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2일 일요일
마을버스를 타고 호수공원에 갔다.아직도 말짱하지 않은 발목으로 산에 오르는 것은 화를 부르는 일이라 생각하여
답답한 마음을 떨치고 기분도 전환할 겸 콧바람을 쐬러 공원으로 갔다.
모처럼 마을버스를 타는 재미도 무시할 수 없다. 창가에 앉아 거리를 내다보는 기분이 좋다.
꽃박람회의 마지막 날, 배를 타고 뱃놀이를 하려는 사람들의 줄이 길다.
예전 남편과 연애할 때 한강에서 배 탔던 기억이 새롭다. 나는 어제 일인듯 선명하게 기억하는데
남편은 까마귀 고기를 나 모르게 드셨나, 도통 표정이 신통찮다.
아, 그래? 우리가 배를 탔었어?
어머나? 당신이 아니고 다른 남자였었나?
그것만 기억나지 않는 게 아니다. 아이들 어렸을 때 어디 가서 한 뱃놀이도 기억 못한다.
남편은 좋겠다. 아직도 뇌 속에 저장할 빈 공간이 많아서.
아닌가, 다른 잡동사니 기억이 넘쳐나서 새로 저장할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흘려 보내는 것일까?
오늘은 크게 한 바퀴 돌기로 했다.
나중에 돌고 집에 돌아오니 스마트폰의 앱이 최고로 많이 걸은 날이라고 축하해줬다.
2시간 6분 걸었는데 12,765 보가 찍혔다.
내 폰의 앱은 좀 인색한 편이다. 똑같이 걷는 데도 남편 폰의 앱이 항상 더 많은 수치가 나온다.
사진엔 없지만 요즘은 하얀 이팝나무 꽃과 산철쭉과 영산홍의 계절이다.
똑같이 호수공원에 가도 이곳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길은 걷지 않는지 이곳을 모르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는 호젓한 이 길을 좋아한다.
도시에서는 밟기 힘든 흙길이기도 하고.
초록이 싱그럽다. 시력을 좋게 해주는 색이라니 멀리 초록색을 자주 바라보자.
남편은 내 기분을 띄워주고 싶으면 사진을 예쁘게 찍어준다고 한다.
그렇지만 사진을 보고서 기분이 빵 부풀어 오른 적은 별로 없다.
주로 내리 찍는 걸 좋아해서 숏다리를 더욱 부각시켜 짧게 찍는 것이 특기이다.
사진이 거짓말 하냐고? 가끔은 하더라고.
돌틈에 예쁘게 피어난 <노랑선씀바귀>
아이들이 오지 않은 주말이었다.
큰아이의 여친이 외국에서 다시 돌아왔고, 모태솔로였던 작은아이도 여친이 생겼다.
앞으로 얼마간은 얼굴 보기 힘들겠다.
큰아이도 그 공원에 왔었다는 걸 카톡의 프사로 알았고, 작은아이는 여친과 한강에서 자전거를 탔단다.
모두가 행복한 날이였나보다.
남편은 내 기분을 띄울 만큼 띄워주고 싶었는지 저녁식사로 내가 좋아하는 초밥까지 사줬다.
부메랑 같기도 하고 헬리콥터 프로펠러 같기도 한 단풍나무 열매가 벌써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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