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햇볕 아래 튜브에 몸을 싣고 바닷물에 동동 떠서 바라보는 바다의 풍경.
탁 트인 수평선, 저멀리 떠있는 배 한 척, 뭉게구름이 둥실둥실 떠있는 여름하늘,
끝없이 펼쳐진 파라솔의 행렬......
삼삼오오 무리를 지은 수많은 젊은이들을 보니
역시 여름은 젊음의 계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개헤엄이나마 수영을 할 줄 아는 남편은 백사장을 지키고 앉았고,
수영은 땅 짚고 헤엄치기 밖에 할 줄 모르는 저는 아이들이랑
물속에서 삽니다.나중엔 물멀미가 나대요. 파도 때문이지요.
저녁에 상쾌한 밤바다의 공기를 마시러 바다에 나갔더니
상쾌한 공기대신 폭죽연기만 실컷 들이마시고 젊은이들 데이트하는 것만
물리게 보고 들어왔습니다.
휴가 이틀째의 오후에 청양의 고운식물원에 갔습니다.
야생화에 관심을 쏟는 색시(^^)때문에 출장길에 오며가며 보이는
식물원 이름을 흘려보지 않았나 봅니다. 제가 좋아할 거라 여기고
그리로 안내한 거지요. 혹 야생화에 관심이 많으시다면
4월말쯤이나 5월초에 가야 제대로 야생화를 볼 수 있습니다.
한여름에 갔으니 봄꽃은 다 져버리고 일찍 핀 가을야생화와 몇 안되는
여름야생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반그늘 진 곳을 좋아한다는
길가의 나무 밑에 심어진 보라빛의 맥문동 무리와 비비추(이름이 정말 예쁘지요?),
야생화치고 꽃송이가 큰 벌개미취, 그보다 꽃송이가 작아서 '좀'자가 앞에 붙는
좀개미취, 원추리, 백일홍, 풀협죽도, 수국, 목향유, 수련, 개여뀌, 도라지, 기생초,
부처꽃, 화남선, 요즘 여기저기서 숱하게 볼 수 있는 배롱나무꽃, 무릇,금계국,
꽃송이가 무지하게 큰 부용과 해바라기, 루드베키아, 나리꽃,
양반집에만 심을 수 있어서 양반꽃이라고도 불렀다는 능소화,
범부채 그밖의 허브식물과 수생식물을 볼 수 있었습니다.
나무로는 느티나무, 팽나무, 생강나무, 단풍나무, 공작의 깃털을 펼쳐놓은 듯한
공작단풍나무, 가지가 축 쳐져서 이름 앞에 '축처진' 수식어가 붙는 몇몇 나무와
누운 듯이 자라서 눈향나무, 편백, 측백, 향나무, 때죽나무, 그냥 보면 꽃인지도 모를
요즘 한창 꽃을 피우는 두릅나무, 우리나라의 토종 대나무 조릿대, 팥배나무,
모감주나무, 오동나무, 여러종류의 소나무, 작은 모과같은 명자나무 열매 등등......
1시간 30분 코스라는데 무더운 여름날 땡볕아래 산을 돌려니 땀은 쉴새없이 뚝뚝
떨어지고 목은 타고 게다가 바닷물에 잠겨 있었던 제 신발 끈이 접착성을 잃어버려
툭 떨어지고 말았네요. 간신히 발에 걸치고 절뚝거리며 다니다 걸을만한 곳은
맨발로 걷는데 햇볕에 달구어진 길은 고문 그 자체입니다.
제대로 본 것 같지도 않은데 2시간이 소요되고 너무 더우니 아쉬우면
다음에 가을이나 봄에 다시 와 보자고하며 산을 내려왔습니다.
시골집에서의 저녁.
평상에 누워 밤하늘을 바라보니 수없이 박힌 주먹만한 별들이 쏟아져 내릴 듯
반짝거립니다. 절로 콧노래가 흥얼거려집니다.
'저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 별빛에 빛나는 밤같이 까만 눈동자......'
다음날, 새벽같이 출발해서 일찌감치 도착한 시누이네와 형님네와 동서네와
저희, 부모님 계곡으로 놀러갔습니다.
대둔산과 천등산이 만나서 만들어내는 골짜기라는데 산이 높아서 골이 깊습니다.
골이 깊은 것에 비해 물은 풍부하지 않아서 마땅한 곳을 찾아 한없이
올라가니 뒷좌석에 앉아 있던 조카 둘과 아들 둘이 불평이 대단합니다.
"이러다 산꼭대기까지 올라가겠다. 산꼭대기에서 놀거예요?......"
계곡은 아이들이 놀기에 안성마춤입니다. 물이 깊지 않고 파도도 없고......
저는 그저 경치 감상이나 합니다. 그리고 먹을 것을 챙겨야 하지요.^^
그 깊은 심심산골에 누가 올까 생각했는데 그곳에서도 차가 막히고
많은 사람들 구경을 해야 합니다. 때문에 저녁에 돌아올 때 무지하게 고생했습니다.
길은 좁은데 사람들은 몰려드니 차를 길가쪽으로 바짝 붙이라고 하고,
그러다보니 더러 차가 빠지고......
아무튼 30분이면 족히 올 길을 두시간 반을 걸려 돌아왔습니다.
그렇게 그렇게 4일의 휴가가 지나고 다시 일상 속으로 돌아왔네요.
잘 보내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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