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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2

2월의 서울에서 엄마와 동생과 셋이서 오르는 산길. 저 멀리 동생이 몇 번인가 올랐다는 불암산이 보이고, 엄마와 함께 오르면 워낙 느린 속도라 운동이 되지 않으므로 동생은 다른 층계길로 일찌감치 오르고, 나는 엄마와 담소를 나누며 보조를 맞춰 오른다. 요즘은 시어머니를 뵙고 나면 이렇게 함께 산을 오를 수 있는 친정 엄마의 건강함에 새삼스럽게 감사한 마음이 들곤 한다. 청설모의 나무 타는 솜씨에 눈을 떼지 못하고, 아쉽게도 오늘도 미세먼지가 가득해서 시야가 뿌옇다. 롯데타워와 남산타워가 희미하게 보여 거기 있으려니 짐작할 수준이었다. 친구들과 공덕역에서 만나 J는 예식장에 잠깐 다녀오고 나머지 셋이서 그 유명한 마포갈비를 맛있게 먹었다. 아주 어린 시절 가파른 층계가 많던 신공덕동에 대한 추억의 장소가 어디쯤인지 가늠이.. 2023. 2. 19.
초여름의 나들이 유월이 오면 브리지스 유월이 오면 그땐 종일토록 향긋한 건초 속에 내 사랑과 함께 앉으리. 그리곤 미풍 나부끼는 하늘에 흰구름이 세우는 태양 향해 높이 솟은 궁전을 바라보리. 그가 노래 부르면 난 그의 노래 지어주고 감미로운 시 읽으리. 종일토록...... 아무도 모르게 우리 초가에 누워 있노라면, 오, 인생은 즐거워라. 유월이 오면 커다란 느티나무 그늘에서 저런 시나 읊조리며 망상에 빠지면 딱일 것 같은 6월, 초여름의 날씨에 부부동반으로 모임에 나갔다. 아니, 정확히는 가족동반이었는데, 어느새 머리가 굵어졌다고 요 핑계 조 핑계 대면서 따라나서지 않는 녀석들에게 부모 없는 사이에 알아서 끼니 해결하라며 천 원짜리 두 장 찔러주고 집을 나섰다. 더 줄 수도 있었지만 그러면 더 신이 나서 안 따라다닐 것.. 2007. 6.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