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의 친척 아들 결혼식이 있어서 축하해주러 가게 되었다.
코로나 시대라 홀에 입장할 수 있는 인원이 제한되어 밖에서 결혼식을 보아야 했다.
선착순으로 입장하게 되었는지라 조금 늦은 사람들은 관계를 막론하고 모두 밖에서 예식 진행을 보아야 했다.
그뿐인가. 가족과 친지들 단체 촬영 때에는 마스크도 벗지 않은 상태로 사진을 찍었다.
코로나 시작되어 얼마 되지 않았을 때에 큰형님 댁의 조카가 결혼할 때만 해도
사진 촬영할 때만은 잠깐 마스크를 벗었더랬는데 나중에 신랑 신부가 결혼식 사진을 보며
회상에 잠길 때면 죄다 마스크 쓴 친지들을 누군지 알아나 보려는지, 원.
가뜩이나 친척들 간에 왕래가 없어 얼굴도 모르고 사는 경우가 많은데 말이다.
식이 끝나고 식사하고 가라고 붙잡는 걸 답례품만 받고 그냥 나왔다.
답례품은 몇 가지 중에서 고르는 거였는데 더치커피로 선택했다.
시댁에 가기 전 탑정호에 잠깐 들렀다.
출렁다리를 건너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는 코로나 4단계로 인하여 이룰 수 없었다.
이 출렁다리를 코로나로 인해 개통도 어렵게 하더니 개통하고 나서도 어려움을 많이 겪는다.
탑정호 둘레를 다 걸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 같아서
잠깐 걷다가 이내 돌아서 시댁으로 향했다.
시댁에는 큰아주버님과 막내 시외삼촌도 와 계셨다.
생전 처음 깨를 털어본 날이다.
어렸을 적에야 할머니가 깨를 터는 것을 보기만 했지 직접 해보지는 않았는지라
어머니께서
"너는 이런 거 처음이지야?"
하고 물으셨을 때
"네. 처음 해봐요."
하고 대답했다.
올해 따라 다른 해보다 훨씬 많이 심었다는 깨를 내 느낌상으로는 아직 장정 같은 남자들
다 놔두고 왜 여자만 깨를 털어야 하는가, 이런 일은 원래 여자만 하는가,
하는 의아심 끝에 부아가 살짝 날락말락 하는 중에 모두 다 달려들어 함께 했다.
여럿이 하니 금방 수월하게 일이 끝났다.
사시는 곳 근처 대학 평생교육원에 사진 배우러 다니신다는 큰아주버님께서
커다란 카메라 들고 나와서 이렇게 저렇게 주로 어머니 위주로 사진에 담으셨다.
지난번 시댁에서 무슨 말끝엔가 내가 사진에 관심 있다고 남편이 엉뚱한 얘기를 하는 바람에
이런저런 조언을 많이 해주셨는데 들으면 듣는 대로 흘러나가는 나이이지만
두 가지 정도는 기억에 남았다. 그중 딱 한 가지만 제대로 써먹고 있는 것 같다.
집에서 가지고 간 선물로 들어온 전복으로 찜을 하고,
큰시누이가 보냈다는 조기를 조리고, 텃밭에서 딴 가지를 볶고,
역시나 텃밭에서 딴 어린 호박잎을 쪄서
이 나이에도 살짝 버겁게, 그런 나에게 조금 실망을 하며 저녁을 차려 드리고,
돌아오는 길부터 줄곧 하품이 나오더니 곤한 육신으로 인해 꿀잠에 빠져드는 밤이었다.
농사일은 고되고 힘들긴 하지만 노동이 주는 힐링이 있다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아픈 허리와 쪼그리고 앉은 자세로 인한 허벅지 뒤 통증 때문에 많은 생각들이 오고 간다.
모기도 엄청 많이 물렸다.
큰아주버님께서 모기기피제를 가지고 와서 여기저기 뿌려줬는데도 여기저기 울긋불긋해졌다.
신기한 것은 남편은 단 한 방도 물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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