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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구름

by 눈부신햇살* 2015. 8. 18.

 

                (지난 주말에 저녁 먹으러 남편과 작은녀석과 나란히 가는데 건너편 하늘의 구름이 예뻐서...)

 

 

 

 

 

 

               운명한 줄 알았던 컴퓨터가 간신히 살아났다. 며칠간 아예 검은색 화면으로만 켜져서 강제종료 시킨 적이 수차례고

               화면이 살아나도 커서가 움직이지 않아 강제종료 시킨 적도 수차례다. 물론 그리하면 컴퓨터 망가지는 줄 잘 알지만

               달리 뾰족한 수가 없었다.

 

               주말에 올라온 남편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컴퓨터를 하지 못하고 골프프로와 정치 얘기 나오는 프로만 들여다봐야 했다.

               그러면서 작은녀석에게 숙제를 줬다. 사람을 불러 고치든지 니가 알아서 하라고.

 

               일요일 저녁 남편이 내려가고 작은녀석이 안방에 들어가 몇 번 틱틱거리더니 컴퓨터가 된다고 했다.

               그런 식으로 다시 살아나기를 몇 번 반복했으니 그저 다시 살아난 것을 어린아이처럼 기뻐하면서

               즐겁게 인터넷 세계를 누볐다. 자주 가는 사이트에서 아이쇼핑도 했고, 풀꽃카페에서 식물도 들여다봤고,

               민국이의 여러가지 모습도 몇 번씩이나 들여다봤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민국이. 아니 보면 볼수록

               빛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민국이.

 

               그런데 무엇이 문제였을까. 갑자기 민국이 얼굴이 사라지면서 다시 깜깜해졌다.

               역시 강제종료. 그 저녁엔 다시 살아날 줄 모르고, 다음날 아침 혹시나 하고 스위치 눌렀더니

               앗, 기사회생.

               역시나 순진무구하게 기뻐하며 다시 컴삼매경.

               에고고, 그런 내가 싫은 건가. 다시 운명.

               그후론 다시는 영영 살아나지 않았다.

 

               이번엔 내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책을 펼쳐 들었다.

               요즘엔 오래 전에 사놓고 2권 이후로 진도가 나가지 않아 팽개쳐 두었던 '로마인 이야기'를 다시 마음을 다잡고 읽고 있었는데

               머릿속이 복잡해 청소하는 느낌으로 내가 좋아하는 책 '키다리 아저씨'를 펼쳐 들었다.

               하룻만에 다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생각했는데 반쯤 읽다가 잠이 들었다.

 

               다시 운명한 다음날인 오늘.

               사람을 불러야 할까? 이젠 정말? 아니면 컴퓨터 본체만 다시 살까?

               비 맞은 중처럼 중얼거리며 소파에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고 있으려니

               뒷산으로 운동 갔다온 녀석이 땀을 씻고 나와 안방을 들락거린다.

               그러거나말거나 계속 뒹굴고 있으려니 이번엔 청소기를  찾아들고 안방으로 들어간다.

       

               뭐하는데?

               궁금해 따라 들어와보니 컴퓨터 본체를 해체해서 눕혀 놓고 분석중이다.

               오마낫! 뭐래? 이 낯선 풍경은?

               법을 전공한 울남편님께서는 기계를 만지면 먼저 불안감이 슬슬 올라온다.

               기계를 나보다도 더 못다루는 살짝 기계치님이시다.ㅋㅋ

               내가 더 잘 다루는 것을 보면 오~올!하고 놀라서 바라보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게다가 성격까지 다혈질이셔서 기계를 만지고 있으면 더 불안해지는 마음.

               '저거 계속 마음 먹은대로 안 되면 확 올라올 텐데. 울그락불그락할 텐데'

               어찌해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는지 십중팔구는 예상한대로 되기 일쑤였다.

 

               결혼 전, 공대 출신이 많았던 회사를 다녀서 기계를 능숙하게 다루는 남자들만 보았던

               내 눈에 남편은 아주 이상해 보였다. 농담 삼아 늘 이렇게 말했다.

               "가만 보면 당신은 기계 종류로는 운전만 나보다 더 잘해애애애~"

 

               공대 다니는 울아들.

               자기방 노트북 켜놓고 검색해가면서 이리저리 만지더니 이리 말짱히 고쳐놔서

               이 엄마가 그 기념으로 글 하나 올린다.

               

               적다보니 남편 흉인데 남편이 이 글을 볼 리는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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