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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박자박 느긋하게

볕 좋은 날에

by 눈부신햇살* 2022. 1. 7.

 

오전의 맑디 맑은 햇살이 겨울 같지 않게 따사로워서 그냥 집안에 있을 수가 없었다.

이 좋은 햇볕을 누리러 길을 나섰다.

사람 마음은 비슷비슷한지 산책하고 있는 분들을 더러 만나는 날이었다.

 

길 위에서 멀찌감치 함께 산책하는 노부부를 한번 뵈었고,

주로 할아버지들께서 산책하시는데 할머니들은 뭐하시고?

어디 경로당 같은 데 모여 정신건강을 위해 담소를 나누고 계시나?

 

생각해보면 할아버지들보다 할머니들이 허리나 다리가 편찮으신 경우가 많아서

걷기를 더 주저하지 않을까 싶다.

평균 수명이 여자가 더 높다지만 이런저런 고질적인 잔병들을

남자들보다 더 함께 갖고 나이 들어가는 것 아닌가.

 

평일 낮에 신정호에 가면 걷기 운동을 작정하고 차를 가지고 오는 사람들이 많은지라

운동복 차림으로 빠르게 걷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농로를 따라 걷다 보니 농한기인 지금 이 계절에는 따사로운 햇볕을 받으며 여유로운 마음으로

이곳저곳 살피시며 시적시적 걷고 계시거나 운동을 목적으로 조금 빠르게 걸으며 지나쳐 갔다.

 

처음부터 그렇게 길게 많이 걸으려고 했던 것은 아닌데

지름길로 오려고 올라가 보니 웬 과수농가가 나와서 돌아 나오고

길이 빙 에둘러 나있어서 생각보다 꽤 많이 걷게 되었다.

스마트폰 앱에 만 천 보 가량 찍혔는데 물도 마시지 않고 쉼 없이 걸었던지라

에고, 힘들다, 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복합 문화공간이면서 음식 가격이 꽤 비싼 고급 레스토랑이다.

결혼식장, 카페, 레스토랑, 미술관 등 볼거리가 풍성하다는 말만 들었다.

바로 코 앞인데 언제 한번 가야지? 하면서 지나쳐 다니기만 한다.

외지인들이 더 자주 오는 곳?

`내 사랑', 모 나무르를 올봄에는 꼭 가봐야지, 하고 또 실없는 다짐이나 한다.

 

 

`내 나무'가 있는 곳으로 가는 길로 접어들었다가 그렇게 왔다 갔다 했으면서

저 연노랑 담벼락 밑으로 의자가 놓여있다는 것을 처음 발견했다.

주유소 직원들의 휴게소인가?

아주 멋진 걸!

뷰는 야산과 과수원과 들판.

 

차로 지나다니면서 먼발치에서만 잠깐 눈인사를 하고 가는 `내 나무'를 오랜만에 보러 왔다.

지나다니면서 생각했다.

`넌 겨울에도 멋지구나!'

멀리서 볼 때도 멋졌지만 가까이서 보아도 여전히 멋졌다.

이리 보고, 저리 보고, 보고 또 보다가 한번 안아 보고.

돌아서며 인사한다.

"안녕, 내 나무! 잘 자라!"

 

 

 

옆 동네까지 빙 둘러 걷고 돌아오는 길에 다시 만나는 `내 나무'.

다시 한번 꼭 끌어안고 또 인사한다.

"잘 있어, 내 나무!"

 

난 붉은 지붕 집이 좋아!

저 집들 위로 쏟아지는 눈부신 햇살도 참 좋아!

 

왼편으로는 아파트가 들어설 모양이야.

이러다 우리나라에 온통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 아니야?

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나도 아파트에 살고 있으며 생활하기 편리한 장점도 있다......ㅠㅠ

 

저 빨간 지붕은 과수농가의 창고인가 본데 

지붕을 저렇게 예쁜 빨간색으로 해 놓아서 멀리서도 눈에 확 띈다.

 

저수지라는 이름을 달고 있었지만 내게는 방죽으로 보이는 이곳,

꽁꽁 얼어서 한 두 명쯤 보이던 낚시꾼들이 없다.

 

조금 덜 걸으려고 지름길인 줄 알고 올라갔더니 과수원이 떠억!

 

과수농가가 양쪽으로 한 채씩 두 채가 있었는데 더러 나 같은 사람이 있는지

`출입금지' 안내문이 서 있다.

양지바른 곳에는 과수원을 내려다보며 햇볕 듬뿍 받으며 묘지가 자리하고 있다.

어린 날에 저런 묘 위에 올라가서 장기자랑하면서 놀고,

미끄럼 타고, 술래잡기하다가 지나가는 동네 어른들께 혼나던 기억이 난다.

 

멀리, 지난봄에 내가 올라가서 길을 몰라 헤매 다니던 산이 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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