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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방

지금은 좋은 때

by 눈부신햇살* 2024. 10. 15.

 

 

 

 

지금은 좋은 때

 

                                   에밀 베르하렌

 

지금은 좋은 때, 램프 켜질 때

모든 것이 이토록이나 고요하고 편안한

오늘 저녁

떨어지는 깃털소리마저 들릴 듯한

고요

지금은 좋은 때 조용 조용히

사랑하는 이 오는 때

산들바람처럼 연기처럼

조용 조용히 천천히

 

사랑은 처음에 아무말도 않는다. 그러나

나는 듣는다

그 영혼을 나는 잘 알고 있어

별안간 빛이 솟아나는 것을 보고

그 눈에 입 맞춘다

 

지금은 좋은 때, 램프 켜질 때
고백이,
하루 종일 혼자서만 망설이고 있었노라고.
깊고도 깊은, 그러나 투명한 마음
밑바닥에서 떠오를 때.
 
그리하여 서로 평범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뜰에서 딴 과일에 대해서,
이끼 속에 피어난 꽃에 대해서,
또 낡은 서랍 속에 우연히 찾아낸
옛날 편지에 대해서.
 
지금은 모두 사라져 버린 사랑의 추억에
마음은 순식간에 꽃을 피우며 감동에 몸을 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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