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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봄날, 길 위에서

by 눈부신햇살* 2022. 4. 4.

 

서울로 향해 가는 길 위에서 보는 하늘이 드물게 맑았다.

설명할 수 없는 파스텔 톤의 연하늘색 하늘에 흰구름이 둥실둥실 떠있었는데

사진을 찍자 카메라가 자동으로 색 보정을 하는지 이렇게 똑 부러진 파란 하늘로 찍혔다.

이럴 때마다 마음속으로 드는 생각, 내 눈으로 직접 보는 게 훨씬 예쁘구나!

하늘 예쁘다는 말을 열 번도 넘게 한 날인 것 같다.

 

 

 

 

 

 

서울에 도착해서 놀란 것 하나.

서울의 개화 정도나 이곳 아산의 개화 정도가 비슷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목련은 더 활짝 피어 있는 곳도 있어서 놀랐는데

바람 많이 닿는 들판보다 건물들이 바람을 막아주는 도심이 더 따뜻한가 보다는 데에 생각이 미쳤다.

 

이 근방에서 번호표 받고 대기하다가 추어탕을 먹었다.

강남 자곡동 교수마을 근처였는데 단독주택 구경하는 맛이 쏠쏠했다.

 

교수마을이라 하면 아산에도 송악면에 교수마을이 있고,

나지막한 산에 멋진 집들이 들어서 있다.

 

 

길 가 벚나무의 벚꽃들도 곧 꽃망울을 터뜨릴 기세다.

 

 

오른편으로 한남동과 보광동을 지나쳐 가는데 한강 뷰의 빌라가 늘어선 한남동도 멋있지만,

그 옆 동네 보광동의 단독주택이 촘촘히 산 위로 자리하고 있고

멀리 남산의 서울타워가 어우러져 보이면 나는 그 풍경이 묘하게 정겹게 다가와 마음이 아련해진다.

어떤 집 마당에 햇빛 듬뿍 받고 뽀얀 목련이 피었거나 막 피어나려 꽃봉오리를 맺고 있고,

간혹 만개한 매화를 보면 감탄쟁이인 나는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어머, 정말 이쁘다!

 

1차로로 달리고 있었기에 사진 찍는 것은 불가능했다.

 

서울에서 일산으로 가는 길 위에서 바라보는 응봉산에 노란 개나리가 활짝 피어 탄성을 지르게 만들었다.

응봉산은 찍지 못하고 , 지나쳐 가다가 저 동산의 노란 개나리나 한 장 찍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 또 생각한다. 아산보다 서울의 빠른 봄, 이른 개화기.

 

일산이 가까워지며 멀리 행주산성이 보이고 두드러지지 않은 하얀 꽃들도 가끔 보인다.

산수유와 매화는 은근한 색상으로 두드러지지 않고,

눈에 확 띄는 선명한 색상의 개나리를 보면 그 두드러진 색상에 화들짝 놀라게 되는 것 같다.

 

아산보다 훨씬 북쪽인 이곳에서 생활하며 춥다고 생각했던 일산에는 목련이 활짝 피어 있었다.

워치케 된겨?

아산이 더 따뜻한 거 맞아?

 

 

 

 

아산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일산으로, 일산에서 다시 서울로

이 집 저 집, 방랑자 같이 며칠을 보내고 다시 내려온 신정호는 역시나 많은 인파로 붐볐다.

카페에도 사람이 넘쳐나고, 주차장도 만원이고,

평소에는 한산하기 짝이 없는 신정호 주변 도로 위에도 차가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늘어서 있었다.

 

그리고 신정호의 목련들은 이제 막 꽃봉오리들이 올라왔고 피려면 며칠 더 있어야겠다.

목련을 보며 드는 생각은 내 집 마당, 내 작은 정원이 있다면

한 그루쯤은 꼭 심어놓고 봄을 즐기고 싶다는 생각.

꽃이 질 때 추하다는 평을 듣는 목련이지만 그래도 피어 있을 때의

그 청초한 순백의 아름다움은 사람 마음을 홀리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보고 또 보고 하루 종일 쳐다보아도 볼 때마다 어여쁨에 빠져 들며 감탄할 거라는.

<나무에 피는 연꽃>이라는 목련의 이름을 백번 이해하게 될 거라는.

 

저 매화 밭에 조금 더 매화가 만개하길 기다리고 있던 어느 날,

모조리 뽑혀 없어지고 그냥 밭이 되었다.

 

오늘이나 내일은 저 근방 어디로 쑥 캐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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