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글지글 사정없이 햇볕이 내리쬐고 더운 지열이 푹푹 올라오는 삼복더위에 창덕궁에 갔다.
그동안은 에어컨 빵빵하게 틀어놓은 곳에서 일하다
에어컨 켠 자동차로 집으로 돌아오고 아침저녁으론 그렇게까지 덥지 않으니까
그렇게까지 더울 거라곤 생각 못했다. 몇 발자국만 걸으면 땀이 비오듯이 머리에서 목에서 얼굴에서 솟아나 뚝뚝 흘러내렸다.
구세주 같은 그늘을 벗어나 햇볕속으로 나설 때면 자동으로 양산이 펼쳐졌다.
그렇게나 더워도 나는 좋았다. 나는 왜 이렇게 무얼 구경하는 걸 좋아하는지
그것도 누가 조곤조곤 설명해주면서 구경 시켜주면 왜그리 좋은지
찬란하게 눈부시게 쏟아져 내리는 햇볕은 덥긴해도 환하고 눈부셔서
온 세상을 반짝반짝 빛나게 하는 것 같아서 고마운 마음으로 봤다.
작열하는 햇볕이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만든다.
이 더위에 우리나라에 여행 와서 고궁을 세세하게 들여다보고 사진 찍는 외국인들이 많아서 놀랐다.
저렇게 가만히 지키고 앉아 있기도 힘들 것이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흘러내리는 땀, 땀.
한무더기의 일본 중학생들이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바라보고 있는 풍경이다.
하얀 상의에 감색바지가 익숙하며 촌스럽다. 요즘 우리나라 학생들의 교복은 훨씬 다양해지고 예뻐졌는데.
여자아이들의 교복 상의는 세일러복이다.
무지 덥지? 하고 인사라도 건네고 싶어진다. 열심히 작은 사진기로 찍어대는 모습들이 귀엽다.
인정전의 옆 모습.
건물 배치가 다른 궁들과 다르다고 나중에 해설사 님 설명 듣고 알았다.
오후 2시 반에는 외국인들이 해설사와 함께 입장하였고
우리 내국인들은 3시에 해설사와 함께 입장한 창덕궁 후원의 입구.
한복 입은 모습이 보기 좋아 슬쩍 뒤에서 한 장 찍었다.
한복 입은 외국인들도 드문드문 보였다.
요즘은 인사동에 가도 저렇게 한복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자주 보인다.
오른쪽의 처자는 반소매 한복이다. 시원해 보인다.
댕기까지 드렸다.
후원에서 부용지 터가 가장 넓었다.
약 50 여 명 정도가 해설사 님을 바라보고 있다.
저 연꽃은 내 고향 무안의 백련지에서 가져다 심었는데 그리 잘 자라지 않는다고 한다.
물이 차가워서 그런 것 같다고.
2층짜리 누각 주합루.
어수문의 가운데 문은 임금님만 드나드시는 문이었다고 한다.
주합루의 1층이 규장각으로 왕실 도서관이었고 2층은 책을 읽고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고 한다.
반도지의 관람정.
쥘부채 모양의 정자다.
옥류천은 며칠간의 폭우로 길이 많이 망가져 둘러볼 수 없다고해서 마지막으로 둘러본 곳이 연경당.
궁내에 있는 유일한 사가 형식의 건물이라고 한다.
사진은 남편도 찍지 않고 나도 찍지 않아 없다. 더위에 지쳐서......
창덕궁에 들어가기 전에는 남미에서 오신 듯한 아담한 체구의 남자분이
"Can you speak english?"
하고 물었던 것 같은데 나는 그저 바보처럼 실실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나중에 되새겨보니 그렇게 물었던 같다고 생각이 들었을 뿐 그 순간엔 당황해서 그저 미소 지으며 엇갈려 갔다.
미안했다. 그러나 늦었다. 뭐, 다른 많은 영어 잘하는 이들이 있으니......
궁에서 나왔을 땐 외국인 처자가 책을 내밀며 물었다.
Bukchon Hanok village라고 쓰여 있는 서울안내책자 중의 한곳이었다.
그건 알려줄 수 있어서 기뻤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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