
- 네. 제가 처음 와서 몰랐어요.
그제야 그 여자가 누그러졌다.
그리고 곧이어 헬스장 안으로 들어가 일장 훈시가 시작되었다.
나 때문에 그 안에 있던 남자 다섯 분 재교육받았다.
아무튼 난감하기 이를 데 없는 순간이 지나고 탈의실을 사용할 수 없으므로
가방은 한쪽 구석에 두고 운동을 시작했다.
그런 순간이 있어서인지 모두들 나에게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러닝머신에 올라갔더니 알려주려 하는 듯하다가 잘 이용하니 멈칫하고,
러닝머신으로 몸을 풀고 기구 운동을 하려 하자 또 이것저것 알려주려 한다.
예상 밖으로 이것저것 잘 활용하자 관심을 거두었다.
내가 다녔던 헬스장에 비해 아주 작은 공간이지만 있을 건 다 있고 없을 건 없었다.
하체운동에는 근육통이 잘 오지 않는데 상체운동을 하면 근육통이 잘 온다.
오랜만에 1년 넘게 쉬다가 다시 시작한 근력 운동으로 인해
사용했던 상체의 근육들이 아우성을 치는 듯 감기 몸살 비슷하게 이틀 정도 근육통을 앓았다.
헬스장 밖으로 보이는 풍경들.
운동 끝나고 와서 보았던 풍경들.
며칠 사이로 추수하면서 달라지는 풍경.
해는 변함없이 뜨고 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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