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햇살이 퍼져 있는 오전 9시 반쯤에 집을 나섰다.
바람이 불어오면 바람을 통과시켜 기분 좋은 시원함을 느끼며 바람의 맛을 알게 해 주고
또 동시에 땀 나도 들러붙지 않는 천 특성의 고마움을 깨닫게 해주는 린넨 소재 긴소매 셔츠에
이따금 불어오는 바람에 날아가지 않게 턱 밑에서 끈을 조일 수 있는 모자를 눌러쓰고,
햇볕에 손등 그을리지 말라고 반손가락장갑을 끼고,
목엔 커다란 손수건을 접어 말아 둘렀다.
햇빛의 강력한 힘을 너무도 잘 알게 되었기에
햇빛 무서운 줄 모르고 맞짱 뜨던 예전의 나는 이제 없다.
그럼에도 햇빛의 고마움 또한 잘 알기에 최소한의 햇볕은 쪼이려고
반바지를 입어 다리만큼은 햇볕 아래 드러내 놓는다. 여러 모로 고마운 내 다리.ㅋㅋ
햇볕은 조금 뜨거워졌지만 바람이 이따금 한 번씩 불어 시원함을 안겨주는
그래서 아직은 걸을만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느새 뜨거워진 햇살을 피해 나무 그늘로 찾아들면
햇살 아래와 나무 그늘의 온도차가 극명해서 나무 그늘의 고마움을 단박에 느끼게 되는 6월 초.
그늘로 그늘로 걸으며 아직은 걸을만하고, 살만 한 기온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인 가운데
집에서 신정호까지 걸어갔다 오는 길은 발걸음도 가볍게 사뿐사뿐 걸어갔다가
힘들어 무거워진 다리를 질질 끄는 느낌으로 돌아오게 된다.
소요 시간 2시간 30분가량.
걸음수 1만 5천 보 정도.
겨우 그 정도 걷는 데도 힘들어서 사이사이 나무 그늘 아래
놓여 있는 벤치에 앉아 쉬곤 하였는데
벤치에 앉아 초록초록한 나무들과 가벼운 산들바람에 살랑이는 이파리들과
이리저리 흔들리는 풀들을 바라보며 멍 때리는 순간도 좋았다.
바라보며 생각한다. 아직은 살만한 6월이라고.
6월 4일과 5일 이틀간의 사진 일기.

겹겹의 꽃잎이 차곡차곡 겹쳐져 소중한 무언가를 감추고 있는 것처럼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 예쁘고도 신기하다.

누군가의 주말 농장 내지는 노후의 집터가 될 듯한 이곳의 삼색개키버들은
몇 년 새 쑥 커서 길을 걷는 이들로부터 시선 가림막 역할을 하게 되었네.



고독한 왜가리?
아니, 무엇을 잡아먹을까 궁리 중인 사냥꾼 왜가리?

이쪽에도 왜가리 한 마리.









막 조성한 한 곳의 시민정원에 의자 네 개가 놓였을 때 나는 코웃음을 쳤다.
누가 저기에 앉는다고.
요즘은 지나가며 그런 내 생각이 머쓱해지곤 한다.
뜻밖에도 저곳에 사람들이 즐겨 앉는다.
그야말로 좋아좋아!












내가 좋아하는 향기

내가 좋아하는 연보라색의 지칭개

5월 초엔 이런 풍경이었다가

6월 초엔 이렇게......









4월엔 영산홍과 철쭉이 메타세쿼이아 나무 사이로 붉게 보이다가
6월엔 장미가 붉게 보이는 곳.



6월 초의 맑은 햇살 누리기 신정호 걷기 이틀간 중 둘째 날인 5일엔 역방향으로 걸어 보았다.





저기 저 분이 이 풍경이 무척 마음에 들었는지 사진 한 장 찍어달라고 해서 세 장 찍어드렸다.




인형 머리 모양도 하트!




독특한 여인상이 빙 둘러져 있는 이곳은 무얼 하는 곳일까?
파스타 맛집 옆, 장어집 맞은편, 신정호 끄트머리에 자리한 집.


익어가는 버찌를 어찌 맛보지 않을 수 있을까.
맛은 그럭저럭.

익어가는 오디도 보았지만 거리가 멀어 맛보지 못함.
아쉬움 그득.


오후가 되자 기운이 세진 바람이 쉴 새 없이 불어 나무들이 춤추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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