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을 왜 계절의 여왕이라 했는지 저절로 수긍이 가는 나날이다.
나뭇잎들이 연둣빛으로 밝은 햇살 아래 팔랑거리고
온갖 꽃들이 피어나 울긋불긋 꽃대궐을 이뤘다.
가만히 길을 걸어도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나날이다.
밤은 밤대로 아름다워서 산들바람 부는 거리를 짧은 머리 휘날리며 걷다가
우연히 쳐다본 하늘에 초승달이라도 걸려 있으면
더 눈이 커지고 입이 째지고 마음이 흐뭇하다.
'아, 내 달 떴구나!'
갓 새순이 나오고 있는 앙증맞은 아가 같은 모습의 버즘나무.
일산은 계획된 도시라 길이 참 좋다. 화단 옆으로 자전거도로가 따로 나있다. 그 옆에 또 화단 있다.
그 사잇길로 걷는 기분. 룰루랄라~ 늘~
횡단보도에서 신호 대기하고 있다가 봤다. 한무더기의 '노랑선씀바귀'를.
가만히 머릿속으로 되뇌인다.
잎이 줄기를 감싸면 고들빼기, 안 감싸면 씀바귀.
꽃잎이 적으면 그냥 씀바귀, 저렇게 수북하면 노랑선씀바귀.
꽃잎이 흰색이면 흰씀바귀, 꽃잎이 흰색이면서 많으면 선씀바귀.
잎이 둥글면 좀씀바귀, 잎이 주걱모양이면 벋음씀바귀......
남편의 얼굴이 보수공사 중이어서 혼자서 산에 갔다가 내려오는 길 아파트단지내에서 봤다.
안개꽃처럼 쫘~~~~~악 깔린 '봄맞이'를.
그래서 또 슬그머니 광녀처럼 무섭게 혼자 웃었다. 히히히......
그 옆에는 물들인 밥알 같은 박태기나무 꽃도 피었다.
밥알을 다닥다닥 나무에 붙여논 모양?!
나중에 하트 모양의 윤기나는 잎이 나오나?
같은 하트 모양이라도 계수나무 잎이 쪼매 더 귀여운 것 같아.
요즘 온통 길거리며 공원이며 아파트단지내를 장식하고 있는 원예종 철쭉. 백철쭉과 산철쭉?
색깔이 너무 튀는 촌스런 형광색이라고 홀대 받기도 하지만
그래도 봄거리를 환하게 하는데 한몫 한다는 생각으로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꽃도 참 오래 간다. 개량했으니까 그렇겠지.
내가 한달 전부터 매일 오가는 길에 심어진 키 작은 나무.
개량종이거나 도입종인 조팝나무의 일종이라는데, 다른 조팝나무와 다르게 분홍색의 꽃이 필 거라는데
언제 피나? 여전히 감감 무소식.
붉은색의 새싹이 나와서 참 이채로웠다.
혼자서 산길을 내려오다 일부러 이 나무를 보러갔다.
이맘때쯤이면 온몸에 꽃을 휘어지게 달고 있겠지. 믿음을 져버리지 않고 많이도 달고 있다.
향기도 참 좋은 귀룽나무.
맨처음 3년 전, 이맘때쯤 무심히 이 나무 밑을 지나가다 두리번거리게 됐다.
어디서 아까시향이 살살 풍겨오는데 아까시나무는 보이지 않고 이 나무만 보였다.
그래서 알게 됐다. 귀룽나무란 것을.
황매화도 나 여깄소,하고 피었지만 홑꽃잎의 황매화보다는 겹꽃잎의 죽단화가 더 자주 보인다.
희소성으로 황매화가 조금 더 반갑다. 예쁘긴 매한가지지만.
내가 좋아하는 고봉산의 숲은 딱 이만큼 푸르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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