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막지하게 바람 불고 비오던 날.
임진각 평화누리공원과 벽초지수목원에 갔었다.
내가 사드린 주황색 점퍼에
지난해 초가을 제주에서 엄마가 내게 사줬던 감물 들인 모자를 엄마가 다시 가져가 쓰고
잔뜩 움츠린 채 에돌아진 길을 걷는다.
간간이 뿌리는 비에 우산이라도 펼칠라치면
오즈의 마법사의 도로시가 되어 멀리 저 멀리 날아갈 것만 같은 날씨였다.
조금 걷다가 차 속으로 들어 앉으면
따뜻한 안방에 들어 앉은 것처럼 아늑함이 느껴졌다.
오늘처럼 이렇게 화창하고 쾌청한 날이였으면
돌아다니기 참 좋았으련만.
일주일 머물고 잔뜩 수확한 달맞이꽃 씨와
예전과 다르게 이젠 무얼 사달라는 말씀도 곧잘 하시는 엄마에게 사드린 오리털코트와
엄마가 담가서 준 간장게장을 워낙 싱겁게 먹는 딸래미가
짜서 먹을 때마다 배탈이 나서 못 먹겠다는 말에 다시 챙겨 담고
잔뜩 부풀어진 짐수레를 집근처 역까지 배웅하고 돌아오는 길.
자꾸만 눈시울이 붉어지며 가슴이 찡해지는 건 무슨 연유에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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