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과 붙어있는 작은녀석의 방에서는
주방은 물론이고 거실에서 우리 부부가 나누는 대화가 잘 들리나보다.
수저를 놓아야 하는 순간을 용케도 알아차리고 딱 맞춰 주방으로 나오곤 한다.
그때마다 감탄스러워서 한마디씩 했다.
- 넌 소머즈니?
외식할 때나 점심이나 저녁에 뭐 먹을지 얘기하고 있으면 꼭 나와서 참견하거나
화장실 갈 때 지나가면서 한마디씩 자신의 의사를 피력하곤 한다.
어쩌면 유난히 그 얘기를 더 잘 듣는 것 같다.
- 저녁에 뭐 먹는다면서요?
그럴 때마다 우린 깜짝 놀라서
- 넌 엄마아빠가 뭔 얘기하는지 다 듣고 있니?
- 아니 방문 닫고 있어도 다 들리는 걸 어떡해요?
어젯 저녁에도 무슨 말인가를 했는데 식사하러 나온 녀석이 그 얘기를 한다.
- 넌 소머즈니? 어떻게 다 들었어?
또 놀란 에미는 지치지도 않고 반복적으로 장난스레 말을 던졌다.
- 소머즈가 뭐예요?
- 응. 옛날에 텔레비전에서 방영하던 미국드라마의 주인공 여자인데
귀를 쫑긋하고 집중하면 먼 데 있는 소리도 잘 듣는 사람이야.
오늘 점심 때 역시나 수저 놓아야하는 시점을 딱 맞춰서 수저 놓으러 나온 아이가 한마디 한다.
- 소머즈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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