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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노트

일본 여행 - 2

by 눈부신햇살* 2017. 2. 15.

 

 

오사카의 아파트에서 하룻밤 자던 날 새벽쯤에 구급차 사이렌이 울리고

낯선 알아듣지도 못하는 언어로 어떤 아저씨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일까?

다시 까무룩히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내가 사는 집은 한적한 도시의 상가도 별로 없는 곳의 아파트여서

더군다나 이중창에 베란다 창까지 있어서 다 닫으면 밖의 소음 같은 것은 별로 들리지 않는다.

고로 나는 거의 숙면을 취한다. 밤새 비가 와도 모르고, 심지어 천둥이 쳐도 모르고 잔다.

어쩔 땐 길이나 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그립기도 하다. 타닥타닥, 투닥투닥 내리는 빗소리.

오사카의 숙소는 한길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라 그런지 밤새 차 다니는 소리가 띄엄띄엄 들려왔다.

내가 그런 소리도 다 듣다니.

 

그날 이후로도 사이렌 울리며 달려가는 구급차를 자주 보았다.

아마도 고령화 사회여서 그러지 않을까 미루어 짐작했다.

 

7시에 일어나서 차례대로 씻고 규동을 먹으러 갔다.

먼저 자판기에서 주문표를 끊은 후 동그랗게 둘러싼 테이블 안에 갇혀(^^) 있는 직원에게 내밀고 기다리면 되었다.

일본은 그런 식으로 의자와 테이블이 배치된 곳이 많았다.

우린 마주 앉아서 식사하는 것을 선호하는데 그들은 앞을 보며 먹는 것을 선호하나? 하다가

아, 이렇게 하면 혼자서 식사하기 좋겠구나, 하는데 생각이 미쳤다.

 

소고기 덮밥은 저렴하면서도 가성비가 뛰어난 음식이었다. 미역과 버섯을 조금 넣고 슴슴하게 끓인 된장국이

따라 나오는데 서로 궁합이 잘 맞았다.

그날 아침에 규동에 반한 이후로 사흘 내리 아침이면 넷이서 규동집으로 향하곤 했다.

체인 시스템이라 어디서 먹어도 같은 맛이었다.

아쉬운 점은 우리나라 같으면 반찬 몇 가지, 아니 하다못해 단무지라도 나오는데 정작 단무지의 본고장인 일본에선

가늘게 채썰은 생강절임이 옆에 구비되어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게 또 소고기덮밥에 조금 넣어 같이 비벼 먹으면

개운한 맛이 나는 게 좋았다.

 

 

 

 

교토에 도착해서 점심을 먼저 먹었는지 은각사를 먼저 갔는지 고작 며칠 지났는데 헷갈린다.

아무튼 점심은 눈 오는 기온 뒷골목에 위치한 줄 서 있지 않은 한 집으로 들어가 바로 저런 도시락을 먹었다.

2500엔짜리 도시락이다. 음, 소감 한마디. 좀 허무함.

오른쪽 윗칸의 먹다 남은 고등어스시는 신선한 고등어가 아니라 숙성된 고등어다.

그러니까 우리나라로 치면 삭힌 홍어쯤 돼서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인 것 같다. 큰아들 녀석의 입맛에만 맞았다.

우리는 그 옆에 있는 유부초밥이 가장 맛있었다. 유부초밥은 우리가 먹던 것보다 더 훌륭했다.

김밥은 보다시피 절인 오이만 가운데 심어져 있다. 실망. 맛은 그럭저럭. 단순한 맛.

그 옆 오른쪽의 계란지단 이불을 덮고 있는 회덮밥 역시 그럭저럭. 저 산초나 초피잎 같이 생긴 향신료의 향이 강하다.

묘하게 그건 또 내 입맛에 맞아서 큰녀석 것까지 먹음.

 

고풍스러운 일본 스시집에 앉아서, 테이블이라곤 딱 세 개 놓여 있는 코딱지만한 가게에서(안으로 방이 있는지 어쩐지 알 수 없지만)

나긋하고 나지막한 목소리의 여종업원의 응대와 옆 테이블에 혼자 앉아 역시나 조용하기 짝이 없게

식사를 하며 낮술을 마시는 남자. 우리도 덩달아 나즉나즉한 대화.

