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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박자박 느긋하게

봄날

by 눈부신햇살* 2019. 4. 17.

 

 

 

 

또다시 길을 걸었어.

차를 운전해줘야 되는 날에 돌아다니다보니 벚꽃이 피어 있는 곳이 많다는 걸 알았어.

내가 살고 있는 도시는 확장해서 새로 개발한 곳의 길가에다가는 모조리 벚나무를 심었나봐.

 

기존의 길을 확장했을까?

왼쪽의 나무들은 둥치가 제법 굵은데 비해 오른쪽의 나무들은 가느다랗지.

 

 

 

나는 올봄 처음으로 차를 끌고 이곳저곳 휘젓고 다니며 이 도시를, 아니 정확히 말해 나 사는 곳 주변을

찬찬히 들여다보게 된 것 같아. 왜냐하면 나는 조금 바쁘게 살기도 했고, 조금 시간이 나도 운전을 즐기는 형이 아니었거든.

남편이 누차 강조하듯이 남편이 강요하지 않았으면 운전면허 같은 것은 따고 싶은 마음이 없었어.

대중교통이 좀 발달했어. 도시에 살면 대중교통으로 원하는 곳 어디든 갈 수 있고 조금 더 빨리 갈 수도 있거든.

하지만 노후에 전원생활을 할 수도 있으니 그때가 되면 운전이 내 생활을 훨씬 편리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는 이유에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지.

 

아무튼 운전한 지 7년만에 내 차를 끌고 친정엘 다녀오기도 했어. 내가 가는 시간대는 자연 왕래가 뜸한 한적한 시간대이므로

빨리 달리면 40분이면 갈 수 있다는 곳을 나는 1시간 30분이나 걸려서 갔어. 스스로에게 용기를 북돋으면서 갔어도 맨처음 갔던 날은

1시간이 넘어가자 가슴에 통증이 생겼어. 나는 겁쟁이인데다가 평소 한번에 30분 이상 운전해 본 적이 극히 드물거든.

 

자동차 정비소에 가면  내게 그랬어. 

자동차를 이렇게 안 타시면 좋지 않습니다.

그러면 나는 그랬지.

어, 주행거리가 짧아서 그렇지. 매일 타는 차인데요.

그러면 그 기술자의 답변은 이랬지.

한번 시동 걸고 30분 이상 몰지 않으면 자동차 엔진에 무리가 가서 좋지 않습니다.

 

친정에 두 번째 갈 때는 50분만에 갔어.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은 쉽다고 생각했지. 당연히 가슴도 아프지 않았어.

남편이 내게 야박하게 말했어. 남들이 쉽게 하는 걸 난 참 어렵게도 해낸다고.(조금 더 과장된 표현인데 그걸 그대로 옮겨적긴 싫다.

안 좋은 기록을 남기면 다음에 들여다 볼 때 기분이 별로여서...).

그렇지만 남편의 친구 중 하나도, 내 동생도, 큰형님도 운전면허 따놓고 운전하지 못하는데

이 정도면 양호한 거 아니야?

 

집에 올 때는 또다시 살짝 헤맸어. 나는 당최 내비게이션의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어.

300 미터 앞에서 우회전이라니. 300 미터가 도대체 어느 만큼인지 분간이 안가는 거야.

300 미터 사이에 왜 길이 하나이지 않고 몇 개가 있냐고.

그래서 누구의 말처럼 아는 길만 정말 잘 가.

 

 

 

그렇게 차로 구경하던 옆동네의 꽃길을 어제는 걸어보기로 했어.

어제는 날이 풀려서 오랫동안 걷다보니 살짝 땀이 나더군.

꽤 길게 걸어다닌 것 같아도 집에 오는데까지 두 시간 밖에 안 걸리더군.

 

처음 한 시간은 그럭저럭 걸을만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로 발목이 아파오더군.

아픈 다리로 걷는 것이 회복에 더 좋을까, 휴식이 더 좋을까, 의문이 들었는데

내 정신건강에는 걷는 것이 훨씬 더 좋으리라 생각했어.

 

 

 

배꽃이 피었어.

보기에 예뻤는데 향기도 그만큼이나 좋았는데 사진으로 표현할 길이 없어.

 

 

 

멀리 보이는 수양버들의 축축 늘어진 연둣빛가지와 그 옆의 연분홍꽃들이 예뻤는데

내 마음 속과 내 눈에 보이는 풍경과 다르게 사진에 담겨.

새삼 사진 잘 찍는 분들에게 존경심이 생겨.

 

 

 

벚꽃을 올려다보면 기분이 참 좋아.

곧 져 버릴 거거든. 지기 전에 누려야 돼.

 

 

 

길 가운데에서 사진 찍는 나를 피해 아저씨 두 분이 자전거를 타고 가다 흘낏 쳐다보더군.

 

 

 

그제 돌아본 동네야.

부자동네이지. 야산 자락 밑에 조성된 단독주택가.

한적하고 고즈넉한 동네엔 예쁜 집들이 많았어.

 

위기의 주부들의 위스테리아가가 떠오르더군. 아마도 본 지 얼마 안돼서일 거야.  

막장이라 하면서도 끊지 못하고 다 봤는데 막장이어도 주는 교훈은 있고 눈물 나게 하는 감동적인 부분이 있었어.

매편 앞뒤 정리 내레이션이 좋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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