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예보가 3시부터라고 해서 그전에 다녀오자며
개수대에 설거지 쌓여 있는 것을 엄청 싫어하지만
급하게 다녀올 마음에 미뤄두고 집을 나섰다.
공동 현관을 나서는데 이미 한두 방울 내리고 있는 빗방울.
신정호 주차장엔 주차된 차가 가득하였다.
뜰보리수 열매가 붉게 익어가고 있었고,
각자 우산 쓰고 걷는 중에 빗방울은 점점 굵어지고
내리는 빗방울들이 호수 수면에 만들어내는 자잘한 수많은 동그라미들이 예뻤다.
여름날 소나기 지나갈 때 흙내음 일으키며 마당에 그려지던
물방울 동그라미들을 마루에 걸터앉아 물끄러미 바라보던 어린 날이 떠올랐다.
이렇게 번갯불 번쩍이고 천둥 치며 굵은 장대비 쏟아지는 날
보트 타는 사람들의 흥겨움이 보였다.
많이 재미있나? 재밌겠지?
바람을 가르며 보트 타던 기억을 떠올려 보기도 한다.
이 비에도 꽃잎을 오므리지 않은 수련꽃들도 보인다.
우산 쓰고 걸었는데도 주룩주룩 내리는 비에 옷이며 신발이 다 젖는 날.
이왕 젖은 거,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이 되어
어린 날 그랬듯이 일부러 물웅덩이를 피하지 않고 첨벙거리는 재미도 느껴본다.
그러다 장미 터널 지나며 과연 꽃의 여왕은 장미라며 감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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