 

 

 

 

 

 

 

 

 

 

 

 

 

교토엔 눈이 내렸다.

위도가 제주도와 진도 사이쯤 된다해서 따뜻할 거라 생각했는데 추웠다. 다운부츠를 신고 가길 다행이었다.

아침이면 일본 방송에서는 어디에 얼만큼 눈이 왔는지를 중점적으로 보도했다.

눈 쌓인 양을 보면 어마어마했다. 교토는 눈이 내려도 거리에는 쌓이지 않았다.

 

 

 

 

 

 

 

 

 

야사카 신사 서문 돌계단.

교토 사람들은 기온에서 만나기로 약속할 때면 대개 이 돌계단 아래에서 만나기로 한단다.

야사카 신사의 서쪽 대문인 이 누문은 기온의 랜드마크인 셈이라고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일본편 3 교토의 역사>에서

유홍준 씨가 말한다.

 

 

 

 

 

 

 

 

 

 

 

기온거리는 회랑처럼 지붕이 있는 점이 특이하고

하천들은 복개하지 않은 것이 색달랐다.

내 어릴 적 잠시 살던 광주에도 광주천이 흘렀고, 복개하지 않은 도랑과 하천이 있었다.

왜 다른 나라에서 내 어릴 적을 자꾸 떠올리는지 모르겠지만 잊고 있던 옛 기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났다.

 

 

 

 

이보다 더 좁게 이보다 더 길게 골목길이 펼쳐지면 마음이 아련해진다.

버스 타고 지나가다 끝없이 쭉 뻗은 좁고 긴 골목이 보이면 내려서 끝없이 걸어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은각사에도 눈이 내리고 있었다.

 

 

 

 

 

 

 

 

 

 

 

내 정서엔 그다지 와 닿지 않는 일본식 모래정원.

 

 

 

 

 

 

 

 

 

 

 

 

은각사에서 나와 철학의 길로 접어들었다.

봄이면 개천 양쪽가로 벚나무 꽃이 피어 터널을 이루고 그 풍경을 보러 온 사람들로 넘쳐난다고 한다.

2월 초 겨울의 끝자락인 지금은 조금 쓸쓸한 풍경이지만

그래서 관광객도 드물지만 산책 좋아하는 우리는 운치 있고 걸을만하다.

 

 

 

 

 

 

 

 

 

 

 

 

 

 

 

교토는 그리 춥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추웠다.

추운 날씨에도 곳곳에 피어난 매화.

이따금 홍매화도 보이고, 수선화도 보이고, 주황색 유자가 주렁주렁 달린 유자나무도 보였다.

 

 

 

 

일본에서 유행하는 책가방이란다.

나도 국민학교 1학년 때 저런 비슷한 모양의 책가방을 맸더랬다.

내 건 밤색.

 

 

 

 

 

 

 

 

 

 

여유롭고 한가해 보이지만 발은 바쁘다.

 

은각사에서 철학의 길. 철학의 길에서 난젠지로 이어진다.

                                                        

 

 

 

 

난젠지에는 붉은 벽돌로 쌓은 크고 높은 수로가 있는데 따로 찍은 사진이 없다.ㅠㅠ

 

보이는 건물 2층에 전망대가 있는데 입장료가 비싸서 통과.ㅠㅠ

 

 

 

 

 

 

 

숙소로 돌아가는 길.

남편이 깔아놓은 앱에 2만 보가 넘게 찍힌다고 한다.

다리도 아프고 배도 고프고.

 

기온 거리 뒷골목 좁고 좁은 복층 식당 2층에서 나베와 꼬치구이에 데운 사케를 마셨다.

일본어를 할 줄 모르니 작은녀석에게 의지하게 된다.

영어가 나오면 큰녀석과 작은녀석을 동시에 바라보게 된다.

아침에도 티브이의 그림 구경을 하다가

"뭐라는 게냐?"

툭 던진다.

더러 아는 한자가 나오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아, 귀에 쏙쏙 들어오고 쉬이 읽히는 우리말, 우리 글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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