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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나열함

바람을 뚫고...

by 눈부신햇살* 2010. 11. 21.

사진엔 연인인지 부부인지 둘이서 돗자리를 뒤집어쓰고 빗속을 걸어오는구만,

어제 우리는 남편을 빼고 아이들과만 셋이서 바람 속을 걸었답니다.

일요일의 오전 일과를 마치고 점심으로 떡국을 끓여 먹고

오랜만에 뒷산에나 가보자,하고 집을 나섰는데

늦추위가 장난이 아니더라구요.

그래서 가지 말까, 그냥 집으로 들어갈까,하며 망설였더니

큰녀석이 부득부득 가자고 하지 않겠어요.

아이의 엠피쓰리를 뺏어서 제 귀에다 꽂고

임현정의 '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겨울비처럼'를 들으며

"캬~!! 좋다~!!" 연방 내지르며(산에서 경치보며 음악 들으니까 음악이 배로 좋대요) 올라갔네요.

우리동네 뒷산은 전에도 얘기 했다시피 공원묘지로 조성돼 있어서

산꼭대기에 올라가면 숲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수두룩한 묘지가 보입니다. 그러니 바람을 막아줄 만한 것이 없어요.

이 육중한 몸이 날라갈만큼 바람이 불어대는거예요.

그러니 날씬한 울큰아들 바람에 날려서 워디 먼데로 가부는 줄 알았당게요.

그래도 생각 밖으로 많은 사람들이 오르락내리락하는데

모두들 옷에 달린 모자를 뒤집어 쓰고 있어요.

마침 제가 입은 옷도 모자가 달린 옷이길래 볼쌍 사납긴 하지만 뒤집어 썼습니다.

너무 추워서 콧물은 연방 나오고, "춥다"라는 말도 연방 나오더구만요.

약수터까지 내려가서(봉우리 몇 개 넘어 내려가면 약수터가 있음)

"아, 시원하다~!" 하며 약수도 한 잔 마시고, 훌라우프도 몇 번 돌려보고,

허리 돌리는 기구 붙잡고 허리도 몇 번 돌리고,

작은놈 윗몸일으키기 횟수도 세어주고,

아들들에게 "너,저 나무가 뭔 나문줄 아냐?"하며 잘난 척 좀 하고,

다시 바람을 뚫고 바람 속을 걸어서 집에 오니 몸이 안 풀려......

실내 온도 팍 올리고 한숨 잤다는 거 아닙니까.

추운 데서 떨었더니 되게 피곤하더구만요. 어케 보냈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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