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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또또 나물 캐던 날

by 눈부신햇살* 2022. 4. 18.

또또 나물을 캐야 했네.

엄마와 통화하면서 엄마의 사위가 민들레 나물은 먹지 않는다고 하자

그럼 캐다가 얼려서 엄마를 갖다 달라고 하셔서 속으로 헉! 하고 놀랐네.

벌써 민들레 꽃들이 다 피었다고 핑계를 댔네.

그러자 꽃대 빼고 주위의 잎들을 따면 된다네.

나는 지금은 잘 생각나지 않는 또 다른 핑계를 대었다네.

그날 밤 자려고 누우니 요리조리 핑계 대는 내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네.

그래서 어제는 오로지 엄마를 위한 나물을 캐려고 길을 나섰다.

 

 

 

 

흐린 날에 어디 갔다 오다가 홀린 듯이 차 멈추고 이 풍경을 감상하였다.

단 며칠 만에 우수수 떨어져 버린 꽃잎들이 어찌나 아쉽고 서운하던지......

참말로 꼬옥 붙잡아 두고 싶은 벚꽃 피는 시절.

 

 

 

 

얼마 전 보랏빛 무스카리와 노란 수선화가 피어 있던 어느 집 텃밭에 

지금은 이렇게 꽃잔디(지면패랭이꽃)가 만발했다.

수선화가 장식하던 담벼락은 곧 작약의 세상이 되겠다. 지금은 딱 한 송이가 피어나고 있었다.

센스 있는 주인장은 꽃 피는 시기를 딱딱 맞춰 식물들을 키우고 계시나 보다.

수선화는 그새 베어져서 거름이 되고 있었다.

 

이 과수원은 제초제를 뿌렸나 보다.

저 하얀길 초입에서 만난 어르신이 절대로 이런 데서는 나물 캐지 말라고 하신다.

(그런 것쯤은 나도 잘 알고 있지만 감사하게 네, 하고 대답)

신기하게도 작은 쇠스랑 비슷한 것을 들고 다니시며 여자도 아닌 남자가,

다시 말하면 할머니도 아닌 할아버지가 나물을 캐고 계셔서 무척 신기했다.

왠지 모든 나물에 통달하셨을 것 같은 느낌.

 

지난번에 엉겅퀴 나물이라고 생각하면서 캐다가 먹은 나물이 엄청 맛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엉겅퀴는 아닌 것 같아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봤지만

그 어떤 것과도 딱 떨어지게 일치하지 않는 것이었다.

선 나물캐기, 후 검색이라 뭔가가 이상하긴 하지만......ㅋㅋ

하지만 들판에서 나는 모든 식물은 거의 식용이 가능하다고 하니까.

 

가장 생각이 기우는 쪽이 왕고들빼기의 근생엽이거나 씀바귀 종류의 근생엽일 것 같은데

작년에 캐다가 먹은 노랑선씀바귀 잎은 훨씬 쓰고 생김새도 살짝 달랐다.

그렇지만 식물의 잎들이 근생엽일 때와 어느 정도 성장했을 때의 잎이 조금씩 달라지기도 해서 그런가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마침 왠지 모든 식물에 대해서 잘 알고 계실 것만 같은 고수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작은 쇠스랑(?) 드신 분을 보자

오호라, 저분에게 여쭤봐야지, 하고 그 잎을 따 가지고 가서 여쭤보니 `씀바귀'라고 하시네.

그래서 씀바귀가 맞구나 생각했다. 씀바귀 종류만 해도 몇 종류가 된다는 말씀이 신빙성을 더해 주었다.

 

 

지난번에 데쳐서 무쳐 먹었을 때 여태껏 먹었던 개망초, 씀바귀, 지칭개, 민들레보다 더 맛있던 것을 떠올리며

열심히 캤다. 하지만 이 나물을 캐면서 의문이 점점 더 커져 갔다.

이거, 아무리 봐도 씀바귀 아닌데...... 나물을 캘 때 캔 자국마다 하얀 진액이 나오는 것도 그렇고,

그 진액에서 고소한 캬라멜 향기가 나고, 왠지 느낌이 꼭 잎이 좁고 긴 상추인 것만 같다.

시골 시댁에서 상추 딸 때의 느낌과 너무 비슷하다.

검색에 검색을 거듭해 어렵사리 알아낸 결과 이것은 <가시상추>였던 것이다.

 

 

유럽 원산의 귀화식물로 우리나라 중부 이남의 도로변이나 빈터, 방조제 등지에 자라는 한해 또는 두해살이풀이다. 아시아와 북아메리카에 귀화하여 분포한다. 줄기는 곧게 자라며 높이 20-80cm, 윗부분에서 가지가 갈라진다. 잎은 어긋나며, 잎자루가 없다. 잎몸은 긴 타원형 또는 타원상 피침형으로 길이 10-20cm, 폭 2-7cm, 가장자리는 깃 모양으로 깊게 갈라지거나 갈라지지 않는다. 줄기와 잎맥을 따라 가시가 돋아 있다. 꽃은 7-9월에 노란색으로 피며, 지름 1.2cm 정도의 머리모양꽃으로 되고, 전체가 원추꽃차례를 이룬다.

- 국립생물자원관 생물다양성정보

 

조금 어릴 땐 잎 가장자리가 비교적 밋밋하다가

 

조금 더 자라면 이렇게 결각이 생기며 가시도 더 억세진다.

달팽이도 맛있는 것은 아는지 달팽이들이 어린잎 뒤에 잘 달라붙어 있기도 했다.

봄부터 가을까지 천연염색재료로 사용하기도 한다고 한다.

 

다음백과에서 사진 가져옴

들판에서 흔하게 보았던 이런 노란 꽃을 피운다고 한다. 

 

지난번에 캔 돌미나리와 가시상추

이번엔 민들레와 가시상추 위주로 캤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맛있는 것은 야들야들 부드러운 어린 돌미나리이므로 엄마 것도 캐서 데쳐 냉동 보관.

 

작년에 이런 멋진 수형을 보였던 내나무는

 

올해 이렇게 멋짐을 잃었다.

따라서 그 그늘 아래 들어서면 나무에게 포옥 안기던 느낌도 사라졌다.

보행에 지장이 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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