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의 맑디 맑은 햇살이 겨울 같지 않게 따사로워서 그냥 집안에 있을 수가 없었다.
이 좋은 햇볕을 누리러 길을 나섰다.
사람 마음은 비슷비슷한지 산책하고 있는 분들을 더러 만나는 날이었다.
길 위에서 멀찌감치 함께 산책하는 노부부를 한번 뵈었고,
주로 할아버지들께서 산책하시는데 할머니들은 뭐하시고?
어디 경로당 같은 데 모여 정신건강을 위해 담소를 나누고 계시나?
생각해보면 할아버지들보다 할머니들이 허리나 다리가 편찮으신 경우가 많아서
걷기를 더 주저하지 않을까 싶다.
평균 수명이 여자가 더 높다지만 이런저런 고질적인 잔병들을
남자들보다 더 함께 갖고 나이 들어가는 것 아닌가.
평일 낮에 신정호에 가면 걷기 운동을 작정하고 차를 가지고 오는 사람들이 많은지라
운동복 차림으로 빠르게 걷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농로를 따라 걷다 보니 농한기인 지금 이 계절에는 따사로운 햇볕을 받으며 여유로운 마음으로
이곳저곳 살피시며 시적시적 걷고 계시거나 운동을 목적으로 조금 빠르게 걸으며 지나쳐 갔다.
처음부터 그렇게 길게 많이 걸으려고 했던 것은 아닌데
지름길로 오려고 올라가 보니 웬 과수농가가 나와서 돌아 나오고
길이 빙 에둘러 나있어서 생각보다 꽤 많이 걷게 되었다.
스마트폰 앱에 만 천 보 가량 찍혔는데 물도 마시지 않고 쉼 없이 걸었던지라
에고, 힘들다, 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복합 문화공간이면서 음식 가격이 꽤 비싼 고급 레스토랑이다.
결혼식장, 카페, 레스토랑, 미술관 등 볼거리가 풍성하다는 말만 들었다.
바로 코 앞인데 언제 한번 가야지? 하면서 지나쳐 다니기만 한다.
외지인들이 더 자주 오는 곳?
`내 사랑', 모 나무르를 올봄에는 꼭 가봐야지, 하고 또 실없는 다짐이나 한다.

`내 나무'가 있는 곳으로 가는 길로 접어들었다가 그렇게 왔다 갔다 했으면서
저 연노랑 담벼락 밑으로 의자가 놓여있다는 것을 처음 발견했다.
주유소 직원들의 휴게소인가?
아주 멋진 걸!
뷰는 야산과 과수원과 들판.

차로 지나다니면서 먼발치에서만 잠깐 눈인사를 하고 가는 `내 나무'를 오랜만에 보러 왔다.
지나다니면서 생각했다.
`넌 겨울에도 멋지구나!'
멀리서 볼 때도 멋졌지만 가까이서 보아도 여전히 멋졌다.
이리 보고, 저리 보고, 보고 또 보다가 한번 안아 보고.
돌아서며 인사한다.
"안녕, 내 나무! 잘 자라!"


옆 동네까지 빙 둘러 걷고 돌아오는 길에 다시 만나는 `내 나무'.
다시 한번 꼭 끌어안고 또 인사한다.
"잘 있어, 내 나무!"

난 붉은 지붕 집이 좋아!
저 집들 위로 쏟아지는 눈부신 햇살도 참 좋아!
왼편으로는 아파트가 들어설 모양이야.
이러다 우리나라에 온통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 아니야?
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나도 아파트에 살고 있으며 생활하기 편리한 장점도 있다......ㅠㅠ

저 빨간 지붕은 과수농가의 창고인가 본데
지붕을 저렇게 예쁜 빨간색으로 해 놓아서 멀리서도 눈에 확 띈다.

저수지라는 이름을 달고 있었지만 내게는 방죽으로 보이는 이곳,
꽁꽁 얼어서 한 두 명쯤 보이던 낚시꾼들이 없다.

조금 덜 걸으려고 지름길인 줄 알고 올라갔더니 과수원이 떠억!

과수농가가 양쪽으로 한 채씩 두 채가 있었는데 더러 나 같은 사람이 있는지
`출입금지' 안내문이 서 있다.
양지바른 곳에는 과수원을 내려다보며 햇볕 듬뿍 받으며 묘지가 자리하고 있다.
어린 날에 저런 묘 위에 올라가서 장기자랑하면서 놀고,
미끄럼 타고, 술래잡기하다가 지나가는 동네 어른들께 혼나던 기억이 난다.
멀리, 지난봄에 내가 올라가서 길을 몰라 헤매 다니던 산이 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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