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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치통

by 눈부신햇살* 2012. 9. 16.

 

 

 

 

나는 내가 치통 때문에 고통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여지껏 건치라는 자부심을 갖고 살았다.

작은녀석과 나는 충치가 한 개도 없다며

오복 중의 하나를 가졌다고 늘 흡족해 했다.

 

일 년 전, 오른쪽 아래 어금니가 욱신거렸다.

치과에 갔더랬다. 엑스레이를 찍고 진단하더니

이를 뽑고 뽑은 자리에 임플란트를 해야 한다고 했다.

 

청천벽력 같았다.

충치 하나 없는 깨끗한 이를 가진 나에게 그 무슨 가당치 않은 말씀.

이까짓 통증 하나 가지고.

 

생각 좀 해보겠다는 말에 되도록이면 빨리 치료 받아야한다고 했다.

나중에 더 심해져서 잇몸이 망가지면 임플란트조차도 할 수 없다고.

 

신경치료 잠깐 받고 통증이 없어지자 나는 그 일을 까맣게 잊고 살았다.

치과에서 돈 벌려고 하는 수작이지 않았나 하는 헛된 생각까지 했다.

 

그런데 두 달 전부터 다시 통증이 시작됐다.

아, 신경을 갉는 듯한 그 통증.

예리한 송곳으로 쿡쿡 한번씩 찔러대는 듯한 아픔.

음식을 씹을 때면 소스라치게 놀라게 하는 아픔.

평소 웬만하면 깨지 않는 둔한 잠에서마저 통증을 느껴 깨어났다.

두 달 전부터 복용하는 잇몸치료약도 아무 쓸모없게 만드는 아픔.

 

치과엘 가야하나?

결국 이를 뽑아야 하는가?

통증이 잠깐 멈추는 사이,호되게 앓고난 후의 감정으로 세상을 다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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