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루 또 하루

소머즈

by 눈부신햇살* 2017. 2. 26.

 

 

 

 

주방과 붙어있는 작은녀석의 방에서는

주방은 물론이고 거실에서 우리 부부가 나누는 대화가 잘 들리나보다.

수저를 놓아야 하는 순간을 용케도 알아차리고 딱 맞춰 주방으로 나오곤 한다.

그때마다 감탄스러워서 한마디씩 했다.

 

- 넌 소머즈니?

 

외식할 때나 점심이나 저녁에 뭐 먹을지 얘기하고 있으면 꼭 나와서 참견하거나

화장실 갈 때 지나가면서 한마디씩 자신의 의사를 피력하곤 한다.

어쩌면 유난히 그 얘기를 더 잘 듣는 것 같다.

 

 - 저녁에 뭐 먹는다면서요?

 

그럴 때마다 우린 깜짝 놀라서

 

- 넌 엄마아빠가 뭔 얘기하는지 다 듣고 있니?

- 아니 방문 닫고 있어도 다 들리는 걸 어떡해요?

 

어젯 저녁에도 무슨 말인가를 했는데 식사하러 나온 녀석이 그 얘기를 한다.

 

- 넌 소머즈니? 어떻게 다 들었어?

 

또 놀란 에미는 지치지도 않고 반복적으로 장난스레 말을 던졌다.

 

- 소머즈가 뭐예요?

- 응. 옛날에 텔레비전에서 방영하던 미국드라마의 주인공 여자인데

   귀를 쫑긋하고 집중하면 먼 데 있는 소리도 잘 듣는 사람이야.

 

 오늘 점심 때 역시나 수저 놓아야하는 시점을 딱 맞춰서 수저 놓으러 나온 아이가 한마디 한다.

 

- 소머즈 나왔습니다.

 

 

 

 

 

 

 

 

 

 

 

 

 

 

 

 

 

'하루 또 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금붕어  (0) 2017.06.06
하이힐  (0) 2017.03.19
작은 녀석과의 카톡  (0) 2017.01.23
새해 1월엔  (0) 2017.01.15
한 상  (0) 2016.11.1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