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들여다보면 재밌는 사진이다.
지팡이 비슷하게 생긴 과자에 아이스크림을 담아 파는 가게에선 거스름돈을 내주고 있고
그 옆 골목에선 아주머니 두 분이 이게 뭔가? 하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다.
가게 오른편 밑에선 한 커플이 제품 소개 사진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고
옆 건물 문 앞에선 두 남자가 수다삼매경에 빠져 있다.
인사동 한 찻집에 앉아 친구들과 수다 떠는 도중 한번씩 거리를 내려다보며
품평회(?)를 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비슷한 시기에 결혼해 비슷한 시기에 아이들을 낳다보니
대학교 다니다가 이제는 모두 군대에 가있거나 군대에 가려고 하거나 하는 아들들을 갖고 있다.
아들 둘만 있는 집이 세 집이나 되고, 한 집은 아들 하나 딸 하나 두어서
샘내라고 딸자랑을 늘어지게 할 때가 더러 있다.
사정이 있어서 여지껏 혼자인 친구도 있고, 딸 하나 둔 친구는 가장 먼저 결혼해서
그 딸이 사회인이 되었을 텐데 바쁘다고 모임에 나오지 않은 바람에 근황을 잘 모르겠다.
우리 큰녀석은 6월9일 입대날짜 받아놓고 이주 전에 비염수술과 어떤 일로 인해 살짝 연골이 휘어버린 것을
바로 잡는 수술을 했고, 일주일 전에 라섹수술 했는데 예상과 다르게 회복기간이 늦춰지는 바람에
입대날짜를 연기했다. 부모에게 일언반구 말도 없이 연기하고 와서 제 아버지에게 호되게 야단 맞았다.
어찌나 무섭게 야단을 치는지 웬만하면 거들지 않는데 그만 좀 하라고 말려야 했다.
어차피 벌어진 일이고 이제 와서 어쩔 수 없으니 그만 받아들이고 그만 하자,
당신이 그렇게까지 저 아이 인생을 놓고 안달복달할 필요없다.
다른 애들보다 나이 들어 군대 가서 힘들어도 저 아이가 선택한 일이고 저 아이가 몸으로 부딪쳐 겪어낼 자업자득이며
그렇게 깨지며 하나둘 깨달으면 되는 것이다.
인생의 천금 같은 시간을 허비하며 근 1년이 될 지 더 될 지 하는 시간을 허송세월하고 있다기에
그 말도 맞지만 긴 인생길에서 1년 그렇게 길지 않다. 쟤는 대학교 들어갈 때 1년 재수한 것도 아니고
다른 많은 일들로 1년 늦춰질 수도 있는데 이왕이면 제 때 제 나이에 가서 치르면 좋겠지만
이렇게 됐으니 그만 체념하고 받아들이자.
감정이 격할대로 격해진 남편은 눈물까지 슬쩍 비쳐 급기야 아들녀석까지 울게 만들더니
술로 쓰린 속을 달래고 픽 쓰러져 잤다.
그야말로 남편도 울고, 나도 울고, 아들녀석도 울고......
작은녀석은 대학교를 서울로 다니기 시작하면서 출퇴근길 지하철의 붐빔의 고충을 말하며
서울은 너무 복잡하고 정신없고 학교도 오래된 학교라 좁아서 학생들로 넘쳐난다고
한적한 이곳이 좋다고 자주 말한다.
그래도 그 힘든 고3을 보내고 대학생활을 하니 좋지 아니한가 하는 되물음에 이렇게 대답했다.
고3이 그렇게 힘들거나 재미없지 않았는데요. 어차피 친구들도 모두 다 겪는 일이고
고3이 될 땐 살짝 겁을 먹었지만 막상 닥치니 그렇게 힘들지도 않고 나름대로 짬짬이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재밌었어요...오홀, 나만 겪는 고통이 아니고 모두 다 함께 겪는 고통이라 참을만 했다는 얘긴가?
어디선가 읽은 구절이 생각난다.
오로지 기쁨만도 오로지 슬픔만도 없는 거야.
작은녀석은 이번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일단 운전면허증부터 따고
7월에 친구와 일본배낭여행을 다녀오기로 하여 <오사카 100배 즐기기>를 탐독하고 있는 중이다.
일본만화를 그렇게 들여다보고 일본어도 틈틈이 배우더니 또 직접 들여다보러 가시겠다니
옆에서 보는 난 작은녀석의 청춘이 이따금 부럽다.
그저 부모인 우린 알바비로 내기로 한 큰녀석의 라섹수술비 100만 원을 제외한
비염수술 200만 원과 작은녀석의 운전면허학원 수강료와 일본배낭여행비를 열심히 메꾸고
벌면 되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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