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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나열함

한여름날, 이틀 동안

by 눈부신햇살* 2010. 11. 21.
 
 

이틀동안 시골에 다녀왔네요

해마다 여름이면 고향에서 남편의 고향친구들, 깨복장이 친구들의  여름정기모임이 있어요.

가족동반이 규칙으로 정해져 있구요. 장마철에 모임을 갖는다는 게 무리인데

모두 각자의 형편과 사정을 고려하다보니 어찌어찌 그리 되었네요.

 

그제 아침 6시에 일어나 넘어가지 않는 밥, 억지로 비몽사몽간에 밀어 넣고,

급하게 커피 한 잔 마시고 그 전날 저녁에 준비해 둔 물건들 챙겨들고,

큼지막한 우산 두 개 챙겨들고 집을 나섰네요.

 

여전히 흐린 아침, 천안쯤 갈 때까지도 비가 오지 않길래 한가닥 희망을 가졌더랬는데,

어느새 먹구름이 몰려 오더니 앞이 안 보이도록 퍼붓대요.

시골집에 도착했을 때도 장대비는 계속 쏟아지고 이 빗속에서도 모임을 감행할까,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리네요. 얼른얼른 오라네요.

 

시골집의 우산 두 개까지 챙겨서 각자 하나씩 들고

넷이서 일렬 종대로 모임을 주최하는 집으로 일단 갔네요.

세상에, 비가 세숫대야로 떠다 퍼붓는듯이 쏟아지는데도  뒷내에 가서 모임을 한다네요.

그곳에 천막 쳐두었다고...... 실소를 띠며 갔네요.

 

우와,,,앞이, 물 건너가 안 보일 정도로 비가 오네요.

12년 정도를 시댁에 간 중에 그렇게 물이 가득찬 것은 처음 보았네요.

다리 밑으로 넘실넘실거리는 물.

그 와중에도 널판지 갖다 여러개 이어놓고 그 위에서 고기도 굽고, 탕도 끓이고......

입만 벌리고 서 있다가 저도 거듭니다.

 

천둥 번개는 끊임없이 쳐대고, 아이들은 환호성인지 비명인지를 질러대고,

그림이 떠오르지요?

참 정신 없습디다.

 

그래도 술도 몇 잔씩 오가고, 고기와 쌈도 먹고,

그러면서 하는 말들, 오늘 또 추억을 하나 만든답니다.

여섯 집의 가족동반이니 대충 머릿수가 나오지요?

정말, 참말, 진짜 정신 없습디다.

 

그래도 비 개인 사이사이 달맞이꽃과,

온 들판을 장식하다시피 피어있는 계란후라이꽃 (남편 친구 중의 하나도 그렇게 부르더라구요.) 개망초와

참나리꽃 구경도 하고, 강아지풀, 토끼풀, 질경이,명아주, 매듭풀 등등 풀도 구경하고

자연이 주는 선물을 감상 합니다.

 

조금 있으려니 저수지 수문을 일곱 개 열었다더니 드디어 다리 위로 물이 넘칩니다.

그 위험한 다리 위를 위험하고 아슬아슬하게 만용을 부리는 운전자들로 인해

차가 몇 대 지나가는 걸 걱정인지 감탄인지 모를 소리를 지르며 구경하다  

천막 바로 밑까지 물이 올라온 걸 보고 허겁지겁 철수했네요.

 

농협마당으로 옮겼네요. 지붕을 때리는 빗소리에 귀가 멍멍 합니다.

그래도 우리는 뭐가 좋은지 연신 웃고 떠들고 먹습니다, 그려.

 

느닷없이 모임 주최한지(가족동반으로......) 12년만에 노래방을 간답니다.

저야 뭐, 대환영이죠. 아이들은 집에서 놀라하고 부부들끼리만 갔네요.

또 다시 그림 떠오르죠?

부부끼리 노래하고, 부부끼리 춤추고......

무슨무슨 부부경연대회 같습니다요.

 

다음날은 반갑게 해가 반짝했네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지나가는 말처럼 "콩 중에 제일 맛있는 콩은 강낭콩이야." 했더니

둘째형님이 그럼 돼지막 옆에 있는 강낭콩을 따가라해서 따고 있었더니, 아예 뽑으라지 않겠어요.

반나절을 강낭콩을 뽑았네요. 흙 밟고 흙 만지고 좋아하네요.

 

제가 뽑아와서 세 며느리가 머리 맞대고 콩을 까고, 부모님과 아들들은 들일을 나가고,

아이들은 무리지어 동네가 좁다고 헤집고 다니고......

점심 후에는 아이들이 마당의 수돗가에서 등목을 한다 어쩐다 하더니

물놀이에 빠져 수돗물을 이리 뿌리고 저리 뿌리고 온몸을 흠뻑 적셔가며 놀대요.

 

눈부신 햇살 아래 분수처럼 떨어지는 물방울들이 무지개도 만들고,

아이들의 맑은 웃음소리가 동네를 울리네요.

결국엔 빨랫감을 한아름 만들어 놓았지 뭐예요.

 

새집 지은 지 얼마 안돼서 세탁기 연결이 완벽하게 안 됐다나요.

어쩌겠어요. 햇빛아래 자리 잡고 앉아서 손빨래를 했답니다.

형님과 동서는 새참으로 부침개를 부치고요.

반짝이는 햇살아래 차가운 물에 손발 담그며 빨래 해본 적 있으세요.

기분이 아주 그만이랍니다. 상쾌해요.

빨래가 좀 많아서 힘은 들었지만 햇살 아래 빨래 너는 기분도 그만 입니다.

 

이틀을 그렇게 보냈네요.  

어제 늦게 출발해 집에 도착하니 12시가 가까운 깊은 밤이더라구요.

오전에는 남편 출근하고, 아이들 학교 가고,

저는 살 찔까봐 아침을 거르고 단잠 속으로 빠져들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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