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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2

어느 여름날의 황혼 비가 오다 말다 하던 지나간 8월의 어느 저물녘 산책길에서 무지개를 보았다. 해지는 반대편 동쪽(길치 및 방향치여서 확실하진 않음)으로 무지개가 떠오를 때 조금만 더 선명해져라, 조금만 더 하고 간절히 주문을 걸었지만 딱 저만큼만 피어오르다가 그마저도 금방 스러져갔다. 우리가 그 무지개에 감동받으면서 맞은편에서 오는 행인들을 바라보니 그들은 등 뒤로 무지개가 뜬 것을 모두 모르는 눈치였다. 우리가 보고 또 쳐다보는 데도 무엇을 그렇게 쳐다보는지도 모르는 듯했다. 그래서 생각했다. 저렇게 무지개가 떠도 그것을 보는 사람이나 혹은 보이는 장소에 있게 된 사람이나 보는구나! 이렇게 완전한 반원 모양인데 색깔만 조금 더 짙었으면 을매나 좋았을꼬. 그래도 볼 수 있었던 것에 대해 감사! 굳이 변명하자면 사진에는 .. 2022. 9. 21.
한여름날 찬란했던 순간들 토란잎에 궁그는 물방울 같이는 복 효 근 그걸 내 마음이라 부르면 안 되나 토란잎이 간지럽다고 흔들어대면 궁글궁글 투명한 리듬을 빚어내는 물방울의 그 둥근 표정 토란잎이 잠자면 그 배꼽 위에 하늘 빛깔로 함께 자고선 토란잎이 물방울 털어내기도 전에 먼저 알고 흔적 없어지는 그 자취를 그 마음을 사랑이라 부르면 안 되나 초기 블로그 때 친구 블로거 님께서 내게 보내주었던 이 시가 비 온 뒤 토란잎이 아니고 연잎 위에 궁그는 물방울을 보노라면 문득 떠오르곤 한다. 물론 나는 저 `토란잎' 자리에 `연잎'을 갖다 넣어서 생각해본다. 연잎이 잠자면 그 배꼽 위에 하늘 빛깔로 함께 자는 물방울과 궁글궁글 궁글며 투명한 리듬을 빚어내는 물방울의 그 둥근 표정을. 연꽃의 화려하고 찬란했던 자리엔 어느덧 연밥으로 남아.. 2022. 8.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