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좋은 때
에밀 베르하렌
지금은 좋은 때, 램프 켜질 때
모든 것이 이토록이나 고요하고 편안한
오늘 저녁
떨어지는 깃털소리마저 들릴 듯한
고요
지금은 좋은 때 조용 조용히
사랑하는 이 오는 때
산들바람처럼 연기처럼
조용 조용히 천천히
사랑은 처음에 아무말도 않는다. 그러나
나는 듣는다
그 영혼을 나는 잘 알고 있어
별안간 빛이 솟아나는 것을 보고
그 눈에 입 맞춘다
지금은 좋은 때, 램프 켜질 때
고백이,
하루 종일 혼자서만 망설이고 있었노라고.
깊고도 깊은, 그러나 투명한 마음
밑바닥에서 떠오를 때.
그리하여 서로 평범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뜰에서 딴 과일에 대해서,
이끼 속에 피어난 꽃에 대해서,
또 낡은 서랍 속에 우연히 찾아낸
옛날 편지에 대해서.
지금은 모두 사라져 버린 사랑의 추억에
마음은 순식간에 꽃을 피우며 감동에 몸을 떤다.

'사색의 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림 전시회 (14) | 2024.11.26 |
---|---|
한가을 고운 단풍빛 (0) | 2024.11.16 |
Listening for the Weather (12) | 2024.10.01 |
Milonga (0) | 2024.09.25 |
황혼 (4) | 2024.09.2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