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를 구경할 때면 드는 생각이 강화도는 섬 치고 논이 많다.
고려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네모 반듯반듯한 들녘.
역시나 내 눈엔 연무가 끼었음에도 불구하고 참 예뻤는데
사진기로는 내 눈에 보이는 것의 반도 표현하지 못하겠다.
사진을 잘 찍지 못하는 내 눈엔 내 눈으로 직접 보는 세상이 훨씬 이쁘다.
말간 봄햇살이 고즈넉하게 내려앉은 모습이 보기에 좋았다.
앞서 내려가는 남편 등뒤의 나무들에게 쏟아지는 따스한 햇살이 좋았다.
연둣빛 새순들에게 내리쬐는 햇살이 미소 짓게 했다.
잘 생긴 나무에 내려 앉는 햇살.
노란 <애기똥풀> 꽃에 가득 내려앉은 햇살.
내 얼굴에
내가 가는 길 위에
나를 찍는 남편에게 가득히 비추는 햇살, 햇살.
눈부시어라!
섬이어서인지 산꼭대기여서인지 바람이 엄청 불었다.
소나무 가지를 쏴, 쏴 흔드는 바람소리.
내 어린 날 마루에 앉아 듣던 메깥의 솔바람소리가 기억났다.
우리는 바람을 등지고 양지 바른 곳에, 키 작은 진달래를 마주하고
오목하게 들어앉아서 김밥을 먹었다.
등은 따땃하고 시야는 탁 트이고 멀리 바다가 보이고
조그맣게 사람 사는 집들도 보인다.
훗날, 이 날을 기억할 때 가슴 따뜻한 추억거리가 될 거라 생각했다.
이런 소박하고 한적한 날이 좋다.
분주하게 아둥바둥거리며 살다가 이렇게 햇빛 좋은 날에 한가한 산 오르기란
얼마나 마음에 넉넉함과 평온함을 안겨주는지.
또 이 좋은 시간들로 인하여 며칠을 잘 살겠지, 하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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