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따라 평택에 갔다가 남편이 볼 일을 보는 동안
나는 근처를 어슬렁거렸다.
따사로운 가을볕 아래 나무들은 울긋불긋 색의 향연을 펼치고
가을볕을 즐기는 사람과 단풍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자니
따사로운 햇볕이 주는 느긋한 마음이 좋았다.
올해 단풍은 곱지 않다고 한다.
나무 전체가 고르게 물이 든 게 아니라 한쪽 부분에서는 나뭇잎이 타들어 가고
말라서 버석거리고 있는 경우가 많다.
서서히 추워진 것이 아니고 늦게까지 덥다가 갑자기 추워져서
갑작스러운 추위에 나뭇잎도 놀라 미처 가을대비에 미흡했던 것일까?
나는 이 풍경이 참 좋았다.
멀리 성당의 십자가와 뾰족 지붕이 보이고(성당을 보면 희한하게 마음에 평안함이 스민다),
가을볕을 쬐며 단풍을 구경하며 느리게 걷던 노부부는 볕 좋은 벤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 모습을 힐끔거리던 나는 멀찌감치 떨어져서 사진을 한 장 찍었다.
돌아서 가는 저 처자는 노랗게 물든 느티나무 아래서 셀카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폰을 고정시켜 놓고 이렇게 저렇게 한참 사진을 찍는데
심지어는 한쪽 어깨를 슬며시 내놓고도 찍었다.
난 그 모습이 신기해 안 보는 척하면서 다 보았다.ㅋㅋ
한 바퀴 돌면서 성당 근처에도 가보았다.
가로수 길이 예뻤다.
저 나무들 밑으로 걸어보고 싶었다.
낙엽이 깔린 도심의 호젓한 이 길도 걸어보고 싶었다.
육교 위에서 뻥 뚫린 길을 내려다보다가
다시 내려와 단풍 구경을 했다.
일주일 만에 일산 집에 왔더니 그새 잎을 다 떨군 나무도 있었다.
지난주가 단풍 절정기였는지 이제는 쓸쓸한 기운마저 느껴진다.
일요일 오후, 아산으로 돌아와 모처럼 해가 있는 시간에 신정호에 갔다.
가을 풍경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로 북적이는 신정호.
호수 건너편 단풍이 알록달록 예쁘길래 당겨 찍었다.
멀리서 볼 때는 예쁘더니 정작 호수를 돌아 가까이 가서 보니 멀리서 볼 때보다 덜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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