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오른쪽 눈밑에서 좀 더 오른쪽 광대뼈 쪽으로 자잘한 뭔가가 뭉쳐서 돋아났다.
그 밑으로 거뭇거뭇 얼룩이 두어 개 생겨도 언젠가 사라지겠지, 하며 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때부턴가 사진에도 찍혀 나올 정도가 되었다.
내 얼굴을 가장 유심히 들여다보는 것 같은 친정엄마의 지적도 가끔 있었다.
이상한 게 돋아나 있다고.
가장 설렁설렁 보는 것 같은 우리 집 남자 셋 중의 하나인 남편에게 보라고 하면
아무렇지도 않은데 뭘, 까매서 그렇지 깨끗한 편이지 뭐,라고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아이들 어릴 적 대천해수욕장에 다녀온 후에 양 턱 위, 얼굴 가장자리 부분, 모자가 미처 다 못 가린 부분에
기미가 올라왔다. 거울을 들여다 볼 때마다 속이 상하긴 했지만
속수무책이었는데 몇 년이 지난 지금 조금씩 엷어져서 거의 희미해졌다.
아마 그 점도 그러리라는 기대로 한 해가 가고, 두 해가 가고, 세 해쯤 되었나.
기대를 져버리고 점점 또렷하게 자기 존재를 알리고 있다.
그러던 차에 얼마 전, 지인이 점 빼는 것을 보았고 나도 미루기만 하던 피부과의 문을 두드렸다.
별로 보이지도 않는데 무슨 점을 뺀다고 그러느냐고 하면서 그건 점이 아니라 사마귀니까 한번 빼보자고 하더니
얼굴에 이어 목의 이쪽저쪽을 마구 지져대셨다. 놀란 나는
"사마귀가 제 목에 그렇게 많이 있나요?"
이건 있는 것도 아니란다. 오늘 어떤 여자분의 얼굴에서 목까지 135개쯤 없앴단다.
찌릿찌릿 통증이 오고 꼭 머리카락 태우는 것 같은 살 타는 냄새가 났다.
"또 오시기 힘들잖아요? 이참에 다 빼요. 여름이면 목도 보일 테니까."
라며 목에도 마취약을 하얗게 바르던 간호사가 눈꺼풀에 사마귀 있는 것은 몰랐겠지.
마취되지 않은 눈꺼풀의 사마귀를 레이저로 지질 때는 어찌나 아픈지
두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가 눈을 깜빡임과 동시에 또르르 양옆으로 흘러내렸다.
나중에 보니 왼쪽 눈꺼풀에는 자그마치 열 개나 지진 자국이 나 있었고
며칠은 눈꺼풀이 부어올랐다. 차 문 열다가 내가 문짝으로 내 눈 쳐서 살짝 멍든 것이 아직 말끔하게
가시지도 않았는데 또 부풀어 오르게 만드니 내 눈의 수난시대다.
30여 분의 작업 끝에 들여다 본 내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헉!!!!
눈 밑 사마귀 없앤 곳과 그 밑 두 곳의 상처가 두드러지게 빨갛고 그 외의 지진 자국들과
목엔 무려 60여 곳을 지져놨으니 눈 뜨고 못 볼 지경이었다.
습윤밴드 붙이고 덧나지 않게 하는 연고 바르고
닷새가 지났는데 아직도 회복 중이다.
점 빼는 것 보고 내가 점을 빼는 계기가 되었던 지인이 그런다.
"이뻐지기 힘들다"
과연 내가 이뻐지려고 했나? 그저 말끔한 얼굴을 가지려고 했지.
그러다 드는 생각, 그 말이 그 말 아닌가? 엎어뜨리나 매치나 마찬가지이지.
생전 처음 얼굴에 돈을 들여봤다.
나는 눈썹이 진하게 나서 요즘 많이들 하는 문신을 하지 않아도 되고,
눈매 또렷하라고 아이라인 문신도 하던데 그런 것에도 별 관심 없고,
또 눈매 그윽해 보이라고 속눈썹도 심던데 그런 것에도 끌리지 않고,
쌍꺼풀 수술을 나이 들어서도 하거나 있던 쌍꺼풀 풀렸다고 다시 하기도 하던데
아닌 게 아니라 두 겹의 쌍꺼풀 중에 하나씩 풀려 동그랗던 눈은 온데간데없고 눈 크기가 줄어들어
전형적인 동양인의 눈이 되었지만 그럭저럭 만족해서 그도 관심 없다.
그래도 굳이 욕심을 부리자면 맑고 깨끗한 얼굴이고 싶고
나이 들어서도 조금은 옷맵시가 나는 몸을 갖고 싶고
무엇보다도 건강하고 명랑하게 활기차게 나이 들고 싶다.
그렇지만 점을 빼보니 간단하게 생각했던 이런 것조차 빼고 난 후 관리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니 내 바람처럼 나이 든 모습이 되려면 보통 관리해서 되는 일이 아니니
나이 드는 것의 안타까움을 느끼기보다 그러려니 순응하는 것을 더 배워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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